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중 천주교 광주대교구 대주교, 20일 성탄메시지 발표
“민주주의 성숙 염원 표현한 것”...광주전남.북 지역민 위로

"박근혜 당선자, 48% 넘는 반대 목소리 기억해 통합 이뤄야"

“광주 전남북 지역민들에게는 마음으로부터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 우리 지역민들의 집단적인 선택은 오랜 시간 동안 차별받고 소외되었던 아쉬움의 표현이었으며, 우리 지역민들이 온몸을 던져 이루어낸 민주주의의 성숙을 위한 염원의 표현이었습니다. 다른 지역의 많은 분들도 선택만 다를 뿐 이런 바람은 비슷한 것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김희중 천주교 광주대교구 대주교가 18대 대선이 끝난 20일 오전 광주대교구 회의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대선 결과에 대해 위로와 더불어 박근혜 당선자에게 국민통합의 메시지를 전했다.  (아래 성탄절 메시지 전문 참조)

▲ 김희중 천주교 광주대교구 대주교.

김 대주교는 박 당선자에 대해 “새로운 희망을 안고 대한민국을 이끌어갈 박근혜 당선자는 앞으로 국정운영에 있어서 48%가 넘는 반대의 목소리를 기억해 국민통합을 이루겠다는 원칙과 신뢰의 약속을 반드시 실현해 줄 것을 부탁한다”고 요청했다.

이어 김 대주교는 “서민들의 삶을 우선적으로 챙기겠다는 약속도 반드시 지켜주길 부탁한다”며 “아울러 지역의 균형발전과 인재의 고른 기용을 위한 배려를 부탁한다”고 말했다.

김 대주교는 지역민에 대해서도 “좌절과 상처를 딛고 성숙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며 “우리가 추구한 가치가 소멸된 것이 아니다. 희망을 꿈꾼다면 실현될 것이다”고 위로했다.

이어 김 대주교는 “결정된 뒤에는 현실적으로 받아들이고 긍정적으로 변화되게 노력해야 한다”며 “이것이 민주주의”라고 강조했다.

또 남북관계 개선에 대해 김 대주교는 “대국적 입장에서 북한을 수용해야 한다”며 “북의 종교와 인권 상황을 알지만, 아는 것을 전제로 하는 대화는 불가능하다. 이를 감안해 대화해야 한다”고 박 당선자에게 요청했다.

이어 김 대주교는 “박근혜 당선자 역시 북과의 대화촉진을 약속했다”며 “남북관계가 잘되면 남북이 6자회담의 저울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대화의 물꼬를 트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김 대주교는 “슬픔과 절망을 넘어 희망과 기쁨의 세상을 우리 다함께 만들어 가자”며 “빛고을에서 시작한 평화의 발걸음이 온 세상으로 번져나가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김희중 대주교  2012년 성탄 메시지 [전문]

18대 대통령선거가 끝났습니다.

박근혜 당선자께서는 축하의 인사를 드립니다. 그리고 문재인 후보에게는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

새로운 희망을 안고 대한민국을 이끌어가실 박근혜 당선자께서는 앞으로 국정운영에 있어서 48%가 넘는 반대의 목소리를 기억하시어 국민통합을 이루겠다는 원칙과 신뢰의 약속을 반드시 실현해 주실 것을 부탁드립니다.

또한 서민들의 삶을 우선적으로 챙기시겠다는 약속도 반드시 지켜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아울러 지역의 균형발전과 인재의 고른 기용을 위한 배려를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광주 전남북 지역민들에게는 마음으로부터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 우리 지역민들의 집단적인 선택은 오랜 시간 동안 차별받고 소외되었던 아쉬움의 표현이었으며, 우리 지역민들의 온몸을 던져 이루어낸 민주주의 성숙을 위한 염원의 표현이었습니다. 다른 지역의 많은 분들도 선택만 다를 뿐 이러한 바람은 비슷한 것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성탄을 맞으면서 2000년 전 이스라엘 민족이 희망이 없는 절박한 상황에서 가장 비천한 곳인 마구간의 말구유에 세상의 구원자로 오신 아기 예수님의 탄생이라는 역사적 사건과 교훈을 우리 지역민들과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지금 우리 사회는 많은 이들이 삶의 무게에 짓눌리며 절망하고 있습니다. 이 시대는 그 어느 때보다 희망과 평화를 갈망하고 있습니다.

참 평화를 주기 위해 세상에 태어나셨던 예수님을 생각하면서 우리 모두는 이 세상에 평화를 심는 일꾼이 되기를 희망하였습니다.

그러나 주위를 살펴보면 평화보다는 다툼이 더 많이 전개되고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오신 땅 이스라엘에서는 폭력과 갈등의 폭은 줄어들지 않고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또한 일본, 중국, 한국 주변국 사이의 영토분쟁 문제, 그리고 각국 세력들의 정치공세를 접하면서 우리가 갈망하는 참 평화는 현실에서 점점 멀어져 가고 있다는 느낌을 갖게 됩니다. 또한 남북한 대화의 단절은 우리 모두에게 평화통일에 대한 관심에서 멀어지게 하고 있습니다.

오늘날 우리 사회는 삶의 소중한 가치관인 ‘신뢰’가 사라져가는 분위기가 팽배하고 있습니다. 돈이 최고의 가치로 부상하고, 돈을 위해 서로를 끊임없는 경쟁사회로 몰아가고 있습니다.

이렇게 세상은 물질만능주의가 대세를 이루고 현대인들은 삶의 굴레에 갇혀 하느님께서 창조한 선한 인간본연의 아름다운 모습을 상실해가는 불행을 초래하고 있습니다.

예수님은 자신이 지난 모든 영광을 내려놓으시고 가난한 아기의 모습으로 이 땅에 오셨습니다. 우리의 참 행복은 평화로 우리 인간 안에 내려오신 아기 예수님을 만나는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 우리 모두는 경쟁보다는 더불어 사는 삶, 자신만을 위한 삶이 아닌 이웃을 배려하는 삶을 살도록 변화되어 나가야 합니다. 그것은 네가 먼저가 아니라 내가 먼저 그러한 삶은 선택할 때 가능해질 것입니다.

평화는 누군가의 힘에 의해 강요된 침묵이 아닙니다. 평화는 내가 너에게 평화가 되어 줄 때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참 평화는 너와 내가 이해와 수용, 인내와 용서, 나눔과 배려를 함께 공유할 때 누릴 수 있는 것입니다.

이런 참 평화를 이루는 삶을 우리는 아기 예수님에게서 볼 수 있습니다. 아기 예수님께서는 모든 인간을 향해 당신을 나눠주셨습니다. 그것은 당신 안에 모든 이들이 들어 올 수 있게 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당신을 비움으로써 당신 안에 들어온 이들에게 참 평화를 누릴 수 있게 하셨습니다.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평화가 되어주심으로써 우리도 참 평화 안에 머물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이렇게 예수님께서는 인류가 진정한 평화를 누릴 수 있는 길을 보여주셨습니다.

말씀이 사람이 되시어 우리 가운데 계십니다. 이제 우리 모두 예수님을 따라 예수님처럼 참 평화를 누리도록 합시다. 우리 다 함께 겸손과 가난, 사랑 자체이신 아기 예수님을 통하여 참 평화가 되어 주는 삶을 살아가도록 합시다. 슬픔과 절망을 넘어 희망과 기쁨의 세상을 우리 다 함께 만들어 갑시다.

이것이 이 세상에 오신 예수님의 선물입니다. 참 평화로 오신 주님의 이 귀한 선물을 받으십시오. 그리고 여러분도 주님처럼 평화의 사도가 되어 주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빛고을에서 시작한 평화의 발걸음이 온 세상으로 번져나가길 희망합니다. 여러분 모두의 평화를 빌며 저도 참 평화가 되어줄 것을 다짐합니다.
“평화를 빕니다!”

2012년 12월 20일

김희중 천주교 광주대교구 대주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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