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의 핵실험 배경과 해결방안

이신 통일사회연구소 소장

이번 핵실험 정국을 정확하게 이해하려면 68년 동안 이어진 북미관계의 성격을 파악해야 한다.

현재 지구에는 200여개 나라가 있는데 이중에서 가장 적대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나라가 바로 북과 미국이다. 북과 미국은 지구에서 가장 미워하는 사이로 68년을 지내오고 있다.

미국은 북을 ‘악의 축’이라며 손봐줄 기회만 엿보고, 북은 미국을 ‘악마의 제국’ ‘철천지 원쑤’로 여기며 모든 국가시스템을 “미국과 흥망성쇠를 건 대결에서 승리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지도자들의 직책이 국방위원장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김정일 시대 대미(對美)전략은 ‘不戰屈人 戰略’(부전굴인 전략)이었다. 손자병법에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 최고의 승리다”는 명제는 동서고금을 떠나 모든 지략가들이 도달하고 싶어하는 ‘꿈의 전략’이다. 약소국을 상대로 강대국이 싸우지 않고 이긴 사례는 수도 없이 많지만 초강대국을 상대로 작은 나라가 부전굴인 전략을 실현한 예는 근현대사에서 아직 찾아볼 수 없다.

김정일 시대 북미관계 전략은 ‘피를 흘리지 않으며 총성이 없는 전쟁’을 통하여 평화협정 체결과 북미수교라는 결실을 맺는데 있었다. 그리고 1994년부터 2011년까지 20년 동안 부전굴인 전략은 4번의 기회를 만들어 꽃을 피우기는 했지만 열매는 거두지 못했다.

국교정상화로 대사급 외교관계를 열기로 한 1994년 10월의 제네바 합의, 클린턴 대통령이 평양을 방문하여 김정일 위원장과 정상회담을 합의했던 2000년 10월의 북미 공동코뮤니케, 평화협정과 비핵화 프로세스를 담은 2005년 9월의 9.19공동성명, 그리고 관계개선과 비핵화를 재확인하며 김정일 위원장 생전에 내부적으로 합의되었다가 2012년 2월에 발표된 2.29합의가 있다.

그러나 이 합의들은 제대로 실행되지 못하였다. 그리고 김정은 시대는 20년 동안 4차례 합의과정을 냉정하게 평가하면서 북미관계 전략을 새롭게 수립한다. 즉 부전굴인 전략에서 at a breath strategy(ABS)를 세운다. 우리말로 ‘단숨에 전략’이다.

ABS는 세 가지 특징을 가지고 있다.
첫째, 싸우지 않고 이기는 전략에서 싸워 이기는 전략으로 변화다.
셔먼 주한미군사령관은 "김정은은 김정일 보다 훨씬 공격적이다"고 하였다. 북을 50차례 넘게 방문한 박한식 미국 조지아대 교수는 “김정은은 김정일위원장보다 더 저돌적이다. 아직 20대고 사기가 충천돼 있는 사람이다”라고 인터뷰에서 밝혔다.

북은 미국에 “핵실험과 위성발사 등 우리의 모든 행동은 미국을 향한 것임을 숨기지 않겠다”고 노골적으로 공언하고 있다. 지난 1년 동안 특히 올해 행보를 분석해보면 그는 ‘매우 확신주의자며 혈기왕성(血氣旺盛)한 행동주의자’라는 생각이 든다.

둘째, 시간을 질질 끌지 않는 속전속결 전략이다.
로이터 통신은 “Kim jong un more dynamic than his father(김정은은 아버지보다 더 역동적이다)”고 평가하였다. 북은 올해 안에, 빠르면 7월까지 평화협정과 수교의 결실을 맺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있다.

7월 27일과 9월 9일 승리자의 대축전을 열겠다는 표현은 미국에게 평화협정과 국교정상화에 대한 메시지를 전하고 있는 것이다. 7월 27일 정전협정일을 평화협정일로, 9월 9일 정부수립일을 오바마 대통령과 정상회담 성사일로 만들어 북미수교를 마무리짓겠다는 의지 표현이라 여겨진다.

셋째, 전략전술을 상대방에게 미리 알리는 오픈(open)전략이다.
김정일 위원장은 핵실험과 위성발사를 전격적으로 실시하여 세상을 놀라게 했지만, 김정은 제1위원장은 위성발사, 핵실험, 앞으로 2,3차 행동 등 철저하게 비밀에 부쳐야 할 전략과 전술을 세상에 공개하면서 자기들이 밝힌 프로세스에 따라 행동에 옮기고 있다.

무릇 전쟁에서 가장 먼저 하는 것은 상대방 장수(將帥)에 대한 분석이다. 장수의 성격, 기질, 경력, 가치관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하여 전략전술을 세우는 것이 병가(兵家)와 외교의 상식이다. ABS전략을 분석해보면 김정은 제1위원장의 앞으로 행보를 예측할 수 있다.

북에 대응하는 오바마 정부의 대북전략은 북이 핵을 포기한다는 선언과 행동이 있기 전에 대화에 나서지 않겠다는 ‘전략적 인내(Strategic Patience)’다. 그러나 미국의 대북전략은 국내외적 상황 때문에 갈림길에 서 있다.

북의 핵실험 이후 백악관에서는 강경책이 주류를 이루고 있지만 평화적 해결을 바라는 대북 전문가들의 목소리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핵 전문가 해커박사는 대화를, 보스워즈 전 주한미대사는 평화협정을 주장하고 있다.

앞으로 정세는 위기가 높아질 것이다. 유엔 제재→ 2차 대응(핵실험, 위성발사,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 등) → 위기고조(개성공단 철수) → 3차 대응 → To be or not to be, 1994년 6월 18일처럼 전쟁이냐 협상이냐를 선택해야 하는 순간을 맞이할 것이다.

군사적인 해결방법은 전면전이며, 세계 3차대전이며, 핵전쟁이다. 이는 누구도 원치 않으며 써서도 안 되는 방법이다. 북과 미국이 직접 대화로 평화협정과 수교를 하는 방법으로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 이야말로 가장 지혜롭고 현실적이며 서로 윈-윈(Win-Win)하는 비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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