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대 비정규교수노조, “학교쪽, 파업 장기화 유도”
전남대, “교과부, 인건비 올리라고만 하고...”

시간강사들의 처우 개선을 요구하며 파업에 돌입한지 한 달이 넘어가는 전남대학교 비정규직교수노조(분회장 박중렬)가 학교쪽에 ‘끝장교섭’을 제안한다.

민주노총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 산하 전국 9개 분회(전남대, 경북대, 부산대, 조선대, 영남대, 대구대, 성공회대, 성균관대, 인제대)와 전남대 총학생회, 민주노총광주전남지역본부 등은 오는 17일 오후 2시 전남대 본부 앞에서 ‘파업 장기화를 유도하는 반교육적 반노동적 비주체적 전남대 본부 규탄 전국비정규교수 결의대회’를 열고 학교쪽에 성실 교섭을 촉구할 예정이다. (아래 성명서 전문 참조)

▲ ⓒ한국 비정규직교수 노동조합 전남대학교 분회 제공
이들에 따르면 비정규교수노조와 2012년 임금단체협약을 체결하지 않은 대학은 국립대인 경북대와 전남대 단 2곳 뿐이다. 또 대학 쪽이 차기총장단 취임 이후로 미뤄온 단체 협약과 관련해 지난달 21일 지병문 총장 취임 후 단 두차례의 실무간담회만 이루어졌을 뿐 학교 쪽에서 협상관련 어떤 움직임도 보이지 않는다는 것.

이에 대해 이들은 “역대 이렇게 무책임하고 무능한 학교 측 교섭단은 없었다”며 “‘다른 대학들이 다 타결되면 그 때 한 번 보자’는 식의 학교 측 교섭 태도는 전혀 지성인답지 않고 비주체적이며 무책임하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들은 “학교 측이 어떤 핑계를 댄다 할지라도 시간강사는 ‘임금노동자’이고, 임금 지급의 책임은 ‘전남대학교 총장’에게 있다”며 “학교 측은 당장 ‘학생을 인질로 하여서 파업을 종료시키려는 협박’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결의대회를 마친 후 지병문 총장을 항의방문 할 예정이다. 또 이들은 학교 쪽에 이날 오후 5시부터 ‘2012 임단협 끝장교섭’을 개최할 것을 제안할 계획이다.

이들은 학교 쪽이 ‘끝장교섭’을 거부할 경우 앞으로 투쟁 방향과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꿀 것이다고 경고했다.

이에 대해 전남대 쪽은 “교과부가 인건비를 올려주라고만 예산은 주지 않고 있다. 시간강사들 요구 대로라면 15억의 추가 예산이 발생한다”며 “교과부 지침과 학교 재정형편, 교수들 의견, 다른 대학의 상황 등 여러 상황을 검토해 조정 절차를 진행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파업 장기화 유도하는 전남대 본부 규탄과
현 사태의 조속한 해결 위한 ‘끝장 교섭’ 촉구 성명서 [전문]

아침이 오지 않을 정도로 긴 밤은 없다. 우린 어떤 압박에도 굴하지 않고 한 발 두 발 전진한다.

노동이 존중되는 대학, 승자독식과 야만적 차별이 없는 대학, 다양한 학문이 서로를 자극하며 발전하는 대학, 소금처럼 소중한 비판적 지성의 전당을 건설하기 위하여 우린 계속 앞으로 나아간다. 더 나은 세상과 평등 대학을 건설하는 우리의 투쟁은 결코 멈추지 않을 것이다.

이제 비정규교수노동조합과 2012년 임금단체협약을 체결하지 않은 대학은 2개 밖에 없다. 그 대학들은 놀랍게도 우리가 투쟁에 돌입할 때의 예상과는 정반대로 모두 국립대이다.

재정이 가장 견실하다는 평가를 받고, 학생 모집에 어려움이 없으며, 정부 지원도 상당히 받는 유력 국립대학들이 이렇게까지 비정규교수와 학생을 곤경에 빠뜨리며 ‘몽니’를 부릴 것이라고는 우리 중 그 누구도 상상하지 못하였다. 안 할 수도 있었던 파업이 학교 측에 의해 장기화되고 있다. 어쩌다 이런 일이 발생하였을까?

전남대학교 본부는 전혀 협상할 의사가 없어 보인다.
2012년 협상에서 대학은 대학 재정에 관한 한 ‘차기 총장단이 결정해야 할 문제’라면서 구체적 임금 협상안을 내놓지 않고 차일피일 미루었다.

그러다가 총장 선거가 마무리되는 시점에 가서야 2012년에 전국의 모든 대학이 지급받았던 70,000원의 강의료에 턱없이 못미치는 66,000원의 강의료만을 제시하고 지방노동위원회의 조정에 맡기고 말았다.

우리는 대학의 고충을 이해하기에 참고 기다렸다. 그러나 지병문 총장이 취임한 2012년 12월 21일 이후에도 학교측은 두 차례의 실무간담회를 제외하고는 어떠한 협상 노력도 하지 않고 있다.

우리가 요구한 강의료뿐만 아니라 비정규교수의 교육환경 개선과 대학 기구 참여, 교원으로서의 권리 보장 등과 같은 단체협약안에 대해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은 채, 오직 대학 재정이 어렵다는 말만 되풀이하며 지금까지 우리들을 외면하고 있다.

역대 이렇게 무책임하고 무능한 학교 측 교섭단은 없었다. 바로 그 이유로, 이번 파업은 학교 측이 유도한 것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교섭안도 없고 이전에 합의한 사항도 부정하는 사측 교섭단과 합의할 수 있는 민주노조 협상단은 세상 어디에도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교육자이자 학자이며 노동자들이지 가진 자들의 하인이나 거지가 아니다.

학교 측의 비주체적 교섭 태도는 사태를 악화시켰다.
‘다른 대학들이 다 타결되면 그 때 한 번 보자’는 식의 학교 측 교섭 태도는 전혀 지성인답지 않고 비주체적이며 무책임하다. 전남대, 부산대, 경북대의 학교 당국이 2012년 하반기에 이런 태도를 보이는 바람에 이 3개 대학이 모두 파업의 홍역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3개 대학 모두가 ‘다른 2개 대학이 타결되면 자신들도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모순적 태도’를 보였기에 생긴 어처구니없는 결과이다. 결국 부산대 본부가 여론의 온갖 비난을 받은 뒤에 가장 먼저 노조와 2012년 임단협에 합의하였다. 되돌아보면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은 꼴’이다. 지성의 전당이라는 대학의 최고 의사결정권자들이 이런 수준이라면 이 나라의 미래는 암울하다고 할 수밖에 없다.

버티면 된다는 식의 불성실한 학교 측 교섭 태도가 파국을 초래하고 있다.
전남대학교는 즉각적 성실 교섭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일방적으로 학사 행정을 강행하면서 학생 피해를 가중시키고 있다.

우리 노조는 학생들의 불편을 최소화하고자 전과나 외부 장학금 신청자의 성적을 자발적으로 입력하는 등 최대한 성의를 보여주었다. 이 모두 협상을 원만하게 진행해보려는 충정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학은 비정규교수의 집으로 우편물을 보내 선량한 가족들을 불안케 하는가 하면, 학생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담당교수를 압박토록 하는 등 교수와 학생을 이간질시키는 반교육적 횡포를 자행하고 있다. 또 미입력된 과목의 성적을 취득(S)으로 처리하겠다는 둥 대학의 정신을 근본적으로 부정하는 비상식적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이들에게는 자신들의 행정권력을 관철시키는 것이 교육과 인권보다 더 중요한 듯하다. 1970년대식 공포 정치와 권력 남용이 전남대에서 부활하고 있다.

우리는 이번 파업 과정에서 대학이 얼마나 ‘반노동적 시각’으로 비정규교수 문제를 바라보는 지 확인할 수 있었다.

성적을 입력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학과에서 내신한 강사를 본부가 위촉하지 않으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얼마 전 파업 중인 몇 명의 조합원들이 내신이 보류될지도 모른다는 연락을 학과 조교로부터 들었다는 제보를 해 왔다. 확인 결과 일부 직원들이 과잉 대응한 것이었다.

노조는 만일 이런 일이 생길 경우 총장과 교무처장을 고발할 것이라고 공문으로 통지하여 적극 대응하였다. 하지만 전남대학교 내에 합법적인 성적 미입력 파업을 강사 해고로 연계하여 행정 처리하려는 반노동적 시각이 광범위하게 유포되고 있음을 확인한 우리는 깊은 유감을 표할 수밖에 없다. 악덕 기업과 같은 괴물로 전락하고 있는 전남대학교 본부 측의 대오각성을 촉구한다!

학교 측이 어떤 핑계를 댄다 할지라도 시간강사는 ‘임금노동자’이고, 임금 지급의 책임은 ‘전남대학교 총장’에게 있다.

전남대학교를 비롯하여 이 땅의 대학 교육은 시간강사를 비롯한 비정규교수 없이는 존속되기조차 힘들다. 전남대학교가 지금처럼 유지되고 발전해 왔다면 교육의 1/3 이상을 담당해 온 비정규교수도 거기에 상당한 기여를 했음이 사실이다.

이걸 부정하거나 왜곡하는 것은 무지함을 넘어 정보를 조작하고 진실을 부정하는 저열한 행위이다. 그럼에도 학교 측은 공지사항을 통해 돈이 든다거나, 시간강사의 임금을 자신들이 다 책임질 수는 없다거나, 교과부 지원 예산이 부족하다는 핑계를 대면서 본질을 흐리고 물타기를 시도하고 있다.


임금노동자에게 일을 시켰으면 노사가 합의하여 임금을 주는 건 당연하다. 그런데도 시간강사들보다 4배 이상 많은 돈을 학교 재정에서 받으며 개인 연구실도 하나씩 가진 학교 측 교섭위원들이, 시간강사의 임금이 많다느니 학교 재정이 어렵다느니 떠드는 것은 참으로 염치없어 보인다.

우리 생활임금을 전남대가 다 주는 것도 아닌데 돈 몇 푼에 호들갑을 떠는 모습을 보니 쓴웃음만 날 뿐이다. 교과부 지원 예산이 부족한데도 자신들의 배를 불리고 자신들이 하고 싶은 일에 시간강사 1년 예산 몇 배를 쏟아 부으면서도, 최저임금 수준에 시달리는 동료들의 처지에는 애써 눈을 감는 사람들에게 이제는 연민까지 느껴진다. 인간이 동물과 다른 점은 수치심이 있기 때문이다.

학교 측은 당장 책임 회피를 중담하고 비정규교수에게 생활임금을 보장해 주어야 할 것이다.

우리들은 헌법에 보장된 파업의 권리를 적법한 절차를 거쳐 학생들에게 거의 피해가 없는 방식으로 행사하고 있다. 그런데도 ‘진리, 창조, 봉사’를 내세우는 전남대학교의 의사결정권자들은 손바닥으로 이 진실을 가리려 하고 있다.

성적입력거부라는 용어의 어감이 좋지 않은 점을 이용하여 파업권 자체를 부정하려 하고 있다. 학생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장학금이나 생활관 신청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협박을 일삼고 착한 학생들과 헌신적인 학생들에게 불안감을 조성함으로써 전남대학교의 긍지를 훼손하고 있다.

학생을 볼모로 하는 것은 우리가 아니라 바로 학교 당국이다. 학교 측은 당장 ‘학생을 인질로 하여서 파업을 종료시키려는 협박’을 중단해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역사가 당신들을 심판할 것이다.

오늘 이 자리에는 전국 9개 비정규교수노조 조합원들이 모였다. 개별 대학 분회의 투쟁에 전국의 비정규교수들이 2013년 1월 15일과 17일에 함께 한 것은 노조 23년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참으로 의미심장한 날이다.

우리는 집회를 끝내고 전남대학교 총장을 만난 뒤 중대한 결단을 내릴 것이다. 그 결단은 이 문제를 학내 문제로만 국한시키지 않고 지역을 넘어 전국적 문제로 발전시키는 방향으로 이루어질 것이다. 시간은 우리 편이고 투쟁도 우리는 몇 년에 걸쳐 얼마든지 계속할 수 있다. 다만, 그 대장정을 떠나기 전 학교 측 교섭단에게 마지막 기회를 주고 싶다. 그래도 같은 대학 구성원이니까 말이다.

우리는 전남대학교를 더 좋은 대학으로 만들기 위한 ‘2012 임단협 끝장교섭’을 2013년 1월 17일(목) 오후 5시부터 개최할 것을 제안한다.

피해 당사자인 학생들의 참관은 필수적이다. 단언컨대 이번 투쟁의 중대한 분수령은 바로 오늘이다. 만일 학교 측이 이 끝장교섭을 거부한다면 우리는 앞으로 투쟁 방향과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꿀 것이다. 전남대 총장의 대학 최고 지성인다운 현명한 답을 기대한다.

<우리의 요구>

- 비정규교수에게 생활임금 보장하라!
- 비정규교수에 대한 구조조정과 정리해고 중단하라!
- 비정규교수에게 강좌개설신청권 확대와 대학기구 참정권 등의 교권을 보장하라!
- 수강인원축소, 폐강기준 완화, 다양한 교과목 개설로 교육환경 개선하라!
- 공동연구실과 휴게실 확대, 연구비 확대로 연구환경 개선하라!
2013년 1월 17일

민주노총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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