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력교육의 실체를 말하다(1)

"현 교육감은 안 돼요. 이래 가지곤 안 돼요. 혁신이다 뭐다하더니만 애들실력은 많이 떨어지고 명문대 진학율도 형편 없다 잖아요." 우연히 옆자리 식당손님들의 대화가 귀에 솔깃했다. 

지방선거의 해 답다. 호사가들도 아닌 보통 사람들이 술판이고 밥판이고 여기 저기서 교육문제를 다루는 이야기가 예전과 다르게 흥미롭다.

사람들이 '현 교육감이 못한다'고 판단하는 근거는 뭘까? 왜 진보교육감을 싫어할까? 민주주의 가치와 실력교육의 가치를 등가 처리하는 근거는 뭘까? 민주주의가 몸에 배이고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실천할 줄 아는 사람들의 가치판단일까? 실력의 실체는 뭘까? 꼬리를 물고 의문이 일어난다.

'실력광주', '실력교육'. 교육계에서 수도 없이 일상에서 목격하는 일이다. 그러나 실력을 언급하는 현실은 교육의 진정성을 담으려는 고민과는 거리가 먼 주제다. 그럼에도 선거시기가 되자 강력한 주제가 되어 회자되는 이유는 뭘까?

흔히 광주를 '민주의식이 높은 지역'이라고 밀한다. 그러나 동의하기 어렵다. 이 전제는 교육이 바로 서지 못하고 있는 안타까움이 커서다.

결코 광주의 역사적 가치를 깍아내리자는 뜻이 아니다. 외부로부터 과포장된 표현으로 억울할 뿐이다. 안으로는 여느 곳과 다를 바 없이 '담함'과 '질시'로 바둥거리는 삶의 원리들이 평범하게 지배되고 있지 않는가.

그런데도 광주사람들이야말로 민주의식이 높다는 평가가 올바른가. 지역 밖이나 안에서 대부분 사람들은 자기 머리 속의 진보적 상상과 몸으로 움직이는 보수적인 행동의 간극을 제대로 구분할 줄 모른다.

내 자식을 안락하게 성공시키려는 태도가 보수성이고 정치적인 선택을 민주진영쪽에서 했기 때문에 진보성향을 가졌다고 판단하는 것이 그것이다. 그것이 모든 모순의 발원지다. 머리가 여러개인 메두사의 얼굴로 '실력교육'을 외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선거판 슬로건이 갖는 위선의 출발점이다.

교육감 후보자들이 실력광주를 문제삼는 것은 모순된 현실에 대한 고민이 아니다. 학부모들의 갈증을 얄팍하게 껴안은 '선거 잇속'이라고 보는 것이 더 옳다. 그래서 필자는 실력광주를 외치는 순간 민주화의 위업을 이뤄낸 도시와 실력교육의 본질을 근본적으로 왜곡시키는 일로 보는 것이다.

지금 우리 앞에는 광주 교육감후보로 10여명이 출사표를 던졌다. 그들 모두 실력광주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무한경쟁의 실력, 사람노릇도 못하는 실력, 미래가치를 붕괴시키는 실력, 이런 실력교육이 그들이 말하는 '교육회복'의 실체인가? 그래서 교육권력을 꿈꾸는 많은 사람들이 외치는 실력교육을 높이자는 선언이 오히려 걱정스런 지점이다.

이건 아니다. 필자는 '실력광주'가 이번 지방선거에서 최대 프레임이 되는 것을 우려한다. 분명 광주교육 의제의 본질의 바뀌는 선거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광주가 선도해야 할 일은 새로운 시대정신을 던지면서 필요한 지점에서 역할을 해야 한다.
평택, 강정, 밀양, 교과서, 정보유출.... 끝도 없이 이어지는 국가적 부도덕 앞에 실력보다 행복을, 경쟁보다는 협력을, 스스로 홀로 설 수 있는 주체적 사유를 키울 수 있는 인재육성, 문화예술, 자치, 도농공동체, 협동적 삶 등의 지역교육이 대안이요, 해결책이라는 선언이 절실하다.

제대로 된 광주가 분연히 떨쳐일어서야 한다는 선언이 더 필요한 이유다. 그 실체를 책임지겠다는 책임자가 우리는 더 절실하다.

그래서 6월 교육감선거를 앞두고 '실력교육'이라는 단어가 언어공해의 주인공이 되는 것보다 '모순된 현실을 직시할 줄 아는 실력교육'의 시대정신을 찾는 논쟁점으로 거듭났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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