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북도 尙州(상주)는 慶州(경주)와 더불어 경상도의 중심 고을이었으며, 청동기시대부터 근대에 이르기까지 지속적으로 그 중요성이 인식되었던 고장이었다. 이 곳 상주의 靑里(청리)가 최근에 개통된 경부고속철도 차량조립기지의 공장부지로 지정됨에 따라, 1997년부터 매장문화재에 대한 조사가 시작되었다. 조사 결과 우리 나라 고대사연구에서 공백상태로 남아있던 상주뿐만 아니라, 영남북부지역의 고대사 연구에 중요한 자료를 얻을 수 있었던 유적이었다.

 3,000여 점에 이르는 다양한 출토유물 중 祭器(제기)로 사용되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나무그릇 한 점이 출토 되었는데, 統一新羅時代(통일신라시대)에 해당하는 층위에서 출토된 이 나무그릇은 그 형태로 보아 그릇의 받침에 해당되는 것이었다.

  이제부터 1,300여 년간을 땅속에서 묻혀 있던 손상된 나무 그릇을 어떻게 되살렸는지에 대해 그 상세한 과정을 소개하고자 한다.

  지름이 약 15cm인 이 그릇은 굽 부분의 두께가 5mm 였으며, 그릇의 맨 바깥 날개부분의 두께가 2~3mm일 정도로 정교한 것이었으며 옻漆(칠)의 흔적이 뚜렷이 남아 있었다. 남아 있는 목질은 모두 극심한 분해를 입은 상태여서 들거나 쥐는 힘으로도 부서질 상태였고, 더구나 그릇의 얇은 날개부분은 물먹은 두꺼운 종이를 연상하면 될 만큼의 취약한 것이었다.

  따라서 출토 되었을 당시 엎어진 상태 그대로 주변의 흙과 함께 수습된 그릇을 만지기 위하여서는 이 나무그릇을 담을 정교한 보호받침이 필요하였다. 이를 위하여 드러난 그릇 바닥부분에 韓紙(한지)를 덮고 물 적시기를 세차례 한 다음, 발포폴리우레탄 스프레이를 부어서 보호받침틀을 만들고자 하였다. 한편 폴리우레탄의 경화시에 상당한 열이 발생하며, 또한 상당한 압력이 가해질 것이라는 점을 감안하여, 물적신 한지위에 급속동결 스프레이(HCFC)액을 뿌려 동결상태로 만들어 일시적인 경화처리와 열에 의한 자극을 피하는 조치를 하였다. 발포폴리우레탄을 부어 넣고 굳은 다음에야 그릇을 뒤집을 수 있었다.

 이제 그릇주변의 흙과 분해된 목질사이에 끼인 이물질 들을 제거하는 과정을 겪어야 한다. 맨 먼저는 받침채로 그릇을 물에 담궈 흙을 불린 다음 붓으로 조심스럽게 떼어 내는 과정이었는데, 유물이 다치지 않도록 돋보기로 확대해보며 씻어 내는 이 과정에만 꼬박 이틀의 시간을 써야했다. 다음은 붓으로도 털어 낼 수 없는 미세한 이물질들을 제거하기 위하여 초음파세척기를 사용하였다. 이 과정에서도 씻기지 않는 목재내의 金属塩(금속염)이나 목재조직 내부에 침착되어 있는 이물질을 제거하기 위하여서는, 이들에 반응할 수 있는 界面活性剤(계면활성제) 희석액에 담궈 두었다. 여기에 사흘을 담궈둔 다음 증류수를 사용하여 마지막 세정을 하였더니 그릇이 제 색과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유실된 목질에 차있는 물을 다른 재료로 바꿔주어 그릇의 형태를 제 스스로 갖출 수 있게 하기위한 과정이 다음이었다. 그릇의 硬化(경화)재료는 수용성인 Polyethylene glycol수지를 사용하였으며, 건조방법은 동결건조를 택하였다. 수지처리된 그릇의 동결시 물의 팽창도 무시할 수 없는 것이고, 또 건조하기 전의 냉동처리 과정에서 목질의 고른 냉동을 위하여 용매는 t-Buthanol을 사용하였다. 20여일의 수지주입 과정을 거쳐서 동결건조를 하고 그릇의 표면에 남아있는 과잉의 수지를 제거하였더니, 비로소 1,300여년 전의 나무그릇이 부축하지 않아도 제 모습을 갖게 되었다. 

  떨어져 나온 작은 목편을 사용하여 수종을 살펴 보았더니 장미과 벚나무속의 것임을 알 수 있었다. 또한 수지를 주입하는 과정과 얼려서 말리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도 있는 변형을 방지하기 위하여 그릇의 형태를 잡아주는 보정장치를 채우기도 하였다. 박물관의 진열장 너머로 만나게 되는 많은 문화재들이 거기에 오기까지 겪은, 또한 그 과정을 겪게한 문화재지킴이 들의 정성과 수고의 일부를 소개하였다. <이 글은 목재신문에 게재됐던 내용입니다> 

 

** 김익주님은 경담문화재연구소장입니다. 농과대학에서 목재를 다루는 기술을 공부했다가 졸업 후 문화재보존분야에서 활동하여 왔습니다. 특히 목조 매장문화재에 관한 연구에 집중해 오신 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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