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하림의 정치읽기]

이제는 옛날이야기가 되어 버렸는지 몰라도, 한때 ‘광주에서 왔습니다’라고 하면 참석자들이 모두 새로운 눈빛으로(어느 정도의 존경과 감사와 이해가 담긴, 때로는 약간의 경원도 있지만) 바라보았던 시절이 있었다.

▲ 김하림 조선대학교 교수(전 광주전남문화연대 공동대표).

그 이유는 정확하게 알 수는 없으나, 다른 지역 참석자들이 ‘광주’ 시민은 ‘광주’ 만의 시민이 아니라고 생각했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 시절 광주는 ‘광주’ 만의 ‘광주’가 아니었고, 광주 ‘시민’은 광주를 넘어선 하나의 상징적 ‘시민’이었다. 물론 그 무렵 광주 ‘시민’은 결코 광주에만 국한된 ‘시민’이고자 하지도 않았다.

2014년 6월 4일에 있는 지방선거에 다시 ‘광주’가 주목받고 있다.
광주의 선택이 전국을 뒤흔들 진원지가 되었기 때문이다. 물론 지방선거는 그 지방을 잘 이끌어갈 지도자를 선출하는 과정이다. 그렇기 때문에 자기가 살고 있는 곳을 현재보다 나은 상태로 만들 수 있는 능력과 애정을 지닌 인물을 선출하면 그 지방에 살고 있는 한 명의 국민으로써 그 책임과 의무를 다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과연 그러한가? 어느 한 지방이 아무리 독자적으로 노력해도 정치적, 경제적 격차의 심화, 갈수록 커지는 빈부의 갈등, 불평등을 극복할 수 없다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광주와 호남은 오랜 기간 소외와 억압을 받은 경험이 있고, 그 이후에는 앞장서서 새로운 정권을 창출한 경험도 가지고 있다. 또 새로운 정권을 창출했다고 해서 특별한 특혜를 지역이 받지도 않았고, 강력하게 요구하지도 않았다.

그것은 그 자체로서 그동안의 설움과 분노를 더 높은 차원으로 해소하고 자긍심으로 승화했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살고 있는 장소나 시간만을 고집하지 않았던 커다란 시야와 희생정신, 미래에 대한 기대를 광주가 품고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2014년의 지방선거는 결코 2018년에 임기가 마감하는 지방권력을 창출하는 선거에 국한되지 않는다. 2014는 2017의 전초전이면서 2017을 위한 첫걸음을 내딛는 일이기도 하다. 2017체제를 원하는 대로 만들기 위해서는 2014 체제에서 광주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이 있다.

현재 인구수나 정치권력에서나, 경제적 수준에서 광주는 전국에서 최하위권에 속한다. 그러나 문제는 이것만이 아니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광주는 더 이상 ‘광주’가 아닌 상태로 그저 몰락해가는 광역자치단체로 존속할 뿐이다.

우리의 아이들도 더 이상 ‘광주’를 고향으로 자긍스럽게 여기지 못하고 자라날 것이다. 이러한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 그리고 이를 통해 한국사회에 희망을 부여하기 위해서 '2014체제'에서 광주가 해야 할 일이 있다.

그것은 ‘시민의 권력’을 창출하는 일이다. 그리고 그 ‘시민의 권력’을 통해 광주가 아닌 다른 지역에 모범을 보이면서, 2017을 위해 우리가 노력하자고 호소하고 당위를 부여하고 동력을 불어넣는 일이다.

풍부한 행정경험이나 중앙정부와의 인맥과 소통이 지방정부를 살리는 데 긍정적으로 작동하기도 한다. 그래서 물론 이의 중요성도 간과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이 중요성은 광주 뿐만 아니라 광역이나 기초의 누구도 다 그 정도의 경력과 경험, 능력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사실 별로 중요한 부분이 아니기도 하다.

광주시장은 ‘광주’ 만의 시장이 아니라는 것은 광주 뿐만 아니라, 선거를 통해 새로운 세상을 꿈꾸는 다른 지역의 모든 이들이 생각하고 인정하고 있다. 낡은 기득권을 버리고, 안주하는 모습을 버릴 때 광주는 ‘광주’로 다시 태어날 수 있고, 바뀐 광주라야 한국사회를 바꿀 수 있다.

6월 이후에 외부 모임에서 다시 이런 인사를 받고 싶다. “아, 광주에서 오셨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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