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 ‘그래도’, 첫 작품 상연
장애인 스스로 치유해가는 여정

휠체어가 대사의 호흡에 맞춰 무대 이쪽저쪽을 섬세하게 오간다. 미리 그려 놓은 동선을 따라가기 위해 김미숙씨의 손이 바쁘게 움직인다.

“처음에는 휠체어의 정확한 움직임을 위해 손을 어떻게 해야 할 지 잘 몰랐어요. 그래서 안 될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연습을 하다 보니 어느 순간 감이 왔어요. 이걸 계기로 나도 할 수 있다고 생각이 바뀌게 됐어요.”

▲ ▲ (사)실로암사람들의 장애인 극단 <그래도>의 첫 작품 <마지막 잎새(오헨리 원작)>가 27일 오후 광주시청자미디어센터에서 올려졌다. ⓒ광주인

장애인 극단 <그래도>의 첫 작품 <마지막 잎새(오헨리 원작)>가 27일 오후 광주시청자미디어센터에서 올려졌다. <그래도>는 장애인들이 비장애인중심의 사회에서 맛봐야했던 좌절과 소외를 연극을 통해 스스로 치유하기 위해 올해 (사)실로암사람들(대표 김용목 목사)에서 꾸려졌다.

김씨는 <그래도>의 초보 배우다. 이번 공연에는 김씨가 속한 극단 ‘그래도’와 나모문화네트워크 소속 배우들이 함께 했다. 이들은 공연을 올리기 위해 퇴근 후 일주일에 두 번, 한 달간 연습했다. 연말이라 일도 많고 겨울이라 몸은 더 힘들어 일주일에 4시간정도의 연습도 힘들었다. 많은 양의 대사를 외우는 것도 부담이었다. 그래도 중간에 그만둘 수는 없었다.

“작품을 함께 준비하는 이들에 대한 고마움과 미안함으로 꼭 마무리를 지어야 했어요. 저희 공연을 사람들이 재미있어했다면 그것으로 만족합니다.”

이날 공연은 드라마 콘서트 형식으로 김씨가 주연배우로 열연한 <마지막 잎새>외에도 비블리오드라마 <내가 만약>, 연극<경관과 찬송가> 그리고 실로암 수화찬양단과 실로암 밴드의 공연, 워쉽 댄스로 이루어졌다.

공연을 기획한 윤경미씨는 10년째 실로암사람들에서 연극기획봉사를 펼치며 광주에서 작품활동을 하고 있다.

▲ ⓒ광주인

윤씨는 장애인 극단 창단이유에 대해 “인권. 문화도시를 표방하는 광주에서 우리 이야기를 우리가 주체적으로 담아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이것이야 말로 가장 이상적인 인권문화도시의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그래도>의 존재이유를 설명했다.

문화 소외계층에서 문화 창조자로 거듭나기 위해 애쓰고 있는 이들을 위해 윤씨는 “‘그래도’를 통해 지역사회에 다양한 문화가 꽃필 수 있길 기대한다”며 “‘그래도’와 같은 단체가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다양한 네트워크가 형성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극을 통해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상생을 향한 대안을 찾고자 한다면 극단 <그래도>의 문을 두드려봐도 좋겠다.

문의: (062)672-7782 극단 <그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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