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 속 묻어 둔 천 마디 말

모두가 죄인인가. 헷갈린다. 어지럽다. 전철을 타면 학생들이 모두 쳐다보는 것 같다. 몸이 한 없이 무겁다. 어른들이 욕을 하도 많이 먹어서 그런가. 욕을 먹어도 싸다. ‘오빠 언니 이런 나라에 두 번 다시 태어나지 말아요’ 그런 소리를 들은 어른들이 무슨 낯으로 애들을 볼 수 있으랴. 어른들 모두가 죄인이다. 멍하니 앉은 채 머릿속이 비어간다.

하느님도 이 광경 다 보셨나요

“객실 의자와 탁자 사이에 끼어 있는 시신들이 있다. 아무리 빼려고 해도 안 빠진다.” "아저씨가 좋은 데 보내줄게, 좀 나와 주겠니"

▲ ⓒ민중의소리 갈무리

울면서 수습 작업을 하고 있다.는 구조대원들의 말을 들으며 할 말을 잃는다. 학생들은 구명조끼를 입고 있다. 이들 선실에서 숨진 어린학생들은 선실에 가만있으라는 어른들의 말에 예! 대답하며 철석같이 믿었다.

애들에게 가만이 있으라던 어른들은 지들끼리 안전한 통로로 탈출해 살았다. 죄를 면하기 위해 온 갓 거짓말을 늘어놓고 있다. 선원들만이 아니다. 여객선 회사인 ‘청해진’과 ‘언딘’, 해안경찰, 해수부 등 등 이리저리 연결된 기관들은 이번 참사에 주범이라 해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이들이 저지른 행위가 수백 명 어린 학생들의 생명을 앗아가고 국민의 마음을 황무지로 만들었으며 우리가 살고 있는 나라조차 침몰 시키고 있는 것이다. 거기에다가 사실 보도를 외면한 언론은 국민을 바보로 만들고 그 어느 것도 믿지 않는 불신천국을 만들어 놨으니 앞으로 무슨 재주로 국민을 설득하고 정치를 해 나갈 수 있단 말인가.

끝 간 데 모르게 늘어 선 조문객들의 행렬 사이에 꽃한송이 들고 서 있는 앳된 어린 학생들을 보며 차마 그들의 맑은 눈동자를 마주 볼 수 없었다는 고백이 가슴을 친다. 저 애들은 어른들을 보면서 무슨 생각을 할까.

무수하게 남겨진 송곳같은 쪽지들. 한 여고생은 “더러운 대한민국. 이렇게 부끄러운 적이 없었다”는 쪽지 글을 남겼고” “잘 가거라~. 형이 꼭 나쁜 어른들과 끝까지 싸워 다시는 슬픈 일이 없도록 할게.” “언니, 그리고 오빠. 두 번 다시 이런 나라에 태어나지 마세요.” 모두 어른들에게 보내는 비수같은 경고다.

분노는 어디까지 갈 것인가

우리나라 청소년들이 절대로 철부지가 아니다. 알 거 다 알고 생각할 거 다 생각한다. 어른들 머리 꼭대기에 올라가 앉아있다. 그런 청소년들이 지금 어른들에 대한 신뢰를 상실하고 오히려 증오를 불태우고 있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너무나 끔찍하다.

▲ ⓒ민중의소리 갈무리

우리 애들이 어른들에게 살려달라고 애원하다가 외면당했다고 느낄 때 그 감정을 한 번 생각해 보자. 친구가 어른들 잘못 때문에 죽었다고 생각할 때 그 분노를 무엇으로 감당할 수 있는가. 그냥 세월이 지나면 괜찮아 질 것이란 안일한 생각은 큰일 날 생각이다.

총리가 책임진다면서 사의를 표명했다. 당연한 것 같지만 아니다. 사고수습이 우선이다. 사표 낸 국무총리 말을 고분고분 들을 순진한 우리들의 공무원이 아니다. 참사 수습 후 내각이 총사퇴를 하고 비상내각을 구성해야 한다.

대통령도 우선 사과를 하고 조건부 재신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국민들이 납득할 방법을 제시하면 된다. 총리는 자신만 미꾸라지처럼 빠져나가겠다는 편한 생각을 감히 어떻게 한단 말인가. 애들 놔두고 구조선으로 저만 탈출한 선장과 무엇이 다르냐.

그냥 넘어갈 생각을 한다면 정말 어림없다. 국정원의 대선개입이나 간첩날조 사건과는 다르다. 세월호 참사는 수백 명의 죄 없는 국민의 희생이다. 꿈도 펴보지 못한 꽃 같은 애들이다. 국민의 분노가 격동을 치고 있는데 그냥 추스르라는 말이냐. 부처님도 용서 못한다.

이번 참사를 통해서 국민들도 이렇게 나라 구석구석이 골고루 썩어 있었는지는 처음 알았을 것이다. 웬 놈의 마피아가 이렇게도 많단 말이냐. 일찍이 ‘모피아’란 말을 들었어도 ‘해피아’는 이번에 들었고 ‘관피아’라는 말에는 그냥 입만 벌어진다. 이런 나라에서 국민이 살았다니 이것도 기적이다.

이런 나라에서 마음놓고 자식들 기를 수 있느냐고 누구한테 물어도 고개를 가로 젓는다. 애들한테 물어도 모두 아니란다. 이민 가고 싶다고 한다. 내 나라를 싫다고 하는 백성들을 어쩐단 말인가. 국민들의 마음을 달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이 믿도록 하지 않으면 이 나라는 국민의 마음이 다 떠난 텅 빈 곡간같은 나라가 될 것이다.

나라의 관리들이 일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면 그 책임은 정부가 저야 하고 정부의 총책임자인 대통령이 져야 한다. 대통령이 오로지 관료사회의 문제만 지적하고, 일부 국민들은 대통령은 잘하는데 아래 관리들이 문제라는 착각이 바로 문제다. 거기에 대통령의 안일이 있는 것이다.

대통령의 사과

2003년 2월 18일, 대구 지하철 방화사고 당시 노무현대통령은 "하늘을 우러러 보며 국민에게 죄인 된 심정으로 사후 대처 하겠다" 대통령이 죄인이라고 했다.

2008년 6월19일, 이명박 대통령은 “시위대의 함성과 함께, 제가 오래전부터 즐겨 부르던 ‘아침이슬’ 노래 소리를 들으며 눈물을 흘렸습니다.” ‘아침이슬’을 들은 것으로 사과를 한 것인가.

▲ ⓒ청와대 갈무리

단원고 교감선생님은 침몰선에서 구조 된 후 자살을 했다. 제자들이 죽었는데 무슨 낯으로 사느냐는 사과였다.

나라의 제왕들은 가뭄이 들어도 홍수가 져도 흉년이 들어도 모두 자신의 부덕으로 참회하며 거적잠을 자고 좋은 음식을 먹지 않았다. 이것이 지도자의 마음이다.

지금 국민의 눈과 귀는 청와대로 쏠려있다. 무슨 말이 나올 것인가. 사과는 참회다. 참회가 없는 사과는 거짓이다. 아무리 진실을 가장한 참회라도 국민은 안다. 진실은 시공을 초월에 영혼으로 전달되기 때문이다. 국민의 영혼이 거부하면 어떻게 되는 것인가. 정말 겁이 난다. ‘이 나라가 살인자다’ “다시는 이런 나라에 태어나지 않도록 빈다”.라고 당당하게 말하는 우리 애들에게 아니다 라고 자신있게 말 할 수 있는 시대가 언제나 올 것인가. 누가 대답해 줄 수 없는가.

세월호 참사는 국가가 국민에게 가한 폭력이다. 깡패도 의리가 있다. 지금 국민은 가장 치사한 깡패의 모습을 보고 있는 것이다.
할 말 있는가


저작권자 © 광주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