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한창 주가를 올리는 한국영화중에 ‘미녀는 괴로워’가 있다.
김아중이 ‘마리아, 마리아’를 외치지만 그러나 영화속 미녀와 흥행 성공을 거둔 김아중은 마냥 즐겁기만 하다.

112지령실에서 하룻밤에 만나는 100여건의 신고들을 보노라면 대한민국 ‘남자들은 괴로워’다. 요즘 남자들의 심정은 마리아라도 붙들고 싶은 심정일 것이다. 남자들을 괴롭게 만드는 사건들과 만나는 일은 빈번하다.

세상이 언제 바뀌었나 실감하지 못하다가도 평생 바뀔 것 같지 않은 세상 속에서 살면서 순찰차 신속배치시스템(ids)를 통해 112신고 접수되는 사건들을 접하다 보면 격세지감마저 든다. 사건유형은 행패불안, 가정폭력, 성추행, 성매매 관련 등

일례로 헤어진 여자가 부모님이 계시는 남자의 집에 찾아와 행패를 부린다는 신고이다. 여자도 낯 두껍지. 요즘 남녀가 쿨하다고 하지만 헤어짐에 대해서는 쿨하지 못한 듯 하다. 순수한 감정으로 사람을 만나 사랑하면 그뿐이던 시절에서 이제는 내 순수함을 몰라주는 당신은 나의 적일 뿐이니... 종종 남녀관계에서 앙심을 품은 사건들이 일어나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사랑하는 마음 따로, 내 사랑을 받아주지 않는 자격지심의 마음 따로이다

가정폭력을 남자가 신고하는 경우도 있다. 자기 부인이 칼을 들고 본인을 위협한다는 다급한 남성의 목소리. ‘36계 줄행랑을 치세요’라고 말해주고 싶지만....

노래방에서도 가끔 성추행 신고가 접수되기도 한다. 남의 집 담장에 핀 아름다운 장미를 보면 꺽고싶다던 제2의 최연희가 등장한건가? 노래방은 그렇다치고 어쩌다 지하철에서 발생하는 남자 성추행 관련 신고는 정말이지 귀를 의심스럽게 만든다.

성매매특별법 시행 이후 재미있는 사건들은 남편의 성매매 행위를 부인들이 직접 신고한다는 것이다. 자신의 남편이 술집에서 술을 먹고 술집여자와 성매매를 했다는 식으로 일시와 장소가 구체적으로 제시되지 못하는 분풀이식 신고부터 남편이 허브샵에서 성병을 옮겨왔다는 신고 등...

‘이런 상황에서 저희 경찰은 무엇을 도와드려야 하나요?’ 남성을 처벌해야 하는데도 오히려 역으로 성매매여성을 단속해 달라고만 조르고 보건증 검사를 왜 경찰관이 점검하지 않느냐는 둥 모든게 다 자기위주의 불만이다.

성역할이 바뀐 듯한 일례의 사건들은 모두 남자가 피해자이니 예전 같으면 어디 있을법한 사건들인가? 아니 감히 있더라도 어디 공공연하게 말할 수 나 있는 사건이 아니지 않은가? 그렇다고 해서 여자들도 남자들과 살기가 호락호락해진 것도 아닌 ‘여자만 즐거워‘도 아닌 상황인데 말이다. 여하튼 대한민국 남자들의 괴로운 시련기는 오늘도 112지령실의 밤과 함께 깊어간다.


**김옥임님은 광주서부경찰서 112 지령실에서 근무하는 여성경찰공무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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