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들아, 용서도 빌 수 없구나

어쩌나. “애들 , 애들, 우리 애들.! 몸부림치는 어머니의 절규를 들으며 잠이 깬다. 계속되는 악몽이다. 그 애들 또래만 봐도 무조건 살아줘서 고맙다고 중얼거린다. 미워한다고 죽은 애들이 살아 돌아 올수도 없는데 그냥 이가 갈린다고 한다. 어쩌면 그럴 수가 있느냐. 대통령의 사과를 들으면서 죽은 애들의 부모들이 하는 소리다. 이게 나라냐.

국민의 가슴이 이렇게 찢기면 회복이 어렵다. 그들이 공개적으로 말은 안 해도 가슴속에 쌓인 말들을 다 들을 수가 있다. 어찌 여기에 모두 옮길수가 있으랴. 생때같은 자식을 잃은 부모의 마음은 본인이 아니면 아무도 알 수가 없다. 완전히 사고력의 마비다. 그냥 어쩌나 어쩌나 할 뿐이다.

▲ ⓒ민중의소리 갈무리

세월호 침몰의 진상이 하나씩 벗겨지면서 이제 세상 떠난 애들에게 용서를 빌 수도 없다. 무슨 얼굴로 용서를 빈단 말인가. 동영상으로 보는 애들. 배가 기우는대도 ‘가만있으라고 했으니 가만있어야 돼’ 어른들을 믿다가 착한 애들은 변을 당했다. 어른 말 잘 들으라고 평소에 가르치던 어른들은 할 말이 없다.

손가락 관절이 모두 상했다는 애들. 얼마나 벽과 창을 긁으며 소리 쳤을까. 살려 주세요. 살려주세요.

인간이 만물의 영장이라고 하는데 요즘은 차라리 미물로 태어났으면 하는 생각이 절실하다. 저 넝마 같은 세월호에다 애들을 싣고 바다로 나가 모두 죽이다니 저게 무슨 인간인가. 동물들도 지진이나 해일같은 천재지변이 일어나면 먼저 안다고 한다. 선박에 쥐들도 사고를 예감하고 안절부절 못한다고 한다. 인간이 미물보다 나은 것이 뭐란 말인가.

기왕에 벌어진 일이니까 빨리 끝내고 정상으로 돌아가자는 사람들이 있다. 이게 ‘기왕의 일’로 덮을 일인가. 부모는 산에다 묻고 자식은 가슴에 묻는다지만 수 백 명 이쁜 내 자식들을 가슴에 묻은 부모들을 어떻게 해야 된단 말인가. 도대체 애들이 물속에서 죽어가는데 해결 잠수부들 격려한다고 악수하느라고 천금같은 시간을 써버린 안전행정부 장관, ‘언딘’ 잠수부가 먼저라고 훈련된 정예해군잠수부를 못들어가게 한 ‘해경간부’들을 그냥 놔 둘 것인가. 미쳐도 보통 미친 것이 아니다.

기왕에 이 사회가 썩은 것은 알고 있었지만 공직사회가 이렇게 더럽게 썩은 줄은 절말 몰랐다. 해경과 해운조합과 선박회사가 손잡은 비리가 이렇게 얽히고설켜 있을 줄 누가 알았단 말인가. 이 정권이 ‘세월호’ 선박회사만을 희생양으로 제사상에 올리려고 기를 쓰는 모습이 눈에 뻔히 보인다. 당연히 응징해야 한다. 그러면 그것으로 끝 낼 작정인가. 착각이다. 절대로 그렇게 못하고 안 된다. 정권이 해체되더라도 뿌리를 캐내어 불살라 버려야 한다.

사과를 하려면 제대로

"이제 하루에 여섯 끼 먹으며 방과 후 수업료에 학비, 학교 급식비 가져갈 아이도 없습니다. 성금 하지 마시고 그 돈 더 좋은 곳에 쓰시길 바랍니다."

아들을 잃은 아버지가 국민들 향해 띄운 편지내옹이다. 편지를 쓰면서 얼마나 울었을까. 이건 정말 사람사는 세상이 아니다. 이토록 가혹할 수가 있단 말인가. 설사 마음에 안 드는 짓을 인간이 많이 했더라도 너무 가혹하지 않으냐는 신에 대한 원망이 든다. 존재한다면 말이다.

▲ ⓒ민중의소리 갈무리

사과할 줄 아는 동물은 인간뿐이다. 진심이든 거짓이든 말이다. 국민은 하루에도 수 없이 정치인들의 사과를 듣는다. ‘유감’이라는 표현을 그들은 사과라고 하지만 국민들의 표현으로는 ‘개소리’다. 반성의 빛은 추호도 없이 입에 침도 바르지 않고 뱉어내는 정치인들의 사과. 그러면서 사과하지 않았느냐면 ‘유감’표시하지 않았느냐고 오히려 시비다.

대통령 사과의 뒷말이 일파만파다. 어찌 됐던 대통령이란 존재는 범접하기 어려운 존재다. 새누리 의원이나 장관들도 박대통령 앞에서 말도 제대로 못한다고 한다. 하물며 일반 국민들이야 더 말 해 무엇하랴. 그런 대통령 앞에서 실종자 가족들이 말을 쏟아 냈다. 왜일까. 무엇 때문일까. 이미 마음에서 지워졌기 때문이다. 하는 짓이 아니기 때문이다. 온 국민이 지켜봤다. 그것이 사과인가.

한 마디 말로 천량 빚을 갚는다지 않던가. 어디에서 진실을 느낄 수 있는가. 장관들 앞에 앉혀놓고 무슨 사과인가. 장관들이 실종자 가족인가. 그것으로 사과를 대신하려고 했다면 엄청난 착각이다. 청와대 게시판에 올라온 글을 모르는가. 비서실장이 보고도 하지 않던가. 대변인은 뭘 하고 있는가. 박성미 씨와 고등학교 3학년 여학생이 쓴 글을 못 봤는가. 내용은 이렇다. 한 마디로 ‘대통령 자격이 없다’는 것이다. 왜 그 자리에 앉아 있느냐는 것이다. 자격이 없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새누리당 원내대표란 사람은 대통령의 사과를 가지고 정쟁을 삼으면 안 된다고 했다. 묻는다. 지금 이것이 정쟁인가. 정쟁으로 보이는가. 자식을 기르는가. 자식 길러 봤는가. 사과는 제대로 해야 한다. 한마디를 해도 진심을 담아야 한다. 국민은 바보 같아도 눈빛만 봐도 진실을 알아 차린다.

매를 들어야 할 국민

나라꼴이 왜 이 지경인가. 대통령이 욕 더미 위에 올라가고 정치인들은 사람 취급을 못 받는다. 질타와 모멸의 대상이다. 당연하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지 못하는 국가의 존재의미는 없다. 국가의 최고통수권자의 존재는 무엇인가. 박근혜 대통령이 이미 그 대답을 한 적이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2004년 7월2일 국회에서 한나라당 대표로 연설을 했다. 박 대통령은 연설에서 그 해 6월 이라크 무장단체에 납치·피살된 김선일씨에 대한 노무현 정부의 대처를 강하게 질타했다.

“국가의 가장 기본적인 임무인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지도 못하는 것을 보면서, 국민들은 정부의 무능과 무책임에 분노하며, 국가에 대한 근본적인 회의를 갖게 되었다”

백 번 지당한 말이다. 그것은 노무현 정권이나 박근혜 정권이나 어떤 정권도 다 같다. 그렇다면 지금의 박근혜 정권은 어떤가. 할 말이 없다. 대통령은 29일 안산분향소에 조문을 갔다. 일반인의 조문 시간인 10시보다 이른 시간이었다. 어디선가 불쑥 나타난 할머니 한 분이 대통령의 위로를 받았다. 뒷말이 많다. 부자연스럽다. 누가 봐도 이상했을 것이다. 아무리 유족이라 할지라도 그렇게 가깝게 따라다닐 수가 없다. 할머니 경호원인가 했다. 할머니는 대통령인줄도 몰랐다고 한다. 세상에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는가. 연출이라면 너무 서툴고 안쓰럽다. 아니길 바란다.

대한민국의 침몰

‘세월호’가 아닌 대한민국 호가 침몰했다고 한다. 무슨 의미인가. 침몰한 대한민국은 집권능력을 상실했다는 의미다. 신뢰와 권위를 상실해 버린 정권과 대통령이 어떻게 나라를 통치할 것인가. 방법이 있다면 그것은 강압뿐이다.

이미 강압정치에 많이 익숙해 있는 대한민국 국민이다. 다시 복종의 세월을 보낼 것인가. 비장의 카드라고 만지작거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박정희 독재시절에 차지철이 부마항쟁 당시 끔찍한 말을 했다.

▲ ⓒ민중의소리 갈무리

캄보디아의 크메르 루즈는 3백만을 죽였는데 우리는 1만명만 죽이면 조용해 질것이라는 것이다. 소름이 끼친다. 누가 지어 낸 말이겠지. 그러나 국민들은 몸서리친다. 국민은 4.19의 희생을 겪었고 5.18의 학살을 당했고 12.12 쿠데타를 경험했다.

참회는 인간만이 할 수 있고 용서도 인간만이 할 수 있다. 지금 ‘세월호’의 침몰 이후 폭포처럼 쏟아지는 정권의 비리와 국정의 난맥상은 사과만으로 국민의 분노를 잠재울 수가 없다. 국민이 진정한 사과라고 느낄 수 있고 그 사과를 뛰어넘은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다.

모든 비리를 도려내야 한다. 내각은 당연히 전면적으로 바꿔야 하고 원성의 근원지이기도 한 국정원장을 파면해야 한다. 청와대도 새롭게 태어나야 한다. 국민의 분노를 달랠 수 있는 일이라면 대통령은 무엇이든지 결단해야 할 것이다. 국민들도 이제 정말 제대로 된 정치인을 선택할 줄 아는 안목을 길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불행은 계속되고 눈물속에서 헤어날 수가 없을 것이다. 늙은이들도 제발 투표 좀 잘해야 한다.

서울시청 분향소에 몰리는 ‘노란리본’을 단 국민들을 보라. 이들이 가슴에 단 ‘노란리본’은 참사로 목숨을 잃은 우리의 죄 없는 자식들만을 애도하는 리본이 아니다. 실종된 대한민국 호를 애도하는 리본이기도 한 것이다.

이제 대한민국 전국이 ‘노란리본’의 물결로 덮힐 것이다. 리본 하나하나가 모두 국민들의 눈물에 젖은 것이다. ‘노란리본’이 전국을 덮고 하늘을 덮어도 이 슬픔은 가실 수가 없다. “엄마. 추워요. 빨리 꺼내 주세요.”

‘우리 애들, 불쌍한 우리 애들’ 그들을 우리 국민들은 영원히 가슴에 묻고 죄인으로 살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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