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 ‘그래도’, 첫 작품 상연
장애인 스스로 치유해가는 여정
휠체어가 대사의 호흡에 맞춰 무대 이쪽저쪽을 섬세하게 오간다. 미리 그려 놓은 동선을 따라가기 위해 김미숙씨의 손이 바쁘게 움직인다.
“처음에는 휠체어의 정확한 움직임을 위해 손을 어떻게 해야 할 지 잘 몰랐어요. 그래서 안 될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연습을 하다 보니 어느 순간 감이 왔어요. 이걸 계기로 나도 할 수 있다고 생각이 바뀌게 됐어요.”
장애인 극단 <그래도>의 첫 작품 <마지막 잎새(오헨리 원작)>가 27일 오후 광주시청자미디어센터에서 올려졌다. <그래도>는 장애인들이 비장애인중심의 사회에서 맛봐야했던 좌절과 소외를 연극을 통해 스스로 치유하기 위해 올해 (사)실로암사람들(대표 김용목 목사)에서 꾸려졌다.
김씨는 <그래도>의 초보 배우다. 이번 공연에는 김씨가 속한 극단 ‘그래도’와 나모문화네트워크 소속 배우들이 함께 했다. 이들은 공연을 올리기 위해 퇴근 후 일주일에 두 번, 한 달간 연습했다. 연말이라 일도 많고 겨울이라 몸은 더 힘들어 일주일에 4시간정도의 연습도 힘들었다. 많은 양의 대사를 외우는 것도 부담이었다. 그래도 중간에 그만둘 수는 없었다.
“작품을 함께 준비하는 이들에 대한 고마움과 미안함으로 꼭 마무리를 지어야 했어요. 저희 공연을 사람들이 재미있어했다면 그것으로 만족합니다.”
이날 공연은 드라마 콘서트 형식으로 김씨가 주연배우로 열연한 <마지막 잎새>외에도 비블리오드라마 <내가 만약>, 연극<경관과 찬송가> 그리고 실로암 수화찬양단과 실로암 밴드의 공연, 워쉽 댄스로 이루어졌다.
공연을 기획한 윤경미씨는 10년째 실로암사람들에서 연극기획봉사를 펼치며 광주에서 작품활동을 하고 있다.
윤씨는 장애인 극단 창단이유에 대해 “인권. 문화도시를 표방하는 광주에서 우리 이야기를 우리가 주체적으로 담아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이것이야 말로 가장 이상적인 인권문화도시의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그래도>의 존재이유를 설명했다.
문화 소외계층에서 문화 창조자로 거듭나기 위해 애쓰고 있는 이들을 위해 윤씨는 “‘그래도’를 통해 지역사회에 다양한 문화가 꽃필 수 있길 기대한다”며 “‘그래도’와 같은 단체가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다양한 네트워크가 형성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극을 통해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상생을 향한 대안을 찾고자 한다면 극단 <그래도>의 문을 두드려봐도 좋겠다.
문의: (062)672-7782 극단 <그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