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5공동선언 발표 13주년 기념식 대회사 [전문]

13년 전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평양에서 두 손을 맞잡고 6.15공동선언을 발표하던 그날의 감격이 아직도 생생한데,

7년 전 남북해외 동포들이 광주와 목포에서 함께 부둥켜안고 ‘목포의 눈물’을 목이 터져라 부르던 감동의 순간이 바로 엊그제 같은데,

오늘 한반도 상공은 전쟁의 불길이 노을처럼 번지고 적대와 대결, 불신의 세균들이 창궐하는 아수라장으로 변했으며 모처럼 어렵게 조성된 대화의 장마저 사소하고 지엽적인 문제로 산산조각이 나버렸습니다.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라는 정책 프로그램을 통해 한반도의 화해와 평화를 추구해 나가겠다던 박근혜 정부는 남북 당국회담 준비과정에서 ‘격’ 문제가 무엇보다도 중요했습니다.

노령이 되어서 죽음을 눈앞에 둔 이산가족의 한숨과 눈물보다도 더 중요했으며 운명을 걸고 투자한 개성공단 중소사업자들의 생사가 달린 가슴 찢어지는 고통보다도 더 중요했으며,

우리 아이들과 청년들의 꿈의 나래를 펼칠 수 있는 번영의 통일시대와 웅장한 기상을 펼칠 수 있는 동북아 시대를 준비하는 것보다도 더 중요했습니다.

그들은 누구입니까?

그들은 누구를 위한, 무엇을 위한 정권입니까?

민주주의와 평화적 통일을 위해 아들딸을 역사적 제단에 바친 광주시민 여러분, 전라남도 도민 여러분.

지금 한반도를 둘러싼 정세는 지각변동을 예고하는 뜨거운 용암 덩어리들이 땅 속에서 용트림하고 있습니다. 향후 100년 200년을 동북아를 지배할 새로운 질서가 태동하고 있습니다.

중국은 미국과 함께 G2 시대를 열고 세계와 동북아 질서 재편에 주도권을 확보하고자 안간힘을 쓰고 있으며, 이에 맞서 일본 우파정권은 ‘대동아 공영’이라는 지난 세기 해묵은 야심을 실현하기 위해 평화헌법을 개정해 재무장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는 일차적으로 북의 경제 개발을 위한 자본전쟁으로 시작해서 19세기 말 청일전쟁 당시 상황이 21세기 형식으로 포장되어 재현될 수 있습니다.

만약 이렇게 되어 중일 자본이 북쪽에 틀을 잡고 고정화 되면 남북의 통일은 더욱 어려워질 것이며 통일이 되더라도 또 다른 시련에 봉착하게 될 것입니다.

이런 중차대한 시기에 남북이 하나가 되어 민족 공동체내의 분업으로 남북이 함께 잘 살 수 있는 물적 토대를 구축하고, 주체적으로 통일을 준비하여 동북아 정세에 대응하는 문제는 무엇보다도 우선시되는 시급한 문제이며 이 시대의 절대 절명의 과제입니다.

존경하고 사랑하는 광주전남 시도민 여러분

여러분들이 갈망하던 민주주의와 평화적 민족통일은 오월 광주항쟁의 역사적 정체성이며, 우리 시도민과 7,000만 겨레의 염원입니다. 정체성입니다. 따라서 5.18정신과 6.15정신은 둘이 아니라 하나입니다.

5.18정신과 6.15정신은 남북의 평화적 통일이 되는 날 성숙된 민주주의와 함께 한 송이의 꽃으로 피어 날 것입니다.

그동안 외롭고 고통스러운 여정을 함께 해 오신 광주전남 시도민 여러분.
이제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마지막 혼신의 힘을 다해,
오월 영령들과 민족 민주 통일 열사들의 제단에
벙그러지는 웃음으로 꽃다발을 바칠 그날을 만들어 갑시다.

2013년 6월 14일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광주전남본부
상임대표 김정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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