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은 염분과 수분의 결합만이 아니다

일찍이 없었던 사건이다. 아니 있을 수 없는 사건이다. KBS 보도국장이 세상을 벌컥 뒤집어 놓았다.

그것도 대통령을 거명하면서 말이다. 대통령과 청와대는 만신창이가 되었다. 다른 인물도 아니고 공영방송인 KBS 보도국장이 털어놓은 청와대의 방송장악 실상이니 안 믿을 수도 없고 이럴 때 국민들은 어쩌란 말인가. 지금까지 거짓방송만 보고 들었단 말인가. 바로 보도국장 김시곤의 고백부터 들어 보자.

▲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신관 계단에서 열린 기자협회 제작거부 결의대회에 참석한 기자들이 길환영 사장의 퇴진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미디어오늘 갈무리

“먼저 보도책임자로서 제 소명을 다하지 못해서 죄송스럽다. 외부에 보이기에 너무나 부끄러운 이야기를 후배들에게 할 수 있게 한데 기회를 줘서 고맙게 생각한다.
후배들도 마찬가지이고 외부에서 가장 궁금해 하는 사항은 보도 독립성 침해 사례, 또 하나는 5월 9일 무슨 일이 있었나. 보도 독립성 침해 사례는 정확히 1년 5개월 보도국장 했는데 가장 최근에 5월 사례만을 정리해서 기자협회에 넘겼다. 나머지 14개월 동안은 어떻게 진행됐는지 유추하면 되겠다.”

김시곤의 고백은 눈과 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는 고백이다. 충격이라는 말로도 설명이 안 된다. 그러나 사실들이다.


“5월 9일 있었던 일만 설명하겠다. 유가족들이 회사 앞에 몰려와서 KBS를 강력히 비난하면서 제 이름을 불렀고, 저희 사퇴와 사장의 사과를 요구하는 농성이 있었다. 농성 끝난 게 새벽 2시 40분. 새벽 3시에 6층 임원 회의실에서 사장. 부사장. 임원, 보도본부 국장 등이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세월호 참사 유가족 요구에 대해 본부노조 일방적 주장이기 때문에 정면 돌파하는 것으로 사장이 결정하고 확인했다. 당일 오후 2시에 본부노조 주장을 반박하는 공식 기자회견을 하기로 확정. 5시간 후인 오후 8시 같은 장소에서 비상 임원회의 열렸고, 새벽 3시 방침을 재확인했다.”

오후 12시 25분 사장 비서로부터 사장이 면담하겠다는 연락 와서 6층에 올라갔다. 사장의 전언은 "주말에 대규모 촛불집회가 예정돼 있어 위기국면이다. 기자회견 잘 해 주길 바란다"는 이야기 들었다. 정확히 1시간 뒤인 오후 1시 25분, 즉 기자회견 35분 남은 시각에 휴대전화로 사장 휴대전화 왔다. 올라오라고 했다.

사장은 BH, 청와대로부터 연락이 왔다며 제게 회사를 그만 두라고 했다. 잠시 3개월만 쉬면 일자리를 찾아보겠다고 회유를 했다. 그러면서 이걸 거역하면 자기 자신도 살아남을 수 없고, 이건 대통령의 뜻이라고 까지 말하며 눈물까지 흘렸다.

너무도 부끄럽고 창피하고 참담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분노했다. 이 말을 어디에 가서 할 수 있겠나. 저 자신도 차마 고개를 들 수 없었다. 이 사람이 과연 언론기관의 수장이고, 이곳이 과연 언론기관 인가하는 자괴감을 받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기자회견을 했다.”

김시곤은 KBS에게 박대통령은 성역이었고 자신의 재임기간 중 박근혜 대통령 비판은 절대 불가였다고 밝혔다.

"정치 부분은 통계를 봐도 금방 아는데 대통령 비판은 단 한 차례도 없었고, 새로 정부 출범하는 1년 동안 허니문 기간은 비판 자제, 2월 25일 허니문 끝나고 대통령 비판은 단 한 차례도 없다. 정부 여당 비판도 제가 기억하기로는 한 차례만 있었다"

"길환영 사장이 대통령을 모시는 원칙이 있었다" "대통령 관련 뉴스는 러닝타임 20분 내로 소화하라는 원칙이 있었다. 정치부장도 고민했는데 순방 때마다 몸살을 앓았다. 이른바 꼭지 늘리기 고민이지"

국민의 알 권리는 KBS에 의해서 쓰레기장으로 파묻혔다. 국민의 눈과 귀가 멀어갔다. ‘기레기’들이 몸부림치기 시작했다. 김시곤 보고국장의 고백을 들으며 KBS가 가만히 있으면 ‘인간포기’선언이라고 생각했다. KBS의 맨 몸이 백주의 들어났다. 그들이 인간선언을 하는 것이다.

정연주 사장이 이미 밝혔다. 노무현 대통령의 약속이다. 재임기간 중 2명에게는 전화를 하지 않겠다고 한 것이다. 검찰총장과 KBS사장이다. 그는 약속을 지켰다.

ㅁ청와대만 바라보는 길환영의 눈

길환영은 19일 출근을 못했다. 사장이 회사에 못 들어간 것이다. 직원들에 출근제지 때문이다. 차에 갇혀 꼼짝 못하는 언론사 사장의 모습은 그냥 구경거리가 아니다. 대한민국의 비극이며 어쩌면 침몰해 가는 세월호의 또 다른 모습일지도 모른다.

길환영 사장이 김시곤을 잘랐을 때 대통령의 뜻을 팔았듯이 지금도 대통령의 말을 기다리고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이제 자신도 마지막 칼을 뺐다. 노조를 좌파로 몰아 버린 것이다. 국민들도 너무 익숙하다. 마지막으로 빼드는 칼. 그것은 죄파라는 색칠을 한 칼이었다. 그러나 이제 무디어 졌다. 이제는 두부 한 모도 베어내지 못하는 무딘 칼이 되어 버렸다.

국민들은 지금 더할 수 없는 연민의 눈으로 길환영을 바라보고 있다. 그러면서 생각한다. 김시곤은 무엇인가. 정권의 시녀이길 자랑스럽게 생각했던 지난날들이 발가벗겨지면서 자신의 치부가 낱낱이 들어나는 고백을 했다. 대한민국 언론이 다시 태어나는 산고를 치르고 있는 그를 어떻게 평가해야 하는가. 결론은 이미 국민이 내리고 있을 것이다. 역사도 평가할 것이다.

박대통령은 지난해 3월 정부조직 개편안 문제로 대국민담화를 내놓으면서 분명하게 약속했다.

“일부에서 주장하는 방송 장악은 할 의도도 전혀 없고 법적으로도 불가능하다. 국민 앞에 약속드릴 수 있다” 국민은 이 말을 분명히 기억하고 길환영 사장도 역시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ㅁ 김기춘, 남재준, 김장수

대통령이 다시 카메라 앞에 섰다. 세월호 참사에 대한 국민을 향한 사과 때문이다. 몇 번째인가. 자질구레한 것 까지 포함한다면 참 많다. 이번 사과는 마지막 대미를 장식하는 사과라고 할 수 있다. 인명구조에 주체인 해경의 해체까지 밝혔다. 좀처럼 눈물을 보이지 않는 대통령이 뺨에 흐르는 눈물도 닦지도 않고 사과를 했다. 이 눈물에 대해서 토를 다는 것은 안 된다.

인간이 하는 일에 완벽한 무오류는 불가능이다.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은 오류를 최소한으로 하는 것이다. 그러기에 정부에 참모가 있고 측근이 있고 가신도 있다. 그들은 광범위한 정보력으로 국민의 여론을 하나도 빠짐없이 듣고 있을 것이다. 그게 그들이 해야 할 일이다. 그들은 대통령이 진실을 아는데 쳐지지 않도록 알려야 한다. 그래야 불통이 사라지고 소통이 된다.

대통령은 청계광장에 모인 5만 인파를 보았을 것이다. 청와대로 행진을 하려다가 짐짝처럼 경찰차에 실리는 시민을 보았을 것이다. 백여 명의 시민이 경찰에 연행됐고 사법처리를 한단다. 왜 이들이 거리로 뛰쳐나왔는가. 모두가 자신들이 죄인이라고 했다. 아이들을 죽인 게 어른들인 자신들의 죄라고 땅을 쳤다. 대통령도 같은 마음일 것이라고 믿는다.

이번 세월호 사과 담화에도 얼마나 많은 진언이 있었을 것인가. 더구나 담화가 끝나면 분명히 잡음이 뒤따를 해외순방도 있다. 그들은 무엇을 진언하고 대통령은 무엇을 선택했을까. 국민이 TV를 통해 보고 들은 그것이 다였을까. 해야 할 말을 안 한 것은 없었을까.

야당이 주장했다. 김기춘 비서실장과 남재준 국정원장 김장수 안보보좌관, 이들의 경질해야 된다고 주장했다. 야당의 주장이라고 무조건 받아들일 수는 없다. 정당해야 택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야당의 주장은 어떤가. 야당의 주장과 국민의 주장은 어떤가. 인간에 대한 평가는 그가 한 일을 보면 알 수 있고 그걸 보고 결정하면 될 것이다.

세월호 참사 이후 국민들에게서 대한민국호가 침몰하고 있다는 위기설이 나온다. 설사 떠도는 말이라 해도 이 보다 불행한 일이 어디 있단 말인가. 그 말의 근거는 있는 것인가. 세월호가 침몰하는 시간이 47분 동안이었다고 한다. 그 긴 시간, 국민들은 발을 구르며 그 비극적인 장면을 지켜보았다. 그건 아무것도 아니다. 세월호가 침몰하는 동안 그 안에 갇혀 시시각각 조여 오는 죽음의 모습을 모며 우리 애들이 느꼈을 공포, 자다가도 벌떡 일어난다.

내복 바람에 구명정을 타는 선장과 선원의 모습, 위험해서 못 들어간다는 해경의 목소리. 격려악수를 한다고 헬기를 잡아 둔 장관과 전용으로 장시간을 독점한 해수부장관, 이런 자들을 생각하면 국민들은 이가 갈린다. 처벌을 한다고 죽은 애들이 살아 돌아오지 않는다. 그러니까 내 버려두란 말인가. 아니다. 청해진이고 구원파고 유병언이고 위법한 자들에 대한 처벌은 추상같아야 한다. 감정이 아니라 국민의 절규다. 경찰을 시켜 유가족들의 뒤를 졸졸 따라다니는 짓은 하지 말아야 한다.

ㅁ 우린 대한민국 국민이다

KBS의 길환영이나 김시곤 백운기는 공영방송의 고위간부들이다. 이들이 세월호 참사의 유족들을 모욕한 언행은 다시 그들의 상처에 상처를 내는 것 같아 다시 언급하지 않는다. 사람으로서 할 짓이 아니었다. 그 결과가 어떤 것인지는 잘 알 것이다. 그러기에 잘못된 말은 스스로 마시는 독약과 같은 것이다.

사장과 보도국장이라는 엄중한 자리에서 상하로 존재하던 그들 언론인들이서로 물어뜯는 모습은 차마 밖으로 들어 내 놓기가 부끄러울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조금도 양보 없이 물어 뜯었다. 결과는 오늘의 이 꼴이었다. 한국 언론사에 한 획을 그을 것이 분명한 그들의 일탈, 그로 인해서 한국의 언론은 시궁창으로 들어갔고 청와대도 함께 들어갔고 한국의 언론은 추한 모습을 세계에 들어냈다.

유식한 그들은 미국의 수정헌법1조를 알 것이다. 혹시 입사 시험에 나오지 않았던가.

미국의 수정헌법1조.

의회는 국교를 정하거나 종교 행위를 금지하는 법을 제정하여서는 아니 된다. 또 의회는 언론, 출판의 자유 또는 국민들이 평화적으로 집회할 수 있는 권리와 고충 처리를 위해 정부에 청원할 수 있는 권리를 제한하는 법을 제정하여서는 아니 된다.

언론인으로서의 그들의 명줄은 끊겼지만 머릿속에 꼭 외워두기 바란다. 물론 한국의 헌법 21조 언론집회결사의 자유 역시 잊어서는 안 된다.

세상사 모든 것이 교훈이라는 말이 있다. 한국 언론은 KBS사태를 보면서 많은 교훈을 얻었을 것이다. 자신들의 행적이 한국 언론사에 어떻게 기록될지 생각한다면 소름이 끼칠 것이다. 그럼에도 아직 멀었다. 길환영은 아직도 사장자리에 연연해 추한 모습을 그냥 들어내 좌파타령이나 하고 있다. 임명한지 1주일 만에 백운기 보도국장의 목을 잘랐다. 보도본부장도 날렸다. 망나니 칼 춤추듯 한다.

오늘의 KBS사태는 바로 MBC와 다름 아니다. 민주언론의 빛나는 MBC가 지금 서 있는 꼴을 보면 측은하기 그지없다. 언론이 바로 서지 않으면 민주국가가 아니다. 어느 정권도 언론자유를 보장하지 않는다면 민주정권이라고 할 수 없고 박대통형도 예외일 수 없다. 대통령의 세월호 담화에 반드시 끼어 있어야 할 것이 빠졌다. KBS사태와 언론자유다.

이미 자신이 언론자유에 대한 철석같은 약속을 하지 않았는가. 이를 지켜야 한다. 대통령의 임기는 정해져 있다. 아니 평생을 대통령을 할 수 있다고 해도 마찬가지다. 역사에 빛나는 이름으로 기록되는 대통령은 가장 영광스러운 훈장이다.

국민은 지금 박근혜 대통령의 말 한 마디. 행동 하나를 주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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