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즉생(死卽生)은 만고의 진리임을

홍수가 진 강에서 익사체를 인양한 구조대원들의 얘기를 들으면 익사채는 손에 무엇인가 반드시 힘껏 쥐고 있다는 것이다. 그것이 나무 조각일 수도 있고 새끼줄 토막일 수도 있다.

무엇인가 잡고 살려고 몸부림 친 안쓰러운 흔적들이다. 물에 빠진 자가 지푸라기라도 잡는다는 바로 그 현장이다. 오래 굶은 사람은 찬밥 더운 밥 가리지 않는다. 먹어야 산다. 생존을 위한 탈출이다.

신당 창당이 끝났다. 뻔한 결과이기에 무슨 특별한 관심이 있겠느냐고 할지 모르나 그래도 야당이 하나로 합친다는 의미에서 조금의 관심은 가졌으리라. 창당이 마무리 돼서 다행이다. 무슨 일이든 예상이 정확히 맞아 떨어지면 싱겁다. 창당대회 역시 그랬다. 신경 많이 쓴 것 같은 연출인데 부자연스러운 것이 거슬린다. 몇 가지 지적하고 싶어도 잔치에 재 뿌리는 것 같아 삼간다.

절반씩 갈랐다. 굳이 따지자면 126석의 거대야당이 2석의 안철수에게 너무 손해 본 것이 아니냐고 할지 모르나 김한길에 입장에서는 죽기 직전에 살아났으니 그런 거 따질 처지가 안 된다. 김한길의 머리가 좋다는 소리가 들린다. 빙하위에서 얼음장사로 돈 벌 솜씨라는 말이 맞는다는 생각이다.

▲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새정치민주연합 최고위원회의'에서 김한길-안철수 공동대표가 대화하고 있다. ⓒ민중의소리 갈무리

되는 집안에는 인물이 모인다는데 전과 달리 안철수 주변이 썰렁하다. 태산같이 믿던 윤여준도 갔다가 오더니 다시 귀거래사를 읊었고 김성식, 박선숙, 장하성, 박호군, 홍근명도 떠났다. 일당백 일당 천이라는 말은 있지만 정치는 혼자 하는 것이 아니다. 오늘의 안철수가 왜 저처럼 외롭게 됐는가. 왜 지지율은 계속 하강곡선인가.

괜히 헐뜯는다고 비난하는 사람이 있겠지만 결론은 정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정직은 정치인의 최고 덕목이고 특히 우리나라처럼 최고의 권력자가 전과 14범이었던 나라에서 정직과 신뢰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정직한 척 꾸미지 말아야 한다.

여의도 하늘에는 거짓말만 날라 다닌다지만 안철수가 백년 간다면서 만든 정당은 한 달 겨우 넘기고 운명했다. 날이 갈수록 진실성과는 거리가 멀어지는 안철수의 행보에 대해 국민의 신뢰가 떨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나 정말 우리 국민은 정치인 복이 지지리도 없다는 생각이 들어 씁쓸하다.

지도자에게 의지할 수 있다는 것은 바로 희망을 갖는다는 것이다. 한국의 정치현실에서 의지할 수 있는 야당이 존재한다는 사실은 국민에게 얼마나 든든한 버팀목인가. 과연 신당이 해 낼 수 있는가. 해 낼 수 있다면 그것은 하늘의 은총이다.

이제 지푸라기라도

국민들이 걱정을 한다. 이제 신당이 어떻게 할 것이냐. 귀신도 앞일은 모른다지만 어두운 분석이다. 이번 6.4선거에서 참패한다는 전망은 여야를 막론하고 일치한다. 전쟁에는 반드시 승자와 패자가 있기 마련이지만 6.4선거의 참패가 주는 결과는 끔찍하다. 야당의 존립문제다. 창당대회를 보는 시선이 어두운 것은 패장의 예감 같다.

이제 안철수의 최측근이라고 할 수 있는 이계안이 방송에서 전 국민을 향해 당당하게 말했다. 이번 선거에서 패배했다고 책임을 지라는 것은 과도한 것이다. 이 말은 책임을 지지 않겠다는 속내를 들어 낸 것이다. 지금까지 선거에서 패배하면 당 지도부는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 그게 도리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나 아니라고 한다. 책임 안 진다는 것이다.

책임을 지고 안 지고는 선거가 끝나 봐야 안다. 그러나 이미 책임문제는 정리가 됐다. 이번 선거는 패할 것이니까 책임은 물을 생각은 하지 말라는 것이나 무엇이 다른가. 참으로 한심한 대책이 아닐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쟁은 시작됐다. 필사의 신념으로 싸워야 한다.

13척의 함선보다 얼마나 많은 배가 있는가. 술수의 능한 김한길과 퇴색했지만 ‘새정치’의 상표인 안철수가 있지 않은가. 패하면 모든 책임을 진다는 각오가 있어야 한다. 죽기로 싸우면 반드시 길이 있다.

야당은 대의와 명분에서 칼자루를 쥐고 있다. 새누리는 기초공천을 하지 않는다는 국민과의 공약을 내 던졌다. 공약파기의 달인이라 할지라도 파기는 파기다. 국민에게 이를 일깨워야 한다. 하루 빨리 선거대책본부를 구성해야 한다. 후보선정을 누가 하느냐 따위에 주도권 쟁탈전은 버려라. 눈만 제대로 뜨고 보면 누가 후보감인지 보인다. 계파 따지는 인간은 역적이다. 조경태는 편하게 쉬도록 해줘야 한다. 안철수가 바이러스 백신 전문가 아닌가.

정도를 가라

김한길이나 안철수, 두 정치지도자는 야당의 지지도를 보면 한숨이 나올 것이다. 이 정도로 지지를 못 받는단 말인가. 열댓 명 대답 듣고 여론조사 했다고 돈 받아먹는 조사 기관도 한심하지만 이걸 대문짝만하게 발표하는 언론사도 거기서 거기다.

김한길 안철수는 대표 자리를 1년 동안 보장 받았다. 1년 동안은 끄떡없다고 안도할 것인가. 아닐 것이다. 그들도 정치를 안다. 선거가 끝나면 어떤 일이 일어날 것이라는 것을 짐작할 것이다. 잘 알지 않는가. 떠나는 동지들 잘 보지 않았던가.

국민들이 보기에 저 정도면 정성을 다해서, 최선을 다 했다고 인정을 해야 한다. 꼼수의 달인이라 할지라도 이번 선거에서는 미련 없이 꼼수를 버려라. 안철수도 이제 옛날의 안철수가 아니다. 북콘서트 한다고 대학 돌아다니며 박수 받을 때는 지났다. 이제는 야당의 대표다. 대표 값을 해야 한다. 그게 바로 정치에서 정도를 가는 것이다.

우클릭 한다고 김대중, 노무현 묘소 방문을 뒤로 밀어버리는 얄팍한 잔머리. 누가 꾀를 냈는지 새대가리다.

김영삼 대통령의 대도무문(大道無門)이란 특허상표가 있다. 험구가들이 길(道)자가 아니라 도적 도(盜)자를 써서 대도무문(大 盜 無 門) 즉, 큰 도적에게는 문이 있으나 마나라고 했지만 큰 길에 문이 없다는 말은 맞다. 정도를 걸으면 거칠 것이 없다는 의미다.

김한길은 이미 평가가 난 정치인이지만 안철수에게는 아직도 기대하는 국민이 있다. 지푸라기를 잡는다는 것은 꼭 살수 있다는 것이 아니라 죽을힘을 다해서 노력한다는 의미다.

교훈은 인생도처에 있다. 이순신 장군은 생즉사 사즉생(生卽死 死卽生) ‘살고자 하면 죽고, 죽고자 하면 살리라’는 말씀을 남기셨다. 엎드려 절하고 그 말씀 가슴에 새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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