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각으로 다 늙은, 예순 네댓 되는 후배, 일용직 타일공, 고졸이면서 독서량은 나보다 서너 배 되고, 고 리영희 선생, 고 윤한봉 선생 등 훌륭한 많은 분들과 교분을 맺었고, 요즘에는 광주 원로 리영한 선생과 만난다고 하는 후배가 찾아와 호프집에 앉았다. 아, 이 후배는 전두환 비석을 깨부쉈다가 잡혀간 전력이 있다.

후배는 자기 생애는 너무 허망하다고 한탄하는 것이 장기다. 그럴 때마다 후배더러 남 해친 적 없고 욕심 없고 마음이 착하니까 그대로 살다 죽으면 훌륭하다고 말해준다. 죽을 때 가지고 가는 것은 마음씨 하나뿐이라고 말해준다. 다른 사람들이 나를 알아주었으면 하는 그런 바람이야말로 허망한 것이라고 말해준다.

높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자들, 유명하다는 자들 앞에서 한 치도 꿇릴 것이 전혀 없다고 말해준다. 엊그제 만나서는 후배가 내 말을 조금 수긍하는 듯이 보였다. 

엊저녁에는 마누라 이모님이 별세하여 장례식장에 갔다. 영리하고 손재주 많은 이모님은 우체국 집배원을 남편으로 맞이하여 아들 둘 딸 하나 낳고 시어머니 친정어머니 모시면서 평생 아등바등 살다가, 암에 걸려 8년을 투병을 하다가, 식구들 지켜보는 가운데 조용히 미소를 머금고 숨을 거두셨다고 착하디착한 이숙께서 말씀하셨다. 기죽은 후배여, 우리네 민초들을 거개가 다 그렇게 살다가 죽는다네.

그 자리에서 처제와 동서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나는 손자가 셋인데, 동서네는 손자손녀가 다섯이다. 그 가운데 큰 아들네가 낳은 다섯 살 먹은 손자, 내 큰 아들 둘째 손자보다 두 달인가 늦게 태어난 그 손자는 벌써 글자도 다 읽고 쓰고 편지도 쓰고 영어 단어도 많이 알고 앉으면 공부를 한 두 시간도 끄덕 않고 한다고 한다. 검산가 판산가 하는 조카 처 오빠 닮아서 천재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나는 속으로 동서네가 본 그 손자를 위해서 화살기도를 바쳤다. 제발 그 손자는 자라서 김기춘 같은 사람이 되지 않도록 화살기도를 바쳤다.

한홍구가 쓴 글을 읽었는데, 김기춘은 지능지수가 170으로서, 서울대학교 나오고 사법시험에 합격한 다음, 역대 정권에서 승승장구하고 현재는 박근혜 치하에서 제2인자 노릇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 박근혜와 김기춘 밑에서 우리네 민초들은 철도민영화 의료민영화 등 1%(0.1%)특권층을 위한 시대착오적인 신자유주의 정책에 밀려서 죽을 지경에 처해 있다.

나는 손자만 일곱 살짜리, 다섯 살짜리, 여덟 달짜리 셋 있다. 둘째 아들이 둘째를 낳으면 손자손녀들이 넷이 될 터이다. 그 손자손녀들이 제발 행복하게 살기를 소원하고 있다. 그것만이 아마 내가 죽기 전에 유일하게 남은 소망이리라.

나처럼 평범할 내 손자손녀들이 자라는 과정에서부터, 다 자라고 나서까지 머리 좋다는 1%(0.1%) 지배층과 특권층과 그 자녀들에게 기가 꺾이지 않고 오히려 그자들을 사람다운 사람으로 만들어 줄 수 있었으면 하는 것이 내 마지막 소원이리라. 나와 같은 우리네 민초들의 소망이리라.

우리 자신을 속이지 말고 솔직히 말해보자. 온 세계 99% 민초들 등골을 빼먹고 여차하면 죽이고 무기를 만들고 군대를 조직하고 전쟁을 일으켜 대량학살을 저지르곤 하는 자들, 핵무기보다 무서운 가난이라는 무기로 날마다 10만 명씩을 굶겨죽이고 영양실조로 병들어 죽게 하는 자들이 다름 아닌 1%(01%)에도 못 미치는 대부호들, 각 방면에서 이른바 지도자 행세 하는 자들 아닌가?

그렇다면, 머리 좋고 똑똑하다는 것이 누구에게 좋은가? 우리 모두가 남보다 잘나 보이고 남 앞에서 우쭐대고 남보다 더 많이 차지하고 남보다 더 출세하려고 기를 쓰는 것이 누구 좋으라고 하는 짓인가? 그런 우리네 성향을 이용하여 1%(0.1%)에도 못 미치는 머리 좋고 잘 낫다는 자들이 우리네 99% 민초들을 벗겨먹고 죽이고 있지 않은가?

그러니 우리네 99% 민초들부터 열심히 노력해서 돈 많이 벌고 출세하겠다는 욕심에서 벗어나는 것이 출발점이다. 그런 깨달음과 삶으로 1%(0.1%) 부호들과 자칭 지도자들 심보를 뜯어 고쳐주어 사람답게 만들어주어야만 함께사는 정토와 신국이 이루어지지 않겠는가 하는 말이다.

지능지수 높고 출세해 보았자, 자칫하면 박근혜 내시 김기춘처럼 버러지만도 못한 사람이 되고 말지 않겠는가? 우주 안에서, 사람에게, 소중한 것은 머리 좋아 돈 많이 벌고 출세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떠받들어지고 지도자 되는 데 있지 않다. 그게 다 도둑질이고 강도질이고 살인을 일삼는 짓일 따름이다.

사람에게 가장 소중한 것은 지능지수 그런 게 결코 아니다. 따뜻한 마음이다. 인정이다. 진실한 마음이다. 정의로운 마음이다. 서로 아끼고 섬기는 마음이다. 서로 낮추고, 넘어지면 서로 일으켜 주고, 불쌍히 여기고 용서하는 마음이다.

그러니 사랑하는 후배여, 우리 기죽지 말고 가까이 있는 민초들, 멀리 떨어져 있는 민초들을 바다 같은 넓은 마음으로 품어 안은 채로 함께사는세상을 꿈꾸면서 꼼지락 거리며 살다가 그냥 죽어 가세나 그려.^^ 

** 도서출판 <일과놀이>는 모든 사람이 서로 아끼고 섬기면서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을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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