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홀로 시농제(始農祭)
감상 혹은 풍경 3


숙지원의 텃밭에는 마늘과 양파 완두콩 쪽파 상추 등이 자라고 있다. 마늘과 양파와 완두콩이 예전에 비해 약하게 보이는 까닭은 겨울의 날씨가 너무 추웠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도 영하 10도를 오르내리는 추위에 그 정도만이라도 버텨준 것이 대견하다.

겨울 밥상에 풋마늘을 데친 나물이 입맛을 돋우기도 하련만 아내는 보는 것만도 아깝다며 솎을 생각을 하지 않는다. 추위가 한 풀 꺾이면 풀을 매주고 퇴비를 주어야 하리라.

하우스안에 자라는 시금치 갓 상추 쑥갓 등은 겨울철 우리 밥상을 푸르게 해주었던 보배들이다. 늦게 심은 열무는 이제 겨우 싹이 터서 자라는 중이다. 이제 날씨만 풀리면 푹푹 자라 알싸하면서도 상큼한 쌈 채소가 될 것이다.

어제(2월14일)는 계사년 정월 초닷새, 숙지원에서는 금년 농사를 시작하는 첫 삽을 잡았다.

상에 돼지 머리를 올리고 땅의 고사를 지내는 시농제는 없었다. 다만 금년에도 큰 탈 없이 우리가 심은 모든 작물들이 잘 자라고 심은 만큼 수확할 수 있기를 바라는 염원을 담아 하우스 안에 고구마 씨앗을 넣을 밭을 만든 것이다.

고구마는 가난했던 시절 끼니가 되었던 구황식품이지만 지금은 주식 대용으로도 가능한 건강식품으로 대접받는 작물이다. 단위면적당 생산가격도 쌀보다 좋은 편이다. 비교적 박토에서도 잘 자라고 농약을 하지 않아도 특별한 병이 없다. 또 가뭄을 잘 견디며 자라는 줄기의 세가 왕성하여 다른 풀이 자라는 것을 막아주기 때문에 김매는 수고를 덜어주는 장점이 있다.

또한 수확한 고구마는 선물용으로도 그만이다. 다른 물건에 비해 노력과 정성이 깃들었다고 생각한 것인지 한 두 번 구어먹을 양만 선사해도 돌아오는 인사가 각별했음을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점 때문에 숙지원의 첫 농사로 고구마를 택한 것이다.

지난해까지 멧돼지 피해를 염려하여 주로 하우스 안에 심었는데 금년에는 바깥 텃밭에도 두어줄 더 심을 계획이다. 품종은 많은 사람들이 선호하고 우리 입맛에도 맞은 호박고구마만 선택하였다. 모든 일을 도(道)가 있듯이 고구마 종자를 받기 위한 밭을 만드는데도 차례가 있는 법이다.

가장 먼저 씨고구마를 골라야 한다. 그 간의 경험으로 보건데 씨고구마의 크기 중요하지 않다. 상품성이 떨어지더라도 모양이 길쭉하고 무엇보다 썩지 않은 것을 고르는 일이 중요하다.

다음에는 바깥의 퇴비를 하우스안으로 옮겨 두텁게 깐다. 일반적으로 고구마밭에는 거름이 적어도 괜찮지만 씨고구마를 넣는 모종밭에는 퇴비를 많이 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

다음에는 괭이와 삽으로 흙을 뒤집어 퇴비를 잘 섞는다. 그리고 흙을 쳐 올려 두둑을 만든다. 이때 두둑은 고구마 모종을 심을 본밭보다 높지 않아도 괜찮다. 두둑에 골을 내고 몸이 닿지 않을 정도의 거리를 맞추어 씨고구마를 넣는다.

다시 씨고구마를 흙으로 덮고 물을 호복하게 준 후에 추위를 막기 위해 비닐로 덮어둔다. 모처럼 삽을 잡았고 또 하우스 안이었기 때문에 금세 이마에 땀이 촉촉해졌다. 과정을 간단히 몇 줄로 썼으나 시간이 얼마나 걸렸는지 정확하게 알 수 없다.

아마 한들한들 혼자 하는 일이었기에 글의 길이보다 몇 배는 더 긴 시간이 걸렸을 것이다. 고구마는 기온에 따라 조금 차이가 있겠으나 열흘쯤 후에는 싹을 보게 될 것이다. 오늘 심은 씨고구마로는 50평 정도의 밭에 모종을 낼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모든 사람의 기원이 이루어진다면 세상에 가난한 사람은 없을 것이다. 갑자기 사고를 당하는 일도 청천벽력같은 암 선고를 받는 일도 없을 것이다. 그래서 언제나 위험은 우리 가까운 곳에 있고 죽음도 멀지 않다는 생각을 하지만 그건 사람이 알 수 없는 일이다.

나는 기원은 하되 꼭 이루어지기를 기대하지 않는다. 그보다는 나를 위하고 타인에게 폐가 되지 않을 길을 찾아 조심하며 사는 것이 우선이라는 생각을 한다. 그리고 작지만 끊임없이 꿈을 심고 희망을 가꾸며 살아야 한다고 다짐한다.

무엇이든 처음 시작하는 일에는 설레임이 있지만 해마다 반복되는 농사 역시 그렇다. 심고 가꾸면서 자라는 것을 보는 기쁨, 수확하는 보람이 보이기 때문이다. 한 여름의 태풍과 장마, 어쩌면 두더쥐나 멧돼지로 인해 농사를 망칠 수도 있다는 걱정도 있지만 그러나 그런 걱정과 염려 때문에 미리 주눅들어 아예 농사를 포기한다면 우리는 아무 것도 얻을 수 없을 것이다. 씨고구마를 땅에 심는 일도 꿈을 심고 희망을 가꾸는 일이다. 
 

▲ 하우스 안의 풍경. 어제 만든 밭에 씨고구마를 넣고 물을 주고 있다. 오른쪽에는 시금치 상추 등 지난 겨울 우리 밥상을 지켜준 채소들이 자라고 있다. ⓒ광주인

요즘 정치판을 보면 정말 가관이다. mb는 이제 내놓고 자신의 무개념과 몰염치를 자랑하고 있다. 임기 말에 겨우 한다는 짓이 비리를 저지른 측근들의 사면에 이어 제 가슴에 훈장이라니!

무슨 훈장 달 일을 했다는 것인지 알 수 없다. mb가 어떤 인물인지 몰랐던 아니었으나 정말 눈물나오는 희극이 아닐 수 없다. 거기에 그네는 정부가 들어서기도 전에 독선과 불통으로 국민의 뜻을 배신하고 있다. 그네가 내세우는 이 나라의 장관급 인물을 보면 어디서 꼭 자기와 닮은 사람만 고른 것인지 병역문제 부동산 투기문제 등 흠 없는 자가 없다.

SNS 시대에 아직도 골방에서 수첩을 펴놓고 불통인사를 고집하는 그네를 보는 사람들은 “그럴 줄 알았다”고 고개를 젓는다. 또 모든 65세이상 노인에게 월20만원씩 주겠다고 약속했던 공약을 뒤집는가 하면 4대 중증환자의 치료비 전액 부담도 갖가지 토를 달아 이행을 미룰 태세다.

가는 지도자는 제멋에 겨워 춤추고 다가오는 지도자는 유아독존의 모습을 보여주는 꼴이다. “국민을 섬기겠다.”고 했던 mb의 구호가 표를 모으기 위한 국민기만용이었음을 그 스스로 “선거 때는 무슨 말인 들 못하느냐”고 내뱉음으로써 자인한바 있다.

그래도 mb는 임기가 시작하기 전부터 약속을 뭉개는 짓은 하지 않았다. 그런데 마담박은 취임식도 하기 전에 “100% 대한민국”을 만들겠다던 약속을 뒤집고 있으니 새누리당으로 대표되는 보수라는 종들의 유전인자에는 공통적으로 사기성이 녹아있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정치의 요체는 지도자의 정직이다. 지도자가 정직해야만 국민들은 그 지도자를 신뢰하게 되고 그 신뢰를 바탕으로 국가가 유지되는 것이다.

농사의 근본도 정직이다. 시기를 놓치고 원칙을 거슬리면 아무것도 거둘 수 없기 때문이다. 농사를 실패하면 굶어죽든지 아니면 약탈을 나서는 길밖에 없다.

정치에서 국민의 신뢰를 얻지 못하면 지도자가 물러나든지 아니면 국민의 입을 막고 눈을 가리는 독재의 길밖에 없다. 정치건 농사건 정직하지 못하면 국민들이 불행해진다는 말이다.

정치의 시작을 보면서도 가슴 설레이게 하는 기대와 희망을 볼 수 없는 나라.
국민들이 완전히 허수아비 취급당하는 꼴만 같아 찜찜한 세월이다.

썩은 종자를 넣으면 아예 싹을 틔울 수 없다는 평범한 진리를 왜 모르는 것일까? 아마 씨고구마의 싹이 트고 줄기를 뻗어가는 모습을 볼 무렵이면 계절은 봄에서 여름의 길목으로 들어설 것이다. 그러면 6월 중순경에 순을 잘라 본밭에 옮기게 될 것이다. 한 여름 가슴 졸이며 지켜볼 날도 있겠지만 10월말 쯤 고구마를 캐게 될 것이다.

그 사이 이른 봄에는 감자와 생강을 심고 야콘 모종 만들기 고추모종 과 오이 가지 참외 수박 등 모종을 사다 심어야고 각종 채소 씨앗도 넣어야 할 것이다. 또 마늘과 양파 캐고 완두콩 수확한 자리에는 참깨를 심을 것이다.

다품종 소량생산으로 자급자족하겠다는 야무진 희망이 이루질 것인지는 알 수 없는 노릇이다. 하지만 지금은 풍성한 수확이라는 예측 가능한 가을날을 생각할 뿐이다. 이래도저래도 가는 세월을 덧없이 보내기보다 내가 먹을 것을 심고 가꾸며 또 기다리면서 산다는 것이 얼마나 즐거운 일인가.

▲ 추위를 이기고 자란 마늘과 완두콩밭의 전경. 때문에 마늘이나 완두콩이 건강식품이라고 하는 것 같다. ⓒ홍광석

예측 가능한 정치를 바란다.
공약을 유보하거나 축소하겠다는 꼼수를 부리지 말고 확실한 미래의 청사진을 보여주었으면 한다.
텃밭 농사가 잘 되는 것은 개인의 보람이지만 정치가 잘 되면 온 국민이 행복해지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미 수선화는 싹이 올라오고 있다. 매화는 추위에도 꽃눈이 쌀알 만 해졌다.

봄이 가까워지는데 서울은 여전히 어수선하다. 마을의 당산나무라도 찾아가 희망이 보이는 정치, 가슴 설레게 하는 정치를 볼 수 있게 해달라고 부탁할까 싶은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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