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진영, '교육감 대안부재론' 멋진 이야기인가?

나는 글쓰기에 몰입해 있다. 현재 10편의 지역교육담론을 쓰고 있다. '지역교육론'쓰기는 내가 할 수 있는 마지막 지식기부일 수도 있다. 최근 '다시 도전받는 지역교육' 열번째 글에서 현 장휘국 광주시교육감 재출마와 관련해 시중여론을 전달했다. 그랬더니 이렇게 댓글이 올라왔다.

"생각하시는 진보교육의 그림을 제시해보시거나 현교육감은 왜 안되는지 구체적인 이유를 제시해보시지요. 더 나은 후보가 있다면 그의 비전을 한번 보여주시죠."

명쾌한 댓글이다. 명쾌한 '대안부재론'이요, '현교육감 대세론'이다. 그런데도 그 다음 뒷맛이 찝찝하다. 나에게 '안 되는 이유를 밝히라고, 더 나은 후보가 있다면 그의 비전을 보여달라'고. 날 선거판의 꾼으로 보는가? 모두들 숨죽여 눈만 껌벅대고 있는데 이렇게 민감한 이야기를 정면에서 건든다는 시빈가? 아니면 정말 협잡꾼이란 말이다.

허나 어쩌랴. 이 표현 안에는 일각의 세력들이 이미 후보를 정했다는 늬앙스요, 새로운 지역교육을 위한 어떤 제안도 수용할 수 없다는 말이 숨어있는 것 같으니.... 걱정보다 갑자기 숨이 막혀온다.

또 다른 페북의 글이다.
"지방선거가 다가올 수록 정치적 셈법이 요동을 치고 있다. 특히 지역교육감 선출과 그 자격에 대해 의견이 분출하고 있다. 그러나 그 주장들 속에 내재된 '배제의 논리'는 좀 더 숙고해봐야 한다. 선거는 '누가 더 나은가?'에서 답을 구해야지 '누가 더 나쁜가?'로 잣대를 들이대면 최선의 대상도, 고를 대상도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항용 다반사가 최선을 구하는 게 바른 태도이고 도리지만, 꼭 최선이 아니라면 차선을 구해 보는 게 현실을 구축할 현명한 판단이다. 즉 현실 문제를 대하는 자세라 하면 널리 알려진 대로 선비적 기질과 상인의 안목을 겸비하는 게 책임있는 실천지식인의 자세가 아닌가?"

"출마자치고 이상과 철학을 오롯히 세우지 않았다면 누가 출사표를 던졌겠는가? 다만 그들이 표방한 바가 내 가치관과 신념...에 부합하지 않았을 뿐 아닌가? 특히 호불호가 갈리는 인물평가, 정책평가는 일도양단으로 재단하기 어렵다. 단지 시의적절했는가? 정당한 정책수단으로 집행했는가? 현실의 개선에 기여했는가? 사리사욕은 없었던가? 이런 잣대 속에서 투명하게 검증할 필요가 있다."

"인상비평이나 일명 카더라 방송은 객관성을 담보하지 못할 뿐더러 악의적 마타도어의 유혹이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보수는 부패로 망하고, 진보는 분열로 망한다는 말을 믿고 싶지 않다. 건전한 비판과 대안의 제시, 뜬 구름 잡는 식의 언설이 아닌 실천가능성을 담보한 언어가 보수니 진보니를 막론하고 더욱 필요한 것이다."

참으로 안타깝다. 내 의식 안에선 지역교육에 대한 고민을 더 적나라하게 이야기하고 싶은 충동이 철철 넘치는데도 알만한 사람들의 시선은 이렇게 한가롭다. 프랑스혁명을 다룬 '라미제라블'의 쟈베르경감을 이야기하지 않더라도 범속한 일상속에서 이해관계에 따라 얼마나 이합집산하는가?

이 글조차 그렇다. '가치관' '카더라' '마타도어' '분열로 망한다' .... 한 마디 한 마디 의견을 밝히고 싶지만 그만둔다. '나름 훌륭하신 현직이시니 시비말라는 평 아닌가?'

필자는 관심없다. 뱉은 말만 책임지라는 것이다. '시민후보'라 했으면 공개적으로 시민을 향해서 평가받는게 '시민후보'일 뿐이다. 당선용 시민후보는 아니지 않았던가? 지역교육의 꿈을 실현하겠다는 책무감을 가졌기에 그랬을 것이다.

찻잔속의 태풍을 만들지 말라는 것이다. '시민후보'가 유행이 되었다. 현 장휘국교육감은 처음으로 시민후보가 되었고 '시민후보'를 정의한 당사자다. 이제는 너나없이 후보들마다 '시민'을 수식어로 쓸 정도다. 현교육감은 이번에도 시민을 위한 시민적 거버넌스가 뭔지 보여주어야 한다. '시민'들이 선거의 노리개감은 아니지 않는가.

모든 이의 가슴에 묻자. '시민후보'로서 광주정서에 맞는 지역교육을 오롯이 세우려는 노력을 얼마나 해 왔는가? 지역의 거버넌스를 위해 얼마나 헌신해 왔는가? 그냥 세간에서 말하는 진보교육감이니 모든 걸 다 인정해 줄 수 있다고 본단 말인가? 진보는 시민옆에 있을 때 살아있는 것이다.

위에서 언급한 "시의적절했는가? 정당한 정책수단으로 집행했는가? 현실의 개선에 기여했는가? 사리사욕은 없었던가?" 이 의견은 맞서거나 반박할 이야기는 아니다. 허나 '무엇을 향해 무엇을 말하려고 했느냐'(주관성의 극복이 절실히 필요하지만)에 따라 똑같은 질문도 다른 해석을 낳는다.

진보라면 정말 고뇌해야 한다. 묻자, 진보로 시민적 거버넌스를 만들었는가, 혁신학교로 교사들이 답답해하던 현장갈등을 얼마나 해소해줬는가, 아니 학부모들과 공감하고 그들의 현실적 이익을 넘는 감동을 만들었는가? 다른 지역(가장 가까이 전남북)과 비교해서 봤으면 한다.

현교육감 나름의 업적을 깡그리 평가절하하자는 의도는 아니다. 당당하게 평가받고 재출마를 하더라도 검증하자는 것이다. 그것이 우리가 말하는 민주성이다. 어차피 출발자체가 시민후보였고 재선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도 시민후보 아닌가? 왜 초선 때는 시민후보로 적극적으로 포장해 놓고 재선 때는 음모적이냐는 것이다.

그래서 필자는 여느 정치인처럼 보고서를 내는 출판기념회가 중요한게 아니라 시민들에게 평가받는 축제의 장이 더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시민들의 비판적 여론을 손으로 하늘을 가리려는 격이 아니고 뭐란 말인가. 시민들의 속성은 힘있는 사람 옆에서 은혜를 입으려 한다.

나도 마찬가지다. 내 발언의 행간을 놓치고 이해 못할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싶지 않아 입다물고 굿이나 보고 싶을 때가 더 많다. 난마같은 현실을 독해하는 눈이 쬐끔 있다고 그게 근질거린다고 문질러 병만든 것이니 스스로 생각해도 어리석도다.

허나 어쩌랴. 배운 것을 환원해야 할 고급지식인으로 짊어져야 할 팔자이니. 필자가 하는 고민의 진정성은 하나다. '우리 시대가 좌건 우건 좀더 합리적인 건강성을 회복했으면 좋겠다.' 는 것이다.

당연히 내 지적은 자기 잇속만 챙기는 사람을 돕겠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실력교육'을 앞세워 '권토중래'를 꿈꾼다는 구실 아래 지역의 미래를 왜곡시키지 말기를 권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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