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수영선수권대회 유치와 관련하여 정부보증 서류를 위조한 사실에 대해 검찰의 수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습니다.

사실관계는 이미 시장님도 인정하셨거니와 관련 공무원도 인정한 상태이기 때문에 검찰이 조사한다고 해서 특별하게 달라질 것은 없어 보입니다.

다만, 문광부가 검찰에 수사를 의뢰함과 동시에 시장님께서는 ‘검찰의 조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겠습니다. 그러나 이 문제의 최종적인 책임자는 광주시의 행정을 책임지고 있는 저에게 있으므로 관련된 공무원들에 대한 조사는 필요하겠지만 그 책임에 대해서는 본인에게 물어줄 것을 검찰과 문광부에 요청드립니다.’라고 말씀하셨다면.

거기에 조금 더 ‘우리 광주시 공무원들이야말로 제가 시장으로 취임한 이후 달라진 광주의 모습을 통해 확인되는 바와 같이 그 모든 성과는 광주시 공무원들의 헌신과 노고의 결과입니다. 광주시가 세계수영선수권대회를 유치함으로써 얻게 될 유, 무형의 가치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에 비록 과정의 실수는 있었다고 하지만 밤낮없이 최선을 다 했고, 과정상의 실수는 마땅히 광주시장인 제가 책임져야 할 뿐, 고생한 공무원들에게 그 어떤 불이익도 없어야 할 것입니다.’라고 말씀하셨다면 누구보다 광주시민들이 위안을 삼았을 것이며, 검찰에 수사를 의뢰한 문광부도 적잖이 머쓱해졌을 것입니다.

시장님의 지위와 권위는 정부가 준 것이 아니라 광주시민이 준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시장님이 취임 이래 일궈 낸 모든 성과 역시 직급에 상관없이 광주시 공무원들이 자기 직분에 최선을 다해 온 결과입니다. 그래서 최근 이 사건에 대한 시장님의 한마디 한마디는 시민의 한사람으로 많은 아쉬움을 갖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일각에서는 너무나 분명해 보이는 사실마저 정치적 입장을 달리하는 세력들에 의한 ‘음모론’을 들먹이며 덮어지기를 바라는 모양새입니다. 무더운 여름의 짙은 습도만큼이나 짜증스러운 모습으로 시간을 보내고 있는 여의도의 어느 곳과 참 많이도 닮아 보입니다. 그래서 더욱 안타깝고 씁쓸합니다.

누구보다 행정관료 출신인 시장님께서 잘 아시는 것과 같이 ‘예산을 지원하지 않겠다’는 문제는 지금 문광부가 언급할 사안이 아닙니다. 예산을 최종심의하게 될 국회가 있기 때문입니다. 문광부는 원칙적인 입장만 내놓으면 그것으로 충분할진데 예산까지 운운하는 것은 주제를 넘는 것입니다. 이러한 문광부를 상대로 맞불을 놓아 사건을 확장하고 질질 끌어서 얻게 될 이익이 무엇이겠습니까?

이 과정에서 더욱 볼썽사나운 것은 지역여론의 갈등입니다. 한쪽에서는 시장님의 책임을 묻고 있고, 한쪽에서는 마치 문광부가 못된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이 문제를 악용하는 것이 문제의 본질처럼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명백한 사실을 눈 감은 채 양비론으로 문제의 본질을 흐리게 하는 것이야말로 자가당착이며, 광주가 5.18민주화운동의 진실규명 투쟁 과정에서 뼈아프게 겪어야 했던 고통스러운 경험이었습니다.

이러한 지역여론의 갈등은 시장님의 말씀과 사후 대처 과정에서 빚어진 것임을 부정할 수 없을 것입니다. 확신컨대 이 문제에 대한 지역의 갈등은 많은 후유증을 가져 올 것입니다. 이후 대회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형태로 나타날 것입니다. 혹시라도 우선 지금의 상황만 모면해보자는 것이라면 생각을 달리 하셔야 합니다.

1800여명의 광주시 공무원들의 자긍심이 시장님께서 시민들에게 부여받은 권력을 가장 권위 있고 아름답게 드러내 줄 것입니다. 그리고 그 자긍심은 광주의 지속가능한 발전과 시민행복의 원동력이 될 것입니다. 그 자긍심을 북돋아 원동력에 가속을 붙이는 것이 시장님의 리더십입니다.

시장님!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습니다. 문광부의 예산지원 문제는 지금 발등의 불이 아닙니다. 이 문제는 향후 얼마든지 다양한 방법으로 해법을 모색할 수 있습니다. 우선 지역의 갈등이 확산되지 않도록 문제의 중심에 서셔야 합니다.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없이도 대회를 유치한 성과에 대해 부정하는 시민은 없습니다. 다만, 과정의 실수, 혹은 의욕이 부른 적절치 못한 방법이 문제이며,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시장님의 행보를 시민들은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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