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족. 건설노조, 체불임금 해결. 사업자 구속 등 요구
9일 새벽 임금체불 해결 주장하다 타워크레인서 '사망'  

20대의 두 딸과 아내를 둔 50대 중반의 건설일용노동자가 체불임금 해결을 요구하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지난 9일 새벽 2시. 건설현장에서 30여년 동안 목수직 일용건설노동자로 일해온 55살의 박정근 씨가 8천500만원의 체불임금 해결을 사 쪽에 요구해오다가  광주 광산구 첨단지구에 있는 건설현장 60미터 타워크레인서 뛰어내려 사망했다.

민주노총 전국건설노동조합 광주전남지역본부에 따르면  박씨는 지난해 10월부터 목포에 본사를 둔 ㅇㅇ토건(주)이 광주 광산구 첨단지구에 건립 중인 도시형아파트 현장에서 일용노동자 10~12명과 함께 팀을 이뤄 목수로 일해왔다.

▲ 건설노조 광주전남본부가 11일 오전 광주 광산구 광주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체불임금 해결을 촉구하며 지난 9일 새벽 60미터 타워크레인에서 목숨을 끊은 고 박정근씨의 문제해결을 주장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그러나 박씨는 사 쪽이 2~3달 동안 임금 8천500여만원의 임금을 체불하자 수 십차례에 걸쳐 해결을 지속적으로 요구해왔다. 박씨는 목숨을 끊은 날도 사 쪽 간부에게 전화를 걸어 해결을 독촉했으나 반응은 '안면몰수형' 응답만 돌아왔다고 한다. 

노조에 따르면 사망일인 9일에도 박 씨는  쪽 한 간부에게 전화를 걸어 임금해결을 촉구했으나 "너가 나를 아느냐"며 냉담하게 답변한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간부는 박씨와 현장에서 업무상 서로 얼굴을 익힌 사이였다고 한다.    

수 십차례의 독촉에도 불구하고 사 쪽의 반응이 냉담하자 크게 상심한 박 씨는 이날 동료들에게 '죽음을 각오한 결단'을 전하고 홀로 현장의 60미터 고공 타워크레인에 올라 목숨을 끊었다.    

박씨의 죽음을 접한 유가족과 노조는 광산구 첨단지역의 한 병원 장례식장에 박씨의 시신을 안치하고 3일째  사 쪽과 광주지방고용노동청에 "△체불임금 해결 △ㅇㅇ토건 사업주 구속 △불법하도급과 체불임금에 대한 노동청의 특별근로감독 실시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이들은 문제가 해결될 때가지 장례를 치르지 않겠다는 각오다.

해결이 지연되자 건설노조는 11일 오전 광주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쥐꼬리만 한 임금조차 제때 받지 못하고 목을 매야 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며 "임금을 주지 않은 사용자가 칼만 안든 강도라면, 이를 방관하고 감독을 게을리 한 노동청은 범죄교사자"라고 즉각적인 해결을 주장했다.
 
특히 노조는 "00토건 현장은 법에 명시되어 있는 규정 조차도 지켜지지 않는 탈법과 불법이 난무한 현장이었으며 이것이 고 박정근 건설노동자를 죽음으로 몰게 한 것"이라며 "불법다단계 하도급으로 임금체불을 밥 먹듯 일삼고 건설노동자의 목숨을 담보로 이윤만을 추구하는 일군토건과 이를 수수방관한 정부와 노동청에게 그 일차적 책임이 있다"고 노동청의 철저한 관리감독을 촉구했다.

현재 노동청이 노조를 통해 "현장 관리감독과 조사 예정"을 밝히고 있는 것으로 전해져 박씨가 목숨을 전져 절규했던 체불임금 해결이 해결될 지 주목된다.

또 일용건설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조건과 임금제도 등이 이번 박씨의 안타까운 죽음을 계기로 획기적으로 개선되야 한다는 여론이 높다. 

아래는 기자회견문 전문. 

故 박정근 건설노동자를 죽음으로 내몬
oo토건 사업주를 즉각 구속하고 체불임금 해결하라!

3월 9일 새벽 2시 모두가 잠든 밤.
故 박정근 건설노동자가 9천만원의 체불임금을 해결하라며 60M 타워크레인 위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는 가슴 아픈 사건이 발생하였다.

장시간 노동에 골병들고 일상적인 임금체불로 생존권이 짓밟힌 것도 모자라 대한민국의 건설노동자는 목숨을 담보로 일한 자신의 정당한 대가마저 목숨을 걸고 받아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얼마나 더 많은 건설노동자가 죽어야 지긋지긋한 체불임금이 청산될 수 있단 말인가?

건설노동자들은 전근대적인 현장구조와 이 구조가 조장한 사회적 인식에 의해 노가다, 막일꾼, 잡부라 불리며 푸대접을 받으며 살고 있다. 가뜩이나 저임금에 내몰린 건설노동자들에게 임금체불이란 곧 산채로 말라죽으라는 가혹행위나 다름없다.

열심히 일하고도 그 쥐꼬리만 한 임금조차 제때 받지 못하고 또 임금을 달라는 당연한 요구에 목을 매야 하는 지경에까지 이른 것이다.

상황이 이 지경으로 될 때까지 관계기관인 노동청은 과연 무엇을 했단 말인가?
혹독한 노동을 부려먹고도 임금을 주지 않은 사용자가 칼만 안든 강도라면, 이를 방관하고 감독을 게을리 한 노동청은 범죄교사자에 다름 아니다.

건설산업기본법에는 원청사가 전문업체와 계약하고 전문업체가 건설노동자를 직접 고용하게 명시되어 있지만 이번 故 박정근 건설노동자가 일했던 현장의 경우만 보더라도 불법다단계하도급인 시공참여자에 의해 공사가 불법적으로 진행되었음이 확인되었다.

뿐만 아니라 임금은 매월 정해진 날짜에 정해진 금액을 정기적으로 받아야 하나 몇 달째 임금을 밀려서 받는 유보임금과 체불임금이 관행적이고 지속적으로 진행된 사실도 확인할 수 있다.

심지어 일군토건 임원이라는 작자는 고인의 유족 앞에서 “다른 현장은 몇 개월씩 임금이 밀려도 아무말이 없는데 2달 밖에 안 밀려는데 왜 자살했는지 알수 없다”는 망발을 늘어놓으며 사죄는 커녕 고인을 두 번 죽이는 행위도 서슴치 않는 등 패륜기업으로서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다.

이렇듯 일군토건 현장은 법에 명시되어 있는 규정 조차도 지켜지지 않는 탈법과 불법이 난무한 현장이었으며 이것이 故 박정근 건설노동자를 죽음으로 몰게 한 것이다.

고인을 죽음으로 내몬 것은 불법다단계하도급으로 임금체불을 밥 먹듯 일삼고 건설노동자의 목숨을 담보로 이윤만을 추구하는 00토건과 이를 수수방관한 정부와 노동청에게 그 일차적 책임이 있다.

우리 노동조합은 그간 끊임없이 건설현장 체불임금의 근본적 대책 마련을 수차례 요구해 왔다. 하지만 매년 체불임금이 감소되지 않고 오히려 증가하고 있는 것은 정부와 관계기관의 관리, 감독이 실효성을 못 거두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일회성에 그치고 있기 때문이다.

노동청은 불법과 탈법을 일삼은 00토건의 사용자를 즉각 구속해야 할 것이며, 체불임금을 비롯해 불법적 다단계하도급을 일삼는 행위에 대해서도 폐습을 일소하는 실질적 조치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이것만이 억울하게 돌아가신 故 박정근 건설노동자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일 것이다.

체불임금은 건설노동자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사회적 범죄임을 분명히 하고 관리/감독을 더욱 강화할 뿐만 아니라 체불사업주에 대한 사법처리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 체불임금으로 더 이상 건설노동자가 사망하는 작금의 불행한 상황이 되풀이 되지 않도록 우리는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1. 故 박정근 건설노동자의 체불임금을 즉각 해결하라.
2. 불법하도급과 체불임금으로 건설노동자를 죽음으로 내몬 00토건 사업주를 즉각 구속하라.
3. 광주지방고용노동청은 임금체불과 불법하도급 일삼는 일군토건에 대한 특별근로감독을 즉각 실시하라.

2013년 3월 11일

민주노총 전국건설노동조합 광주전남지역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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