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의 정치 개입에 대한 순천대학 교수 성명서 [전문]

-국가정보원의 선거와 정치 개입은 민주주의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것이다-

우리는 이미 극복한 것으로 여겨왔던 ‘국정원의 정치 개입’이라는 사안과 정부의 처리 과정을 안타까운 마음으로 지켜본다. 언론에 따르면, 국정원은 지난 해 대선과정에 조직적으로 개입하여 국정원 직원들이 인터넷 사이트에 선거 관여 게시글과 댓글을 달게 했다는 것이 밝혀졌다. 사건 수사는 전 국정원장을 ‘불구속 기소’하는 것으로 봉합되었다.

더구나 원세훈 전 국정원장을 구속 수사하라는 요구가 거세어지고 대학생들을 필두로 각계각층의 시국선언이 이어지는 등 ‘국정원의 정치개입’이 전 국민적 사안으로 부상할 조짐을 보이자, 국정원은 2007년 10·4 정상회담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NLL 발언’을 갑작스럽게 들고 나와 일종의 ‘물타기’ 전략을 구사하여, 국정원과 새누리당은 2007년 남북 정상회담의 회의록을 전격적으로 공개했다. 정상 간의 회담은 공개가 법으로 금지되어 있는데도 석연찮은 이유를 대면서 회의록을 공개해서 극심한 국론의 분열을 초래했다.

이러한 행위는 1987년 민주화 체제에 대한 정면 도전이며 이를 용납하면, 민주주의 체제는 걷잡을 수 없이 무너질 것이다. 우리는 그 조짐을 지켜보며 다음과 같은 사실을 선언한다.

첫째, 국정원의 선거와 정치 개입 사태는 국기를 문란시키고 국격을 훼손한 행위이다. 독재 체제에서는 정보기관이 정치에 개입하여 정권의 하수인으로서 국민들의 기본권을 침해하고 각종 정치탄압의 첨병으로 활동한다. 우리는 이런 후진국형 정보기관은 사라진 것으로 믿었으나, 다시 그 망령이 되살아나고 있음을 주시한다.

둘째, 국가 기관의 사유화는 국가 기강의 문제이다. 특정한 인물이나 정당을 위해서 국가 기관을 사용하는 것은 정상적인 민주주의 체제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만약 이것이 용납된다면, 들어서는 정권마다 국가 기관을 사적으로 이용하려 들 것이고 국가의 정당성은 무너진다.

셋째, 정상 간의 회의록을 정권의 이익을 위해 임의로 공개한다면, 차기 정부들도 모종의 이유를 대면서 같은 행동을 할 것이다. 만약 국정원의 현 작태를 용납한다면, 추후에도 정치 공작을 일삼을 것이다.

끝으로 정부는 이번 사태를 사소한 것으로 치부하고 넘기지 말기를 바란다. 정부의 맹성을 촉구하며, 본분을 망각하고 선거 개입 정치 개입을 자행하여 그 존재 의미를 상실한 국가 정보원을 근본적으로 개혁하라. 이러한 국정원 사태의 본질을 호도시킴에 동원되고 있는 대다수의 방송과 수구 보수 언론은 시대의 흐름에 역행하는 망동을 중지하고, 진정한 민주주의가 실현되도록 앞장서라.

2013. 7. 16.

민주주의를 사랑하는 순천대학교 교수 33명 일동
강성호,고진광,김권욱,김근호,김대희,김명렬,김용우,김용찬,명국녕,박기영,박성훈,박오복,손병선,심상덕,안삼영,이상호,임성운(명예교수),장동식,장상수,장효원,정영철,정용환,정재성(토목공학과),정정조,조남훈,조정민,차웅환,최규상,최종천,최춘태,최현주,허정화,홍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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