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명 칼럼] 국민과 함께, 민주주의 부활.

“민주주의 근간을 위협하는 일들이 공공연하게 터지는데도 민주주의를 지키는 방어기제가 작동하고 있지 않다, 민주주의란 상식과 합리에 기초해서 정치를 하자는 것이다.”

“국가정보원의 대선 개입과 NLL 포기 논란의 본질은 정보기관이 나서서 그들이 원하는 선거결과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그 목적을 위해서 안보를 선거공작에 악용하고 국가권력을 사유화한 것이다”

“그것이 실제로 선거 결과에 얼마나 영향을 미쳤느냐에 상관없이 그 자체로 선거의 공정성과 정당성을 무너뜨렸다, 민주주의 규칙이 깨어진 것이다”

“박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이 문제를 풀어야 한다” “국정원이 다시는 정치개입, 선거개입을 하지 못하게 진상을 밝히고 엄중한 조치와 함께 국정원을 바로 세우면 된다, 지난 대선에서 제기된 공정성과 정당성이 치유되고, 사회분열과 갈등도 해소될 것이다.” 

▲ 12일 문재인 의원이 서울 여의도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제4회 노무현대통령기념 학술 심포지엄'에서 축사하는 모습. ⓒ민중의소리 갈무리

9월 12일, ‘제4회 노무현대통령 기념 학술 심포지엄’에서 문재인의 축사 중에 포함된 내용이다. 현실에 대한 발언을 무척 조심스러워 해서 국민들이 답답해 한다는 여론을 단숨에 씻어버리려는 듯 마음먹고 한 말처럼 느껴진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이 나서서 오늘의 꼬인 정국을 풀어야 한다는 부분에서는 야당의 대통령 후보로서, 그리고 1.470만표의 국민지지를 받은 정치인으로서 당연히 할 수 있는 말이다.

비단 문재인 뿐만이 아니라 국민의 대부분이 오늘의 한국 정치를 답답해하고 한심해 한다. 해방 후 자유당 정권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이처럼 정국을 풀어내지 못하는 정치도 처음이다. 무엇이 문제인가. 문재인이 확실하게 정곡을 찌른 것이다. 대통령 책임이다.

대통령 선거에서 국정원이 선거에 관여했기 때문이다. 아직 판결이 나지 않았다고 할지 모르나 국민들은 알 거 다 안다. 이 난국을 풀 수 있는 당사자는 박근혜 대통령을 빼고는 아무도 없다. 여·야 가릴 것 없이 공감할 것이다.

한국의 대통령, 특히 박근혜 대통령의 경우 꼬인 정국을 풀어내는 열쇠를 자신이 가지고 있다. 국정원으로부터 도움을 청한 것도, 받은 것도 없다고 아무리 강조해도 믿는 사람이 없다. 이래서는 정국은 절대로 풀리지 않고 그 고통은 고스란히 국민이 질 수밖에 없다. 국론의 분열은 국력의 분열이다. 싫어도 대통령이 나서야 한다.

문재인이란 정치인의 존재

정치는 사람이 한다. 정치지도자들이 한다. 저마다 지도자라고 자처한다. 뒤통수에 눈이 달려있지 않기가 얼마나 당연한가. 달려 있다면 길을 다닐 수가 없을 것이다. 지난 국정원 국정조사 때 정치가들의 때 묻은 알몸을 보았다. 국민들이 표를 어떻게 행사해야 하는지 깨달았다면 그것이 국정조사의 유일한 소득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오래 망설이다가 이 글을 쓴다. 한 개인에게 칭찬을 하던 비판을 하던 그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객관적이라고 하지만 객관이 녹아들어 주관적일 수밖에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신하건대 지금 나는 객관적으로 글을 쓰고 있다고 자부한다.

길을 가면 뒤에 남기는 것이 있다. 발자국이다. 발자국마다 담긴 것들이 있다. 이를 덮어 숨기려는 이유는 자신들의 부끄러운 과거 때문이다. 자신의 과거에서 당당한 사람이 얼마나 될까.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당당한 사람들도 있다. 그중에 문재인도 포함된다고 믿는다. 그리고 그는 이미 검증이 됐다.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그의 과거는 솜이불에 이 잡듯이 벗겨졌다. 나온 것이 없었다. 양산에 집 추녀가 개천을 침범했다고 시비를 걸었던가.

빨갱이 시비도 해당이 안 됐다. 함경도에서 1.4 후퇴 당시 북한이 싫어서 미군 수송선 얻어 타고 부산으로 피난 나온 온 38따라지다. 바람 쌘 부산에서 판자지붕 날아 갈까 붙들고 어린 시절 보낸 문재인이다. 노무현이 그랬듯이 허기진 배를 물로 채우며 지낸 소년 시절이다. 옆길로 빠질 유혹을 이겨내고 입지전 적인 인물이 됐다.

인간은 두 가지 유형이 있다. 가난이 원수처럼 싫어서 무슨 짓을 해서든지 잘 살아 보자고 수단방법 가리지 않는 것이 첫 번째 유형이며 가난이 얼마나 고통스러운 것인지 알기에 남의 가난을 이해하는 사람이다. 문재인은 어떤 유형일까. 그가 인권변호사로 노동자를 위한 변론에 애쓴 여러 가지 사례는 그를 두 번째 유형으로 볼 수 있다.

정치에 몸을 담으려고 하지 않았다. 결벽증일 수도 있고 자신의 한계를 알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운명적일 수밖에 없는 노무현과의 만남은 그를 정치에 몸담게 했고 노무현의 비극은 문재인으로 하여금 몸을 정치에 던지게 했다. 결정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 결정한 후에는 최선을 다 하는 것이 내가 본 문재인이다.

그의 정치적 능력을 검증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한 가지 온갖 술수와 거짓이 난무하는 한국의 정치에서 문재인의 정치는 정직과 신뢰와 상식과 원칙을 바탕으로 한다는 것은 이제 국민들이 안다고 믿는다. 그 믿음이 1.470만이라는 표로 결집됐고 지금도 국민들이 아쉬워 하는 또 다른 이유(?)를 국민들이 지우지 못하는 것이다.

문재인은 왜 말은 하지 않았는가

문재인을 지지한 많은 국민들은 ‘왜 불법선거에 대해서 정면으로 대응하지 않느냐’고 따져 물었다. 만약에 문재인이 선거결과에 대해서 부정 불법이라고 격렬하게 항의를 하고 국민과 함께 저항을 했다면 어떻게 됐을까.

새누리당은 헌정질서에 도전하는 불순세력이라고 매도할 것이 분명하고 국가전복 세력으로 낙인을 찍었을 것이다. 극렬보수 세력들은 종북좌파로 거세 몰아붙이고 나라는 것 잡을 수 없는 혼란의 늪으로 빠져 들어갔을 것이다. 만약에 문재인이 구속이라도 되는 일이 발생 한다면 어떤 결과가 초래되었을까. 생각만 해도 끔찍하고 모골이 송연하다.

모든 부분에서 여러 가지로 깊은 생각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 결론은 입을 닫고 있는 것이다. 무기력으로 오해를 받을지라도 침묵이 나라를 위하는 일이라고 생각했을 것이고 지금도 그렇게 믿는다. 그러나 민주주의가 이래서는 안 된다는 그의 신념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고 믿는다.

대통령 선거가 끝난 지 이제 7개월이 된다. 국민이 아는 것처럼 지금 나라 안은 혼란이다. 박대통령이 외교에 큰 성과를 올리고 있다고 여론은 치솟아도 국민의 생각은 ‘글쎄’다. 왜 그럴까. 대통령이 해야 될 일에 손을 놓고 있기 때문이다.

국정원 개혁에 왜 미적거리는가. 아니 왜 국정원 개혁이 ‘셀프개혁’으로 넘기는가. 전두환 추징금 징수와 4대강 비리, 원전부정 척결, 등의 성과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민의 가슴이 답답한 것은 가장 근본적이라고 생각하는 문제에 손을 놓고 있기 때문이다. 바로 국정원장 해임과 국정원 개혁이다.

남재준 국정원장은 국정원의 명예를 생각한다며 남북 정상간의 NLL 대화록을 공개했다. 위법이다. 대한민국의 온갖 중요한 정보를 한 손에 쥐고 있다해도 이런 행위는대통령도 할 수 없는 범법행위다. 그러면서도 당당하다. 이런 나라가 어디 있단 말인가. 더구나 국정원이 대선에 개입했다는 것은 이제 전 세계가 아는 사실이다. 원세훈의 여죄는 속속 드러나고 있다. 국정원 개혁 없이는 어떤 개혁도 있을 수 없고 그 정점에 남재준 국정원장이 있음을 온 국민이 다 알고 있을진대 박근혜 대통령은 미적거릴 이유가 없다.

이제 문재인이 발언을 시작했고 국민은 기다렸다. 지도자는 국민이 원하는 정치를 해야 한다. 국민이 무엇을 원하는지 헤아릴 줄 아는 지도자가 훌륭한 지도자다.

문재인은 아직 미완의 지도자

민주당은 이 땅의 오랜 야당으로서 정통성을 유지하고 있다. 정통성이라는것이 얼마나 중요한가. 쿠데타 세력이 가장 곤욕을 치르는 것이 바로 정통성이다.

민주당은 정통성을 가진 야당으로서 유일하면서도 안타깝게도 국민의 지지는 별로다. 국민이 야속한가. 아니다. 자신들의 잘못이다. 127명의 국회의원을 가졌으면서도 국회에서 주도권을 쥐어 본 적이 없다. 새누리당의 불의한 정치에 대해서 끌려만 간다. 국정조사에서 꼴이 뭔가. 국민은 기가 막히다. 여론조사를 믿지 못한다 해도 너무 심하지 않은가. 그러나 따지고 보면 심할 것도 없다.

지도력의 부족이다. 민주당의 꼴을 보라. 조경태 김영환 류가 심심하면 토해내는 오물을 그냥 방치해 두는 정당을 누가 제대로 평가하겠는가. 민주정당이라 해당 행위도 수용이 되는가. 이런 것들이 국민이 민주당을 우습게 아는 원인임을 알아야 한다. 기강은 칼 같이 세워야 하는 것이다.

문재인은 민주당의 자산이자 국가의 자산이라고 믿는다. 1.470 만이라는 국민의 지지가 있다. 민주당 안에서 좋은 지도자들이 당당하게 경쟁을 함으로서 국민에게 ‘민주당을 선택해 달라’고 당당하게 요구할 수가 있을 것이다.

새누리당에는 지도자가 없다. 하늘이 주는 기회다. 파벌싸움 하지 말고 실력을 길러 국민의 지지를 받아야 할 것이다. 당력을 하나로 모아 ‘종북좌파’ 씌우기와 싸워야 한다.

“신종 매카시즘의 광풍이 불고 있다. 반대는 일체 허용하지 않겠다는 전체주의적 위협도 있다”

녹 쓴 칼에도 목숨을 잃는다. 문재인의 말을 깊이 새겨 들어야 한다.

이기명(팩트TV논설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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