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주민과 건설사 간의 실갱이가 건설사 문 밖을 넘었다. 지난달 24일 기자회견을 하고 농성을 했던 68세대에게만 보관금이 지급된 것에 분노한 광주 북구 연제동 한국아파트 입주민들로 구성된 ‘한국레이크빌 보관금 반환 촉구 추진위원회(이하 추진위)’의 불신은 극에 달해 있었다.

한국종합건설(대표 정철준)이 지난 2010년 임대아파트를 분양전환하며 296세대에게 국민주택기금 대출금 각 1100만원(약 32억 3천만원)을 부담시켰다. 입주민에게 선택권은 없었다. 당시 부도위기였던 한국건설의 분양권이 임대업자에게 넘어갈 경우 상황은 더 복잡해 질 것이 뻔했으므로.

▲ 최근 보관금 반환 소송에서 이겼으나 돌려받지 못한 52세대를 포함한 104세대가 지난 14일부터 점거농성 중인 한국종합건설. ⓒ광주인

당시 한국건설은 2011년 6월말까지 200여 세대, 같은 해 8월말까지 30여 세대, 마지막으로 지난해 12월말까지 나머지 세대에 대해 분양순서대로 보관금을 지급하기로 약속한 현금보관증을 썼다.

그러나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3년이 넘었으나 이자는커녕 보관금을 돌려받은 세대도 지난달 말까지 34세대에 불과했다. 애초 한국건설이 ‘분양순서대로 지급하겠다’는 약속과도 달랐다.

한국건설의 말만 믿고 기다릴 수만 없었다. 120세대가 한국건설을 상대로 보관금과 이자를 지급하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1심에서도 2심에서도 이겼지만 보관금을 돌려받지 못했다.

소송에 참여한 120세대 중 68세대가 남구 송하동 한국건설 앞에서 “주민들이 빌려준 보관금 28억 원을 되돌려달라”며 기자회견을 열고 점거농성에 들어갔다. 이들 68세대에게만 지난 10일 일괄 보관금이 지급됐다. 보관금을 받은 68세대는 이후 하나 둘 추진위에서 빠져 나갔다.

▲ 15일 오후 한국건설 쪽이 "이제는 약속을 지키겠다"며 점거농성 중인 입주민에게 보관금 반환 방법에 대한 절충안을 제시하고 있다. ⓒ광주인

“악 쓴 사람만 돈 준 것이다.”
승소했지만 농성에 참여하지 않았던 52세대를 포함한 104세대는 한국건설의 처사에 분노했다. “한국건설 말만 믿고 기다리다 뒤통수 맞았다. 이제 더 이상 믿을 수 없다.”

104세대는 행동으로 보여주기로 했다. 이들은 지난 14일부터 주야로 나눠 한국건설사 점거 농성에 들어갔다. 이틀째인 15일 오후 한국건설 이아무개 본부장은 점거중인 주민들을 상대로 “이번에는 목숨을 걸겠다”며 또 다시 절충안을 제시했다.

“연말까지 기다려 달라. 이제는 약속 지키겠다.”
“더 이상 믿음이 안 간다. 대화하겠다는 사람들이 문 걸어 잠그고 집회신청 해놓나?”

“지금 시위하는 104세대가 이제 (보관금 돌려받는) 우선순위가 되는 것이다. 104세대 중 추첨해 30세대에게 먼저 돈을 주기로 하는 것은 어떤가?”
“그런 식으로 주다가 나중에 남은 세대가 적을 때 또 못 받게 될 것이다.”

“이달 말까지 30세대, 다음달 말까지 30세대 이런 식으로 7월말까지 104세대에게 돌려주는 것으로 주민들이 절충하면 내일 회장님이 오면 제안하겠다.”

이날 밤 10시부터 주민들은 한국건설 쪽의 이 제안을 놓고 2시간이 넘게 회의한 끝에 거절하기로 결론지었다. “한국건설 쪽에 이미 충분한 기회를 주었는데 매번 약속을 어겼다. 상환할 충분한 능력이 있는데도 제 살길 마련하려 돈을 안주는 것이다. 전세대 보관금을 모두 달라.”

추진위는 한국건설 쪽에 16일 오전 10시까지 답을 내놓으라고 통보했다. 추진위는 전세대의 보관금을 모두 돌려받을 때까지 농성을 풀지 않을 계획이다. 

“회사 쪽 제안대로 돈을 받다보면 하나 둘 (추진위에서) 빠져 나가게 될 것이다. 그러다보면 돈을 못 받은 나머지 세대수가 작을 경우 어떻게 될지 또 알 수 없다. 회사가 이런 식으로 우리를 갈라놓으려 한다. 우리는 모든 세대가 다 돌려받을 때까지 보관금도 공동으로 관리하며 단합해 싸울 것이다.”

한국건설 쪽은 “우리(추진위와 사쪽)끼리 협의해 좋은 결말이 나도록 노력하고 있다”며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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