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재홍 광주시의원 - 불출마 기자회견문[전문]

“내려놓을 줄 아는 사람이 되고자 합니다!”
- 6·4 지방선거 불출마를 선언하며 -

존경하고 사랑하는 광주시민 여러분, 동구 구민 여러분!

빛나는 꿈의 계절이자 눈물 어린 무지개 계절, 4월입니다.
저는 오늘, 이 아름다운 계절에 한 사람의 지방정치인으로서 모든 기득권을 내려놓고, 다가오는 6·4지방선거에 출마하지 않기로 결심하였습니다.

▲ 손재홍 광주광역시의회 의원.

저는 2002년 제3회 동시지방선거부터 2010년 제5회 지방선거까지, 3선 광주시의원의 영예를 안았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서, 제가 지난 12년 동안 광주시의원으로서 대과(大過)없이 소임을 다할 수 있도록 과분한 성원과 사랑을 보내주신 광주시민과 동구 구민 여러분, 공직자 여러분과 언론인 여러분께 머리 숙여 감사의 말씀을 올립니다.

돌이켜보면, 제가 걸어온 지난 12년은 질풍노도(疾風怒濤)처럼 치열한 나날이었습니다. 광주와 동구 발전을 위해 온 몸을 던져 일했고, 숱한 정치적 시련 속에서도 올곧은 신념을 지키고자 고군분투(孤軍奮鬪)했던 나날이었습니다.

의정 활동 중에 특히 기억에 남는 일은, 오염된 광주천을 12년의 노력 끝에 어린이들이 멱감고 물놀이하는 생수같은 하천으로 탈바꿈시켰고, ‘돈 먹는 하마’라고 불릴 정도로 광주시민의 혈세를 잡아먹는 2순환도로 문제를 최초로 제기한 것입니다.

이처럼 제 스스로 자부심을 느끼고, 광주시민들께서 인정해주시는 여러 의정 활동 성과는 오직 광주시의원으로서 당당하고 부끄럼 없이 일하겠다는 초심(初心)을 지킨 결과였으며, 이런 저의 노력은 ‘전국 최고 지방의원’이라는 객관적인 평가로 이어졌습니다.

저는 지난 12년 동안, 광주시의회 출입기자들이 최고 의원을 뽑는 ‘베스트 의원상’, ‘대한민국 의정대상’, ‘매니페스토 약속대상’, ‘우수 조례 최고우수상’ 등 중앙과 지방을 막론하고 광역의원이 받을 수 있는 상이란 상을 모두 받는 영광을 안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정당의 현실은 달랐습니다. 지방정치인에 대한 꼼꼼한 검증보다는 특정 세력의 입맛에 맞는 사람에게 공천을 주기 위해 그 때 그 때 룰을 바꿨습니다. 2012년 12월, 동구청장 보궐선거 당시에도 저는 유력 후보로 거론됐으나, 현역의원 15% 감점이라는 해괴한 룰에 의해 희생당했습니다.

저는 이러한 꼼수 정치를 바로잡고자 천막농성까지 하면서 잘못된 공천 방식을 바로 잡아달라고 호소했지만, 국회의원 어느 누구도 제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았습니다. 기득권 세력의 눈치 보기에 급급한 정치인들의 모습을 보면서, 저는 한없이 정치에 대해 환멸을 느꼈습니다.

그리하여, 저는 그 때 바로 정치를 떠나고 싶었습니다만, 시의원 임기 중에 떠나는 것은 저를 뽑아준 유권자들에 대한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하였고, 약속된 임기까지 최선을 다하기로 결심하였습니다, 이제 임기를 완료하였습니다. 홀가분하게 정치를 내려놓고 후배들에게 길을 열어주고자 합니다.

제 나이 54세, 3선 광주시의원의 경험과 경륜을 안타깝게 생각하는 분들의 마음도 이해하지만, 저는 더 이상 개인의 욕심에 연연하는 정치인이 되고 싶지 않습니다. 저의 뒷그림자가 많은 사람들에게 아름답게 비춰지기를 소망합니다.

지금 새정치는 우리 시대의 화두(話頭)로 떠올랐습니다. 저 역시 이 거대한 변화에 동참하고 싶었습니다만, 더 좋은 지방 정치인들이 나서서 신뢰와 의리를 바탕으로 한 ‘정도(正道)의 정치’, 시민에게 행복을 주는 ‘희망의 정치’를 펼쳐주실 것을 기대합니다. 저도 미력하나마 적극 후원하겠습니다.

19세기 미국의 정치개혁가 제임스 프리먼 클라크(James Freeman Clarke)는 “작은 정치인은 다음 선거를 생각하고, 큰 정치인은 다음 세대를 생각한다”라고 갈파했습니다. 저는 큰 정치인은 아니지만, 큰 마음으로 다음 세대를 생각하며 새로운 길을 모색하고자 합니다.

이제 저는 한 사람 시민으로 돌아가서 소외되고 어려운 이웃을 돕는데 헌신하며, 가치 있고 보람 있는 삶을 가꾸어나가겠습니다. 그 동안 광주시민과 동구 구민, 공직자 여러분과 언론인 여러분의 과분한 사랑에 거듭 고마운 말씀을 올립니다.

4월의 꿈과 4월의 눈물을 함께 안고 저 손재홍은 제3의 길로 나아가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14년 4월 8일

광주광역시의회 의원 손 재 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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