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시간대비 강의료에서 학점기준으로 지급키로
예술대 미술실기 시간강사, “결국 50% 삭감” 반발

비정규직교수들의 처우 개선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해 비난을 사고 있는 전남대학교(총장 지병문)가 예술대 실기 시간강사들의 강사료를 삭감하고 나서 반발을 사고 있다.

전남대 예술대 미술학과 소속 비정규직교수들에 따르면 학교 쪽은 기존 시간당 지급해오던 강사료를 학점으로 지급하겠다고 나선 것. 이에 따르면 실기수업의 특성상 1학점 수업에 2시간의 수업을 해 온 강사들의 강의료는 50%가 삭감된다. 전남대는 올해  1학기 예술대학 미술실기 시간강사로 75명을 채용했다.

전남대학교 미술교육 정상화를 위한 대책위원회(위원장 양종세)는 17일 성명서를 통해 “전남대는 반교육적이고 비상식적인 ‘강의료 지급방식 변경으로 강의료를 삭감’하려는 방침을 즉각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아래 성명서 전문 참조)

대책위는 “이번에 전남대학교 본부가 개정한 강의료 지침에 따르자면 강의한 시간인 4시간이 아니라 2학점으로 계산하여 강의료를 지급한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강의료 지급 방식을 변경하여 강의료를 삭감’한 것”이라며 “이는 강의한 것의 절반만 지급하겠다는 반노동적 발상”이라고 크게 반발하고 있다.

또 이들은 “미술학과 교육을 완전히 황폐화시키는 몰상식한 결정이고, 미술학과의 실기 경쟁력이 절반으로 떨어져도 전혀 개의치 않겠다는 반예술적 처사”라고 비판했다.

이어 대책위는 “이러한 계획을 사전에 인지했던 미술학과 모든 교수들도 최근 긴급회의를 열어 ‘전원 반대’ 입장을 대학 본부에 전달했음에도 불구하고 일방적으로 밀어부친 반민주적 횡포”라고 주장했다.

전남대 예술대 미술실기 시간강사들은 단과대학 교수단, 비정규직노조 등과 협의를 거쳐 전면적인 강사료 산정방식 철회 투쟁을 전개할 예정이다.

 

전남대는 반교육적이고 비상식적인
‘강의료 지급방식 변경으로 강의료를 삭감’하려는 방침을 즉각 철회하라

- 전남대 미술교육 정상화를 위한 대책위원회 성명서 -

지난 2012년 12월 31일 전남대학교 본부는 ‘2012~2013학년도 전남대학교 강사료 지급지침 개정’안을 다음과 같이 시행한다고 발표하였습니다.

1. 전공 실기는 시수로 계산하던 것을 학점으로 계산
2. 다만, 음악계열학과 ‘전공실기’ 교과목은 시수로 계산

예술대학은 교육 특성상 실기 교과목을 매우 중시합니다. 예술가를 육성하는 대학이기 때문입니다. 실기를 익히려면 시간이 많이 걸립니다. 그러나 실기 시간에 비례하여 학점 수를 편성해버리면 예술대 학생들은 몇 과목 배우지 못하고 졸업합니다. 그래서 예술대학의 실기 과목은 불가피하게 1학점 당 2시간 강의로 편성되어 있으며, 강의료 역시 시간 수만큼 지급해 왔습니다.

이러한 교과과정은 예술대학이 생기기 시작했을 때부터 해오던 방식입니다. 다양한 교과목을 개설해서 학생들의 교육 수요도 충족하고, 그래도 부족한 실기 시간이지만 그 정도 선에서라도 교육이 이루어져야 예술 교육의 경쟁력을 어느 정도 유지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결과입니다.

그런데 이번에 전남대학교 본부가 개정한 강의료 지침으로 말미암아 예술대학 미술학과의 교육은 뿌리조차 흔들리게 되었습니다. ‘지침’에 따르자면 2학점 4시간으로 구성된 실기 수업이 있다고 할 때, 강의한 시간인 4시간이 아니라 2학점으로 계산하여 강의료를 지급한다는 것입니다.

한마디로 ‘강의료 지급 방식을 변경하여 강의료를 삭감’한 것입니다. 이는 강의한 것의 절반만 지급하겠다는 반노동적 발상이자, 미술학과 교육을 완전히 황폐화시키는 몰상식한 결정이고, 미술학과의 실기 경쟁력이 절반으로 떨어져도 전혀 개의치 않겠다는 반예술적 처사입니다.

거기에다 이러한 계획을 사전에 인지했던 미술학과 전임교원들이 긴급 회의를 열어 ‘전원 반대’라고 대학 본부에 알렸음에도 불구하고 일방적으로 밀어부친 반민주적 횡포입니다.

대학을 좀 더 발전시키라고 우여곡절 끝에 새 총장을 뽑아놨더니 이게 무슨 날벼락입니까? 그러고도 몰염치하게 전남대학교 구성원들에게 ‘공감과 동행’을 소리 높여 외치고 있단 말입니까? 미술학과는 적당히 가르치고 적당히 배우면서 졸업해도 되는 학과란 뜻인가요?

예향 광주를 지탱해왔고, 한국 미술 교육의 산실로 자부해왔던 전남대학교 미술학과의 자긍심을 이처럼 땅바닥에 내던질 권리를 누가 지병문 총장에게 부여했습니까?

학생들은 수백만 원의 등록금을 부담하면서까지 좀 더 나은 교육을 받기 위해 국립대학에 입학하고자 밤잠을 설쳐가며 3년의 고통의 시간을 보냅니다. 우리는 그 등록금으로 운영하는 대학에서 학생들을 마주하며 같이 울고 같이 웃으며 실기수업을 하고 그들이 작가의 길로 들어서는 기초를 다지는 데 온 힘을 다해 왔습니다.

비록 고달픈 예술가의 길이지만 예술 교육을 담당하고 있다는 자부심만으로 버텨 왔습니다. 그 노력이 오늘날 예향인 광주를 풍성하게 가꾸는데 나름대로 밑거름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생각해 보십시오. 실습시간이 많을수록, 대학의 양적, 질적인 지원이 많을수록 학생들의 실력은 더욱 배가될 것이며 졸업 후의 진로도 여기에 좌우될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현재의 실기시간도 그리 넉넉하지 않다는 점을 솔직하게 고백합니다.

그래서 미술작가가 되기로 진로를 결정한 학생들은 대학원에 진학하여 더 나은 실기를 공부하려 합니다. 대학원에까지 진학하여 미술 실기 능력을 배양하려는 지금의 자화상은 어쩌면 학부 과정에서 충분한 실기 시간을 부여하지 않았던 대학의 책임일 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남대학교 본부가 지금처럼 실기 강의시간을 절반으로 줄이게 되면 당연히 시간이 절반으로 줄어들어서 대부분의 실험적인 작업들은 완성도 못한 채 한 학기를 마치게 되고 말 것입니다. 대학의 질적 우수성은 전문성에서 배태됩니다.

재학 중 부족한 실습은 졸업 후 고스란히 학생들의 몫이 되고, 전문성이 부족한 작가는 자신의 상상력을 표현하는 작업 방법을 알지 못하게 될 것이며, 결국 모교의 교육 운영 방침이 작가의 길을 가는데 큰 걸림돌이 되어버린데 대해 원망을 품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60, 70년대의 대학은 부모들이 허리 휘어지도록 피땀 흘려 농사짓고 기르던 소를 팔아야 등록금을 낼 수 있어서 대학이 지성의 상징인 상아탑이 아니라 우골탑이라는 결코 아름답지 못한 말로 비아냥을 받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현재라고 해서 결코 다르지 않습니다. 등록금은 물가 상승률을 뛰어 넘은지 오래되었고, 세계 어느 나라의 대학보다 비싼 등록금을 내고 있는 것이 지금 대한민국의 현실입니다. 더구나 예술대학은 다른 단과대학보다 등록금이 더 비쌉니다. 그것은 실기교육을 하면서 필요한 재료값이 그 안에 포함되어 있고, 실기 강의시수가 더 많이 배정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학 진학을 소망하고, 그것도 국립대학에 진학하고자 애쓰는 것은 학부모와 학생들이 그나마 사립대학보다 적은 비용으로 ‘예술적 생’을 꽃피워보고자 하는 소망 때문입니다. 부모들보다는 자식들이 더 나은 삶을 살아가기를 바라는 모든 학부모들의 바람이 기꺼이 이러한 희생을 요구했던 것입니다.

학부모들과 학생들의 소망을 조금이라도 깊이 생각해 보았다면 대학본부가 이런 어이 없는 일들을 획책하지 않았을 겁니다. 이런 처사는 미술학과 전임교원은 물론이고, 강사들, 그리고 400여 재학생들의 교육권을 무시하는 오만한 행위이기에 우리 모두 분노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것도 가장 양심적이고 도덕적이어야 할 국립대학에서 이런 비상식적인 일들을 벌이는 것을 보고 우리는 학교 구성원으로서 부끄러워 고개를 들 수 없습니다.

그 동안 대학은 건물을 짓고 몸짓을 불리는 것에만 신경을 쓰고, 학생들의 후생복지와 교육투자(전적인 지원이 필요한 우수 강사 활용과 재료구입)는 항상 뒷전으로 미루었습니다. 수업의 60% 이상을 강사들이 책임지고 있는 오늘날, 대학의 이 같은 조치는 교육의 질 저하를 낳고 그 결과 학생들의 일방적인 피해로 이어진다는 것은 불 보듯 뻔합니다.

미술학과 실기강사들의 생활임금에도 큰 손실입니다. 현재 수준의 강사료만으로는 4인 가족의 생활을 유지하는데 거의 도움이 되지 않고 그저 교통비나 감당할 수 있는 금액이 된 지는 오래된 일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의를 할 수 밖에 없는 것은 학생들의 초롱한 눈빛과 배움에 대한 치열함, 그리고 이들 학생들을 교육자로, 자신의 작품세계를 구축한 작가로 성장하는데 ‘등대’가 되어야겠다는 강사들의 ‘꿈’이 있기 때문입니다. 더 나은 후배 작가, 인정받는 예술 인재를 키우고자 하는 꿈이었습니다.

그러나 대학의 이번 조치로 강의를 계속 할 수 있을 지는 의문입니다. 미술교육의 특성을 전혀 고려하지도 않고, 민주적인 협의를 거치지도 않았으며, 강사들의 일방적 희생만을 요구하는 반민주적인 정책이 우리 강사들로 하여금 더 이상 강의를 계속할 조그마한 ‘꿈’과 ‘자존심’마저 뭉개버렸기 때문입니다.

강의시수가 아니라 학점기준으로 강의료 지급 방식을 변경하면 실기수업은 2학점이기에 4시간 강의를 해도 2시간의 강의료만 지급받게 됩니다. ‘무노동 무임금’이 원칙이라면, ‘유노동 유임금’도 원칙입니다. ‘원칙’이 무슨 뜻입니까? 당연이 지켜야할 규칙 아닙니까?

4시간 강의에는 4시간의 강의료가 지불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교육기관에서 그것도 국립대학에서 원칙을 지키지 않는다면 대한민국 어디에서 원칙을 지키겠습니까? 미술학과 학생들이 실기시간이 줄었으니 등록금을 인하해달라고 요구하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강사도 생활인입니다. 가정의 경제를 책임지고 있는 사람입니다. 학생들을 가르친다는 자존심은 고사하고 생존권마저 위협받는 절박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현실에서 누가 감히 분노하지 않겠습니까. 강사들은 현재의 가혹한 임금에서 또 절반으로 줄어버린 강사료만으로는 살아갈 수 없습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는 가정경제는 ‘꿈’으로만 지탱할 수 없는 문제입니다.

2013년. 다시 신입생을 맞습니다. 과연 전남대학교 미술학과를 지원하려는 학생들이 이 사실을 알게 되면 흔쾌히 전남대학교에 입학하려 할까요? 자신들이 꿈꾸던 대학의 교과과정에 얼마나 실망을 하며, 휴학을 하고 군대를 가고, 얼마나 많은 학생들이 실기 실력이 부족한 채 졸업할 것이며, 그 후 작가의 길에 나섰을 때 얼마나 많은 고통과 자괴감에서 허우적거릴까요?

우리는 이 학생들을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요?

대학 본부에 묻습니다. 전남대학교 미술교육 정상화를 위한 대책위원회(이하 ‘전미정대’)는 전남대학교 미술학과를 아끼고 미술교육의 미래를 염원하는 모든 분들을 대신해 대학의 이 지침이 철회될 때까지 강의거부 또는 비정규교수 노조의 임금협약 결과에 따른 강의료만큼만 강의한다는 것을 단호하게 의결하였습니다.

나아가 전국 미술 관련 단체와 교육 단체 등에 이 사실을 널리 알리고 이 부당한 처사를 철회할 때까지 끝까지 함께 싸워 나갈 것입니다.

1. 대학본부는 음악학과나 유아교육학과와 다른 미술학과의 강의시수 계산 방침을 즉각 철회하라.
2. 대학본부는 이 같이 해괴망측한 학점계산 방식을 미술학과에만 적용해야 한다면 왜 그래야 하는지 그 이유를 분명하게 입증하라.
3. 대학본부는 미술학과에만 해당하는 이 지침을 입안하여 결정하게 한 책임자를 찾아내 즉각 해임하라.
4. 이 모든 결의가 관철될 때까지 우리는 끝까지 투쟁할 것이다.
2013년 1월 17일

전남대학교 미술교육 정상화를 위한 대책위원회

전남대학교 예술대학 미술학과 비정규직 교수, 전남대학교 예술대학 미술학과 교수, 전남대학교 예술대학 학생회, 한국예술문화단체 총연합회 광주광역시 연합회, 사)한국미술협회 광주광역시 지회, 조형21, 남도 조각회, 전남 조각회, 전통과 형상, 예술대 동창회, 사)한국 민족예술인 총연합 광주지회, 사)민족미술인 협회 광주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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