슬퍼들 마시라. 인생이 원래 그런 거.

인간의 눈은 참으로 신묘하다. 보는 사람의 생각에 따라 사물의 형태가 바뀐다. 멀리서 산봉우리들은 보면서 생각을 해 보자. 소를 생각하고 보면 소로 보이고 돼지를 생각하면 돼지로 보인다.

28일 총리후보 사퇴서를 읽는 안대희의 얼굴은 매우 어둡고 침통했다. 잠시 후 잘 있으란 소리를 하는 그의 얼굴은 무척 밝았다. 거추장스러운 짐을 벗어 버린 얼굴이다. 내 눈에만 그렇게 보였을까. 무거운 짐을 벗으면 누구나 홀가분한 기분이 될 것이다.

6일 천하였다. 갑신정변을 일으킨 김옥균의 3일 천하란 말은 들었어도 6일 천하란 말은 처음 듣는다. 6일 동안 안대희란 이름이 천하를 장악했다. 신문, 방송, 호프집, 대포집 공간도 안대희가 장악했다. 김옥균의 갑신정변이 42시간 만에 막을 내렸는데 안대희가 6일간을 유지했다면 대단하다고 할까.

▲ 안대희 전 국무총리 후보자. ⓒ민중의소리 갈무리

물론 김옥균과 안대희는 성격이 다르지만 개혁이란 화두는 동일하다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둘 다 실패했다. 갑신정변이야 지금 거론할 필요가 없지만 안대희의 6일천하는 정리해 볼 필요도 가치도 있다. 물에 빠진 사람이 지푸라기를 잡는 심정이 오죽 절박했을까 만은 사실 안대희에게 기대하는 정권의 절박함 역시 그에 못지않았다고 할 수 있다.

박대통령이 받았을 충격은 대단했을 것이다. 그러나 정치적 충격과 상관없이 걱정이 되는 것은 대통령의 국가경영 내지는 통치능력이 국민들로부터 의심을 받게 됐다는 것이다. 대통령은 국민이 선출한 국민의 대표며 그의 능력은 국민 전체의 큰 영향을 미친다. 존경받는 대통령이 국민에게 얼마나 희망을 주는지는 더 말할 필요도 없다.

신뢰가 무너졌다

이제 박근혜 정권의 신뢰를 말하는 사람은 다시 한 번 쳐다본다. 이미 신뢰는 박정권에서 의미를 상실했다. 이제 어쩔 것인가. 아무도 해답을 할 수가 없다. 너무나 아득하기 때문이다. 길이 보여야 갈 것이 아닌가.

안대희를 총리후보로 지명한다고 했을 때 그래도 한 가닥 기대가 있었다. 왜냐면 안대희가 걸어 온 길이 남들 보다는 좀 달랐기 때문이다. ‘국민검사’라는 국민들의 평가가 맹탕 거짓일 수는 없다. 그래서 기대를 했고 박정권의 대한 지지도 반짝 상승했다.

여기까지만 얘기하자. 다음을 얘기하면 안대희나 대통령이나 국민이나 모두가 슬프기 때문이다. 설사 박정권을 반대하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어찌 나라가 잘되기를 바라지 않으랴. 안대희가 좋은 총리가 되고 남들이 말하는 그의 속셈 야망대로 대통령이 된다 해도 국민들이 반대할 이유가 하나도 없다.

그래서 국민은 더욱 속이 상하는 것이다. 견물생심이라는 말이 있듯이 대권이라는 커다란 고기가 보이니 정신이 혼미해 진 모양이다. 인간의 또 다른 본능인 거짓말이 고개를 내 민 것이다. 똑똑한 사람이 어쩌자고 그런 생각을 했단 말인가. 지금 세상에서 숨길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실수하는 기미가 보였을 때 청와대가 불러다 따끔한 충고를 했어야만 했다.

김기춘이 가지고 있는 그 막강한 정보력은 어디로 갔는가. 폭발직전의 여론을 그냥 넘길 수 있다고 생각했는가. 안대희 사태가 정권의 마지막 지푸라기고 지푸라기가 끊어졌을 때 어떤 결과가 오리라는 것을 에상치 못했단 말인가. 그의 특허품인 ‘우리가 남이가’한다면 ‘그래 남이 아니다’하고 국민이 모두 안대희 손을 들어 줄 것이라고 생각했단 말인가.

이제 다시 대통령이 눈물을 흘려도 소용이 없다. 대통령이 보여 줄 카드는 거의 다 써 버린 것이다. 난감할 것이다. 무엇을 꺼내야 하는가. 국민도 주시하고 있다.

대통령의 능력과 한계

안대희의 6일천하는 대한민국이란 선박을 반쯤 바다에 잠기게 했다. 가만히 있으라고 할 것인가. ‘가만히 있으라’면 아무 소리 않고 있다가 배와 함께 침몰을 할 것인가. 이제 절대로 가만히 있을 수는 없다. 어떤 목숨인데 못난 정권에게 맡긴단 말인가. 아니 우리가 못난 정권을 바꿔야 한다. 국민이 결심을 해야 되는 것이 아닌가.

이제 박대통령이 선택해야 될 것이다. 지금까지 김기춘이 어떤 조언을 했는지 몰라도 김기춘이 주도하는 조언이 거의 무능력 수준이라는 것이 증명됐다. 이는 단지 대통령의 불행뿐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불행이다. 이번에 심각하게 겪은 안대희 총리후보 포기 사태로도 현실의 엄중함을 느끼지 못하고 또 변하지 않는다면 더 이상 할 말은 없다.

그래도 측근들 풀어서 국민의 소리를 들어보라. 심각한 수준이 보통이 아니다. 좀처럼 눈물을 보이지 않는 냉철한 대통령이 TV중계 앞에서 눈물을 쏟았다. 슬픔이야 인간의 본능적 감정이지만 박대통령의 눈물은 많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고 믿는다. 왜 나라꼴이 이 지경이 됐는가. 누군가에 대한 원망이던 자책이든 눈물속에 내포된 심각성은 언어로서 표현이 안 된다.

냉정하게 자신을 돌아본다는 것은 대통령이든 일반인이든 다를 것이 없다. 과연 내가 가지고 있는 역량은 얼마나 되는가. 자신이 가진 역량으로는 어떤 일을 할 수 있는가. 평가는 자신은 물론이고 주위에서 한다. 대통령의 경우는 국민이 하는 것이다. 어떤가. 대통령의 능력을 국민은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가. 냉정하게 생각해 보자.

안대희의 6일 천하로 안대희의 위선은 모두 들어났다. 참담할 것이다. 자기 똑똑한 줄 만 알고 국민 우습게 알다가 평생을 쌓아 왔다고 자부하던 탑이 일거에 붕괴된 것이다. 안대희 뿐이 아니다. 그와 더불어 정권의 신뢰 역시 무너져 내렸다. 신뢰가 무너진 정권이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가. 강권밖에 없을 것이다. 강권을 행사할 것인가. 선택은 대통령이 할 것이다.

다시 대통령의 능력 평가로 돌아가자. 세상 사람들이 모두 안타까워하는 대통령의 개인적 불행이 있다. 이것은 정치적 동지든 아니든 다름이 없다. 이것이 감성적 지지와 연결됐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비록 망국적이라고 하지만 지역적 정서역시 박대통령에게는 지지 세력의 중추다.

지난 대선에서 국민들은 토론하는 박근헤 후보를 보면서 그가 지니고 있는 능력의 한계를 분명히 보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그는 대통령에 당선됐고 헌법에 보장된 대통령으로서의 권한을 행사한다. 인간에 대한 평가는 사람마다 다 다르다. 다만 한가지 동일한 것은 오늘의 시점에서 평가는 같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왜냐면 국민들이 모두 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안대희의 6일 천하가 대통령의 한계를 너무나도 극명하게 보여 주었다.

국민의 뜻을 따르면

자동차가 고장 나면 고치고 그래도 안 되면 바꾸는 것이다. 바꿔야 한다. 무엇을 바꾸는가. 대통령은 3년 반이나 임기가 남았다. 대통령 스스로 자신을 바꿔야 한다. 어떻게 무엇을 바꿔야 하는지는 대통령이 잘 알 것이다.

“김 비서실장을 통해 사퇴 의사를 전해들은 박 대통령이 ‘안타까워하시는 것 같았다’고 비서실장이 전했다” 민경욱의 말이다.

그랬을 것이다. 역전을 노릴 수 있다고 자신한 타격이었는데 민심이란 외야수에게 잡혔다. 왜 안타깝지 않으랴만 민심이라는 것이 그렇게 만만한 것이 아니다. 정치에는 한 방이 없다. 민심이란 바다에 배를 띄우고 조심조심 노를 저어야 한다. 배만 띄우면 저절로 갈 줄 알았을지 모르나 실력없는 선장의 모자라는 능력은 언제든지 좌초할 수 있는 위험을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 국민의 뜻을 따라야 한다. 국정조사가 시작될 것이다. 국민들 앞에서 손들고 숨김이 없이 진실을 말하기로 선서할 것이다. 정직해야 한다. 그래야 다시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희망을 자질 수 있다. 국민은 지켜 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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