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판하지 않으면 심판 받는다

1800년 미국 하원에서 실시된 대통령 선거에서 토머스 제퍼슨은 한 표 차이로 ‘아론 버르’를 이겼고 1824년 ‘잭슨’과 ‘존 퀸시 아담스’의 대통령 경선에서 역시 1표 차이로 아담스가 이겼다.

2008년 강원도 고성 보궐선거 당시 단 1표 차이로 당락이 갈렸다. 2011년 5월13일 김진표는 1표 차로 강봉균을 이겨 민주당 원내 대표가 되었다. 3표 차이로 떨어져 ‘X세표’란 별명을 얻는 정치인도 있다.

1839년 미국 매사추세츠 주지사 선거 때 후보인 ‘에드워드 에버렛’ 자신이 투표 마감에 5분을 지각했다. 결과는 5만1034표 대 5만1033표. 1표 차이다. 어땠을까. 1표가 국가의 역사도 개인의 역사도 바꾼다.

국민들은 선거 때만 되면 정치인의 사고력은 어떻게 작동하는지 깊은 회의에 빠진다. 어떤 때는 저건 인간의 생각이 아니라는 극단적인 혐오까지 생긴다. 선과 악의 차이는 머리가 모자라 그렇다 하더라도 옳고 그른 것도 판단을 못하는 치매수준으로 느껴진다. 왜 그런가. 그의 눈에는 모든 것이 표로 보이고 표만 된다면 개한테도 절을 하고 구더기라도 집어 먹을 용기를 발휘하는 것이다. 심한가.

▲ 선거운동 기간동안 치열한 경쟁을 펼친 윤장현 새정치민주연합 광주시장 후보(왼쪽)와 강운태 무소속 광주시장 후보.

긴 사설 그만 늘어놓고 바로 선거얘기를 하자. 선거는 투표다. 지금 6·4지방 선거를 앞두고 세상에는 선거만 존재하는지 온통 선거 얘기로 도배를 했다. 좋다. 당연하다. 이번 6·4선거가 얼마나 중요한지 안다면 밤을 새서라도 토론을 해서 선거의 중요성을 일깨워야 할 것이다.

‘지난 5월 25일 독일에서는 베를린 ’템펠호프‘ 공항부지 사용 계획안에 대한 주민투표가 있었다. 시민들의 승리다. 64.3%의 찬성으로 템펠호프 공원은 시민 곁에 그대로 머물게 되었다.’ 나치 시대 유물이자 94년 까지 미군의 군비행장이던 땅은 투표로서 시민 품으로 돌아 온 것이다. 얼마나 위대한 선거의 힘인가.

기권도 권리라고 한다. 좋다. 권리라고 하자. 그러나 버려야 할 권리다. 기권해서 얻은 것이 무엇인가. 아무것도 없다. 투표하지 않는 국민은 권력이 무시한다지 않던가. 국민의 절반도 안 되는 투표율로 국민이 무슨 권리를 주장한단 말인가. 의무를 다 한 다음에 권리를 주장해야 할 것이다.

자유당 시절, 온갖 부정이 선거판을 더럽혔을 때 투표의 의미는 없었다. 투표함 채 바꿔치기 하는 불의한 독재정권의 만용 앞에 국민들은 절망했고 투표를 포기했다. 박정희 시대에는 보이지 않는 감시 속에서 투표를 했다. 지금은 어떤가. 지난 대선에서 국정원 댓글이 위력을 발휘했다. 이번에는 어떨까. 앞일을 말하면 귀신도 웃는다고 했던가. 그러나 다시 그런 런 짓은 못할 것이라 믿는다. 국민이 원하는 투표를 할 수 있다고 믿는다.

선거는 자신을 대리할 사람을 선택하는 것이다. 그래서 국민의 대표라고 하는 것이다. 국민은 권리를 위임했고 위임한 권리는 일정기간 다시 찾아 올 수 없다. 무슨 못된 짓을 해도 벙어리 냉가슴이다. 도리가 없다. 지금까지 사람 같지 않은 짓을 하는 국민의 대표를 보면서 손가락을 잘라버리고 싶은 충동을 얼마나 받았는가.

법은 지엄한 것이다. 법은 국민의 삶을 지켜주고 보장해 준다. 동네에 어린이 놀이터 하나 만드는 것도 우리가 뽑은 대표들이 결정한다. 좁은 길 좀 넓히는 것도 그들이 법으로 한다. 이런 법을 만드는 사람들을 국민은 뽑는 것이고 6월 4일이 바로 그들을 뽑는 날이다. 이런 투표에 어떻게 기권을 한단 말인가. 그 이상으로 양심의 죄를 짓는 일이 없을 것이다.

두 눈 크게 뜨고 선택을

공천청탁으로 2억을 받고도 마누라가 한 일이라 모른다는 남편. 땅 투기혐의를 받자 기증하려고 했다는 황당 후보, 입원환자들이 있는 병원을 폐쇄하는 후보, 왜 마누라 안 데리고 다니느냐 시비하는 후보, 왜 우리를 버렸느냐고 딸한테 공개편지를 받는 교육감 후보, 이런 무참한 후보들을 걸러내는 것이 국민들의 지혜다. 이미 우리 국민들은 전과 14범이라고 소문 나 있는 사람을 최고지도자로 뽑아 놓고 녹조라떼가 흐르는 강울 바라보며 땅을 쳤다.

지금이야 불과 1년 반밖에 지나지 않았으니 희망을 접기에는 아직 이르다 고 해도 대선댓글부터 이제 세월호 침몰 참사까지 국민의 고통은 가실 줄을 모른다. 심성 곱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운 우리 민족이다. 독재자 이승만이 경무대에서 쫓겨날 때 국민들은 불쌍한 노인이라고 눈물로 배웅을 했다. 착한 것을 만만하게 보면 벌 받는다.

법이 정한 임기동안 별의 별 못된 짓은 다 저지르고 다시 선거철이 되면 무릎으로 설설 긴다. 간이라도 빼어줄 듯 온 갓 아양을 다 떠는 구역질나는 모습에 국민들은 어떤 표정인가. 참으로 속도 없다. 그런 자들이 개표가 끝나면 다시 당선이다. 국민의 대표로 허가받은 도둑질이다. 그런 악순환의 반복을 다시 할 것인가. 6월4일 눈 잘못 뜨고 선택하면 그 꼴이 나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그런 걸 보지 않으려면 제대로 투표를 해야 한다.

이번 6·4지방 선거에는 사전투표제가 실시됐다. 뜨거운 반응이다. 11.49 %의 투표율이다. 여당을 지지하든 야당을 지지하던 그건 자유다. 그거나 기권을 하는 것도 자유라고 생각지 말라. 그것도 권리라고 생각지 말라. 잘못된 자유고 왜곡된 권리다. 투표라는 것은 신나고 멋진 정치행위다. 자신의 역사에 수치를 기록하지 말자.

자! 결심했다. 투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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