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택 화가] 트럼프에 인물 군상 담아

트럼프 카드에 얹은 풍자와 패러디로 현실 꼬집어

“제가 말하고 싶은 목소리를 전달하고 싶었습니다. 다만 어떤 목소리를 가질 것인가가 중요한데요. 트럼프라는 부드러운 스타일로 시민들과 소통하고 싶었습니다.”

‘그 사건’ 이후 “어디까지 표현해야 하는 가”가 숙제로 남았다. 지난 2009년 광주민족미술인협회와 민족예술인총연합이 5.18기념문화관에서 연 2009년 환경기획전 ‘江강水원來’전에서 MB의 4대강사업을 풍자한 그의 작품 ‘삽질공화국’에 대해 광주시가 철거 명령을 내렸다.

작품철거에 당시 국정원의 외압이 있었다는 설이 솔솔 풍겨왔다. 결국 전시는 이명박 대통령이 호남철도 기공식에 참석하기 위해 광주를 방문한 하루 동안 진행되지 못했으며 전시회장은 영원히 폐쇄되어 사라졌다.

주변에서는 “내면 없는 작업을 하면 쉽지 않나”, “왜 시끄럽게 하느냐”며 우려 했다. “그 사건 이후 겁이 났습니다. 당연히 창작의욕도 위축됐죠.”

그러나 그의 ‘부채의식’은 현실을 외면하게 두지 않았다. “남이 아프면 어루만지는 것이 아니라 외면해버리기 쉽잖아요. 그러나 예술가라면 외면당하고 소외된 이들의 삶을 끄집어내 표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더 철저하게 현실을 반영해야겠다고 생각했죠.”

꼬박 일 년을 준비했다. 용산참사, 언론장악, 한진중공업사태... MB집권 후 일그러진 우리의 자화상을 서양놀이 트럼프를 빌려 풍자했다.

“‘삽질공화국’ 이후 다양한 시도를 했습니다. 트럼프라는 소재로 처음 MB의 4대강을 풍자하는 작품을 그린 후 트럼프 시리즈를 더 심화시키기로 했죠. 그 과정에서 어떻게 더 조형적 완성도를 높일지 고민했습니다.”

이번 전시를 위해 준비한 첫 작품을 그리는데 한 달이 걸렸다.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과 김재철 문화방송 사장이 트럼프 카드 위에서 보일 듯 말듯 의미심장한 웃음을 짓고 있다.

“이번 전시 첫 작품으로 최시중-김재철을 그렸어요. 이들이 방송을 장악한 이후 너무 상식에 어긋나 왜곡되고 편향된 정보만 국민에게 주입하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아 작품에서 꼭 잡아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오는 29일부터 광주 동구 금남로 대동갤러리에서 네 번째 개인전을 여는 김병택(45) 화백. 그의 삶에 대한 치열한 고민이 풍자에 실려 시민들을 찾아온다.

“누구나 와서 보시면 쉽게 공감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공감을 통해 또 서로 소통할 수 있구요.”

문의: (062)222-0072 대동갤러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