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비전과 최소한의 상식적인 사고를 가진 대통령 후보를 기다리며

10초반에서 20대 후반까지 박정희 정권 시대를 살아본 사람은 안다.
박정희가 어떤 인물이었음을.

박정희는 5.16 쿠데타 당시 정치가 안정되면 군 본연의 자세로 돌아가겠다고 했다.
순진한 국민들은 그 말을 믿었다.
그러나 그는 ‘권력의 속성상 권력을 쉽게 놓을 수는 없다’는 동서고금의 역사가 증명한 사실대로 군 본연의 자세로 돌아가지 않았다.

국민을 속였던 것이다.
처음부터 그럴 의도가 없었던 사람이 거짓말을 한 셈이다.
하긴 인간의 이기적인 본심을 버리기는 어려운 법.

거기에 그런 권력자의 이기심을 부추기는 간신들이 있다면 박정희는 폭력을 행사해서라도 권력을 지키고 싶었을 것이다.

박정희는 역사가 예시한 정답대로 장도영 등 자신의 정적을 몰아낸 이후 마각을 드러냈다.
이후 박정희는 자신의 불편한 과거 즉 ‘빨갱이’ 경력이 드러나는 것을 감추기 위해 자신에게 불리한 말은 서슴없이 부정하고 공화당을 창당하고 중앙정보부 등을 창설하여 권력을 공고히 했던 것은 이미 역사를 배운 사람이면 아는 사실이다.

3선 개헌후 71년 대선은 박정희와 김대중의 싸움이었다.
이때 김대중은 박정희가 총통제를 획책하고 있으며 71년 대선이 국민이 직접 대통령을 뽑은 마지막 선거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물론 박정희는 끝까지 부정했고 김대중을 빨갱이로 몰아 어렵게 이길 수 있었다.
그러나 김대중의 말대로 71년 대선 이후 국민은 대통령을 뽑을 수 없었다.
김대중의 총통제 주장이 거짓이라고 우겼던 박정희는 1972년 유신과 함께 한국적 민주주의 토착화라는 미명하에 통일주체국민회의라는 기상천외한 조직을 만들어 영구 집권의 길을 택했던 것이다.
다시 한 번 국민을 속이고 이 나라의 민주주의를 통째로 짓밟은 것이다.

그리고 이후 히틀러의 수권법보다 가혹한 헌법위의 긴급조치를 남발하여 장준하 같은 인물을 죽였고 간첩 사건을 조작하여 무고한 사람을 사형시키기도 했던 것이다. 그런데 그런 박정희의 야만적인 통치를 두둔하는 그 딸과 그 딸을 따르는 무리들이 있으니!

인류가 제2차 세계대전을 일으키고 유태인 학살을 자행한 독일을 용서하는 까닭은 그들이 인류에게 공감이 가는 사죄를 했기 때문이다.

반면 비록 경제적으로는 선진국 대접을 받을지라도 일본이 정치적으로는 3류 국가 대접을 받는 까닭은 과거 침략에 대한 반성 없기 때문이다.

중국에서 있었던 남경 대학살, 우리 민족에게 저지른 야만적인 살인과 문화재 약탈, 심지어 정신대 피해자에 대한 일본의 태도를 보면 현재의 일본이 얼마나 반인류적인 국가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일본의 파렴치함과 후안무치한 주장에 수모와 고통을 당하면서 분노하고 있는 우리의 현실은 더 길게 쓸 필요가 없을 것이다.

역사적 과오는 피해자가 납득할 수 있는 진심어린 반성에서 출발해야한다.
반성만이 화해의 출발이요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가는 초석이 된다.
개인도 그렇다.

어쩌다 성숙하지 못한 처신으로 상대에게 상처를 입혔다면 상처 입은 사람이 아무리 힘이 없고 어리다고 할지라도 우선 사과부터 해야 한다.
그리고 진심을 담아 최선을 다 하여 피해에 대한 물질적 정신적 배상을 해주어야 한다.
자신의 우월적인 지위에서 체면치레로, 아니면 주변의 압력 때문에 마지못해 화해 운운하며 손을 내민다면 그건 피해자를 두 번 욕보이는 꼴이 된다.

그런데 요즘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의 행보를 보면 도무지 앞뒤가 많지 않다.
그 아버지에게 두들겨 맞아 죽은 사람들이 수 없이 많음에도 아버지의 행동을 사죄하기는 커녕 불가피한 행동이었다고 감싸고 있다.
더구나 당시 그녀는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했기에 책임에 의 중심에 있음에도 반성은 커녕 고개를 빳빳하게 세운다.

일개 서민인 딸의 입장에서 5.16은 구국의 결단이요 유신이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며 박정희를 감싼다고 해도 이웃의 지탄을 면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런데 하물며 대통령 후보로서 아비를 감싸는 차원이 아니라 아비의 정당성을 검증하여 역사에 복권 시키겠다는 오기를 부리고 있으니 어찌 그녀가 대통령이 되도록 봐줄 수 있단 말인가?

반성 없이 화해를 말하는 것은 비수를 감춘 자객이 웃으면서 목숨을 내놓으라고 협박하는 것과 다름없다.
지금 박후보는 국민을 기만하며 협박하고 있는 것이다.

박후보가 독재자인 자신의 아버지를 변호하는 것은 인간적으로 동정을 받을 수 있을지는 몰라도 공정성과 객관성을 잃었다는 점에서 정의롭다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정말 박후보가 진정한 화해를 원한다면 침묵과 반성의 고행 길을 가야 마땅하다.
그런데 반성은 커녕 아버지의 독재를 감싸며이 그 아버지의 후광과 인간적인 동정을 배경으로 이 나라의 대통령을 꿈꾸고 있으니!

친일사관을 벗어나지 못했던 박정희.
독재자였던 박정희.
그런 박정희를 벗어나지 못하는 박근혜.
만약 그녀가 대통령이 되면 5.16은 구국의 결단으로 미화되고 유신은 경제를 살리기 위한 선택으로 찬양 될 것이다.

장준하선생의 죽음 인혁당의 피해자는 다수를 위해 소수를 희생한 경우로 변명 될 것이다. 그녀를 지지해준 지역에게는 과감한 투자로 보답할 것이고 그리하여 또 다시 지역 차별과 지역 감정의 골을 깊게 할 것이다.

독재라고 지탄 받는 박정희지만 아직 맹목적으로 박정희를 추종하는 세력이 있는 한 박후보는 아버지인 박정희의 뜻을 따르려 할 것이다.

결론적으로 지금까지 보여준 아버지 박정희 감싸기로 보여준 굴곡된 역사인식으로 미루어 보건데 박후보는 과거사를 정리할 수 있는 적격자가 아니라는 말이다.

박후보는 국민을 어떻게 고루 잘 살도록 하겠다는 정치인으로서 비전도 없이 오직 박정희의 후광과 일부 언론과 권력 기관의 지원에 힘입어 새누리당의 대통령 후보까지 되었지만 백번 생각해도 박근혜는 이 나라의 대통령감이 아니다.

독재자의 딸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독재가 무엇인지 박정희의 독재로 인해 수많은 사람들이 죽고 고통을 당한 역사에 대한 성찰과 솔직한 반성이 없기 때문이다.

지금은 박정희가 주도했던 개발독재가 더 이상 먹혀들 여지가 없는 시대이기 때문이다.
정치 경제가 거꾸로 갈 것이 뻔하고 국민들의 고통이 가중될 것이기 때문이다.
또 한 번도 자기 노력으로 월급 받고 살았던 적이 없는 그녀의 사생활도 서민의 고통을 이해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만약 박근혜가 집권한다면 우리나라가 어떤 길을 갈지, 어떤 모습이 될 것인지는 확실히 알 수 없다.
그러나 한 가지, 만약 박근혜가 대통령이 된다면, 박후보가 지금까지 보여준 화해의 제스추어가 권력을 잡기 위한 대 국민 사기극이었음을 금방 알게 될 것이다.

위기모면을 위해 진정성 없이 다급하게 호언장담을 했던 지도자들이 집권 후 말을 바꾸었던 사례는 동서남북 고금의 역사를 통해 숱하게 보았던 사실이기 때문이다.

사족이지만 지난날 그녀의 아버지 박정희가 지난날 그렇게 국민을 속였고, mb의 747 공약이 그야말로 사기극으로 드러났던 사실도 하나의 사례일 것이다.

한 가지 우려.
어떤 권력자 주변에도 음식에 쉬파리가 꼬이듯 시정잡배들이 모여들기 마련이지만 박후보 치맛자락을 잡고 있는 무리들 중에는 과거 박정희 독재에 맞섰거나 독재를 비판했던 사람들이 상당수 있다는 사실이다.

그런 인간들은 보면, 돈 있고 권력 있는 사람에게 죽도록 쳐 맞아 병신이 된 아비를 곁에 두고 때린 놈이 찾아와 미안하다는 말에 그저 감사하다면서 고개를 주억거리는 쓸개 빠진 태도를 보였던 무지렁이들이 떠오른다.

얻어터지고도 힘센 사람이라는 사실이 두려워 그의 입에 발린 사과에 언감생심 감격하는 얼빠진 인간들이 보인다.

아비를 죽이고 친구를 죽인 폭력배의 딸을 좋아해서 쫓아다니는 꼴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역사를 왜곡하는 것은 독재자만이 아니다.
비굴한 인간들에게도 책임이 있다는 점을 알았으면 싶다.
유권자들은 은혜와 원한을 넘고, 지역을 넘고, 당을 넘어 올바르게 선택해야할 권리와 책임이 있음도 알았으면 한다.

하여튼 이제 국민을 기만하는 정치인들은 그만 보았으면 좋겠다.

2012.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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