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천막당사 철수... 촛불국면 위기 조장
시민 참여형 투쟁 축소... 여야대결 정쟁으로
 

지난 주 가장 큰 변화는 국정원 선거개입과 경찰의 수사결과 은폐 왜곡을 둘러싼 투쟁에 새로운 국면이 조성되었다는 점입니다.

민주당이 장외투쟁의 상징이었던 천막당사에서 철수함으로써 전장이 광장에서 국회로 옮겨지게 되었습니다.

이를 반영하듯 어제(9월 18일) 서울 촛불집회는 약 500명이 참석하는 것으로 축소돼 겨우 명맥만 유지하는 수준이 되었습니다.

 '원판김세'(원세훈, 김용판, 김무성, 권영세)나 '남해박사'(남재준 해임, 박근혜 사과)를 주장했던 애초의 요구에 비추어보면 민주당은 빈 손으로 국회에 복귀한 셈입니다.

반면 청와대와 새누리당은 이석기 의원 사건으로 국정원을 살려내고, 채동욱 검찰총장을 찍어냄으로써 법정싸움에 대비하는 실리까지 챙겼습니다. 대차대조표가 현저히 한쪽으로 기울었습니다.

민주당은 결국 또다시 '이기는 싸움'을 하는 데 실패했습니다. 3자회담 이후 박근혜의 부담이 훨씬 커지고, 여론조사 지지율 하락이 민심을 대변하는 상황에서 스스로 깃발을 내려놓고 말았습니다.

한 단계 강화된 대응이 예상되던 상황에서 전혀 다른 진로를 선택한 셈입니다. 민주당은 상대의 실책 이외 자력으로 뭔가를 해낼 능력이 없다는 시중의 평가를 다시 한 번 스스로 입증했습니다. 

민주당의 방침이 원내외 병행투쟁의 강화이지만, 실제 방점은 원내투쟁에 있습니다. 김한길 대표가 전국 순회투쟁을 전개하고, 그제 28일부터는 광주전남을 순회하지만, 이는 '노숙자 김한길의 전국순회투쟁'이란 제목에서 보이듯 제한적 의미로 받아들여집니다.

특히 당원 중심의 소규모 토크콘서트 형식에서는 외연을 시민사회까지 확대하지 않으려는 의지와 높은 수준의 투쟁을 조직하지 않으려는 의도가 명백히 읽힙니다.

시국회의를 적극 주도했던 통합진보당의 녹록치 않은 상황과 민주당의 원내투쟁 강화 방침은 '촛불의 위기'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일부 대학에서 학생 총투표까지 진행하며 국정원 사건에 대응하고, 천주교의 시국미사가 예사롭지 않게 전개되던 일련의 상황들이 힘을 잃게 되었습니다. 정치권의 회군이 촛불과 국민에게는 '집으로'를 구령한 셈이 되지 않을까 우려됩니다.

이제 국정원의 선거개입을 중심으로 한 단일전선은 약화되었고, 정기국회를 무대로 다양한 현안들이 이슈로 부상할 전망입니다.

따라서 당분간은 시민 참여형 정치투쟁은 축소되고, 여야대결 위주의 정쟁이 주된 대치선이 될 전망입니다. 차제에 전반적인 전열 정비와 새로운 모색에 나서야 합니다. 깊은 고민이 필요한 시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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