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교조여! 나를 제명하라!

오래전에 써놓고 공개하지 못한 글이다. 몇 가지 덧붙여 현 상황을 평론하고자 한다.

‘2014 광주민주진보교육감 추대위원회’가 깨졌다. 역할을 제대로 하라고 응원(?)했더니 스스로 판을 깼다. 추대위 공동대표였던 최영태 교수의 진정어린 메시지는 흡수조차 되지 못했다. 뒷전에 남은 것은 남 탓에 빠진 패배적 성토뿐이다.

진실은 뭔가? 왜 이렇게 밖에 할 수 없는가? 지역의 시민운동 에너지가 교육감선거에 몰입되고도 만들어진 성과가 이 정도였다는 것이 슬프다.

누구의 푸념처럼 “지역의 수준”이라고 탓해야 할까? 어디서 무엇을 고백하고 수습책을 찾아야 할까? 지금도 답답하지만 '축제의 선거' '거버넌스가 만들어질 선거'가 아니니 미래가 두렵기조차 하다. 여기서 시민교육과 시민정치의 희망을 주저앉혀야 할까, 아니다. 일으켜 세워야 한다. 그래서 펜을 들었다. 그들만의 광주가 아니요, 그들만의 관심거리가 아니다. 광주의 자존심을 지켜야 하고 우리 세대만 사는 것이 아니기에 꼼수와 싸워야 한다.

▲ 민주진보교육감추대위원회가 18일 저녁 8시30분 광주 금남로 와이엠시에이(YMCA)에서 6.4교육감선거에 나선 장휘국 현 교육감(왼쪽부터 다섯번째), 윤봉근 전 광주시의회 의장(오른쪽에서 다섯번째), 정희곤 광주시의회 교육의원(왼쪽부터 네번째)을 초청하여 후보단일화을 위한 1차 간담회를 열고 있다. 지난 4일 윤.정 출마예정자의 단일화 제안과 5일 장 교육감 수용 이후 14일만에 첫 '3자회동'이 열린 것. 정용화, 최영태, 이철우(왼쪽부터 1.2.3), 박봉주, 나간채 임추섭, 김정길(오른쪽부터1.2.3.4)민주진보교육감추대원회 공동대표단. ⓒ광주인

몇 가지 문제점을 신앙고백처럼 되짚어야 한다. 따지고 보면 민선1기 교육감선거도 건강하게 진행되지 않았던 기억이다. 민선 2기 역시 파열음을 극복하지 못한 원인이 되고 있는 것이다. 본질적인 원인은 따로 있다.

누군가 ‘광주는 죽었다’고 읊었다. '호통도 대안도 없다'고 했지만 '바른 제안'을 듣지 않는 것이 더 위험하다. 광주는 죽어가고 있는 것이지 사망의 단계는 아니다. 사망선고를 내리면 그 다음은 우리에게 없다. 아직 죽지 않은 우리가 있는 이상 사망선고를 내릴 수 없다.

더 이상은 회복할 수 없는 일로 치달아서는 안 된다. 도를 넘어 횡포수준의 현실을 고해성사를 통해 '정의와 양식'이 세워질 수 있기를 후보들에게 권하고자 한다. 이 지적은 가슴 시린 발언일 수밖에 없다.

‘전교조 광주지부 지도부’, 1순위로 해산을 명한다. 필자를 제명하더라도 좋다. 당신들이 해온 일을 시민들은 다 안다. 지난해부터 ‘교육감후보 대안부재론’을 주도해왔다. 지부 '집행위원회 회의'와 '대의원 대회'에서 유감없이 보여줬다. 전교조의 책무는 교육감을 만드는 일이 아니다.

교육감과 주례회동을 하고 친정체제를 구축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디어를 내고 시중여론을 대변해야 한다. 전교조 가치를 교육권력이라는 정치적 공간에서 담는 것이 필요할지 모르지만 선거를 치루면서 공정성을 외치고 선진적인 가치를 담을 수 있도록 제안해야 한다. 시민들이 갈증을 느끼는 현안 분석 자료를 제공하고 교육정책을 모니터링하고 견제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현교육감이 고배를 마시면 전교조가 책임질 수 있는가? 안일한 현실진단과 오만한 위세가 독이 되고 있다는 것을 왜 모를까? “전교조 지부장 선거 하듯이 교육감선거를 하고 있다”는 비아냥이 들리지 않는가.

두 번째는 시민추대위를 끌고 왔던 선배들에게 책임 있는 행동을 요청한다. 지금까지 추대위를 지배해온 흐름은 누가 뭐래도 ‘재추대론’이다. 구성인물이 그랬고 과정이 그랬으며 논리가 그랬다. 룰도 합의 되지 않았고 감동의 제안도 없었다.

새로운 가치와 인물을 담아주려고 멍석을 펴고 손님들을 불러온 모습이 아니었다. 결국 '재추대'라는 꼼수를 만천하에 드러나고 만 것이다. 현직이니까 유리하다. 개인적으로 “현교육감의 도덕성과 철학은 하자가 없다”는 논리, 필자도 부인하지 않겠다.

그런데 그 자리는 그것이 전부이지 않다는 것이 문제다. 진보진영이 욕먹는 이유는 내부에서 정해놓고 밀어붙여 안 되면 책임지지 않고 고집불통이 되는 것이 문제다. 시민을 위해 '멸사봉공'의 어떤 노력을 할 것인가가 없다.

광주의 시민운동은 본말이 전도되었다.

누군가는 필자를 보고 양비론자라고 했다. 나는 양비론자가 아니다. 양비론이 아니라 합리성을 찾고 이념적 프레임으로 지역교육을 고착시키려는 세력을 견제하는 평론작업을 할 뿐이다. 양비론은 어느 쪽을 편드는 선택을 해야 한다는 강요이다.

셋째, 시대흐름의 맥을 짚지 못하는 어른들(?)이 판을 깨고 있다고 했단다. "쬐깐한 놈들이 건방지다"고 질책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소름이 끼쳤다. 그건 후안무치(後顔無恥)다. 후보중에는 60이 훨씬 넘은 사람도 있다. 그런데 ‘쬐깐놈들’인가? 그런 호통 뒤에다 “특정고교 선후배들이어서 냄새난다”고까지 비난한 것은 상상을 넘어선다.

판단을 이렇게 밖에 할 수 없는가.
개그콘서트에 말한 것처럼 "화가 난다. 화가 나" 새로운 세대는 이 땅에 존재할 필요가 없단 말인가. 물론 경험 많은 선배들을 내치자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상식의 도를 넘아섰다는 이야기다.

결국, 교육감시민후보결정은 상처투성이로 깨졌다. 어쩌면 잘 된 일인지도 모른다. 사필귀정(事必歸正)의 결과가 일찍 왔고, 후보 진영의 진정성이 무엇인지 알려졌기 때문이다. 슬프게도 이게 시민운동 사멸의 서곡이라는 것을 인지해야 한다.

엄중한 현실이다. 시민후보로 검증받겠다던 남은 윤봉근 후보와 정희곤 후보는 사퇴의 길을 걷던지, 양심을 걸고 진실을 외치던지 양자택일의 시점에 서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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