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대선 개입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에 그네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북한에서 피비린내 나는 숙청 바람이 불자 그네는 재빨리 국가 안보회의를 소집했다.

그리고 남한 국민들에게 겁을 주기 시작했다. 촛불 집회에 물대포를 쏘더니 철도 파업에 대해서는 단순 시위 참가자까지 직위해제했다.

그러다가 “안녕하십니까?”라는 고려대학교 학생의 대자보로 촉발된 젊은이들의 분노에 답하기라도 하듯 16일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그네는 장성택 이후 한반도 정세와 관련, "최근 북한에서 전개되고 있는 일련의 사태를 보면 북한 정세가 어떤 방향으로 진행될지 불투명하며, 무모한 도발과 같은 돌발사태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2013.12.16.서울 연합뉴스 신지홍 기자 기사 인용)

역시 그 아버지에 그 딸이었다. 70년대를 살면서 지켜봤던 박정희의 수법과 판박이 그대로였기 때문이다.

전 검찰총장 채동욱의 신상털이에 청와대의 조 아무개가 개입했다는 발표가 있었을 때, 청와대 홍보수석 이정현이라는 인간은 개인의 일탈행위라고 몰았다. 그러나 조아무개는 구속되었고 조아무개가 지적한 윗선에 청와대 고위층이 있을 것이라는 소식이 들린다. 조아무개의 거짓말이 아니라 청와대의 거짓말이 들통난 꼴이다.

그럼에도 그네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지금 그네는 북에서 총이라도 한 방 쏘아주기를 기다리는 사람처럼 보인다. 내부 갈등을 잠재울 정치력을 잃은 상황에서 국지전이라도 터졌으면 하는 것처럼 보인다.

대선개입은 감추어야하고 퇴진 요구를 무마해야 하는 상황에서 조용하다 싶었던 학생들까지 들고 나오니 당황했을 것은 짐작되지만 아무래도 당황한 정도를 넘은 것만 같다.

“북한의 도발 위협”은 국내가 불안해질 때마다 등장했던 단골 메뉴였다. 60년간 신문을 읽었던 나에게도 “북한의 도발 위협!”은 양치기 소년의 외침정도로밖에 들리지 않는다.

“북한의 도발 위협!”은 공염불로 끝나고 말았기 때문이다. 이제 단순한 국민 겁주기라는 사실을 모르는 국민들도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그네는 박정희가 정권안보용으로 썼던 말을 녹음기처럼 반복하고 있다.

그네는 자신의 말에 대한 신뢰를 스스로 포기하고 있는 것이다. 어쩌면 간첩사건 하나 준비하는 줄 모른다. 어쩌면 위수령이라도 준비하는 줄 모른다. 그러나 그건 자신의 불행을 키우는 꼴만 될 것이다. 우려스러운 일이다.

지금은 국민의 분노에 답해야 할 때다. 대선에 개입하여 이미 구속된 국정원장은 물론 은폐에 가담했던 국정원장을 내란죄로 처벌해야한다. 내란죄의 수괴인 mb를 구속해야 한다.

철도, 의료 민영화에 대한 의혹을 불식하기 위해 분명한 입장을 밝히고 파업에 가담한 노동자들의 징계를 해제해야 한다. 그리고 “안녕하십니까?”라는 청년학생들의 물음에 답해야 한다.

모름지기 국가와 국민을 위한 지도자라면 백성들의 살림도 걱정해야하지만 무엇보다 정신적으로 모범을 보여야 한다.

지금은 정권을 지키기 위해 발버둥 칠 때가 아니다. 신뢰하고 따를 수 있는 정책으로 국민에게 다가서야 한다. 그런데 그네는 아주 평범한 진실을 외면하고 불법 탈법의 길로 가고 있다. 이미 그네는 국민의 마음을 잃은 것이다.

내부 갈등을 조장하고 국민들의 불안감을 조성하는 그네 정권. 적이라고 하면서 그런 북한에 정권의 존립에 의탁하여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려는 듯한 그네와 그네들을 보는 것은 한 없이 불편한 일이다.

나라의 미래, 한반도의 미래는 불안하기만 하다. 그네 정권 1년.
한 순간도 다수 국민들의 마음을 편하게 해 준 적이 없었던 그네였다.
글을 쓰고 있는 도중에 NSC(국가안전보장회의)를 강화하겠다는 속보가 뜬다.

나무랄 일은 아니다. 그러나 왜 하필 이 시점인지, 다른 의도는 없는지 되묻고 싶다.

안녕하냐고? 평범한 질문에 답변은 막히고 가슴만 뜨거워진다.

2013.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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