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주행하는 새누리당을 보며

대통령 선거?
국가의 존망이 걸린 중대사이기에 관심은 있다.
그렇지만 돌아가는 정치판의 꼴을 보고 있으면 고개를 돌리고 싶어진다.

야당의 대통령 후보 당내 경선은 막바지를 넘겼지만 정작 국민들의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그 중의 하나는 성폭력사건, 주취폭력, 청소년 자살 등 사회적인 문제를 사회적 이슈로 부각시켜 야당의 대선 후보 선출과정을 물타기 함으로써 이익을 볼 수 있는 세력들의 의도적인 전략 때문이라고 본다.

그러나 이 시기에 성폭력을 당한 사회문제도 중요하지만 그보다는 정치가 바로서야 한다는 주장을 하면 자칫 성폭력을 두둔하는 파렴치범으로 몰릴 수 있는 사회적 분위임을 알기에 어느 누구도 성폭력 사건도 큰 문제이지만 국가의 중대사인 대선이 중요하다는 말하지 않는다.

아마 상대편늬 말꼬리를 잡고 뒤를 캐기에 혈안이 된 세력들 앞에서 국회의원들도 소신을 말하지 어려웠을 것이다.
그렇다보니 성폭력 가해자에 대한 화학적 조치와 ‘거세’가 사회적인 화두가 되었다.
거대 언론과 현재의 권력과 자본이 합작하여 만들어낸 사회적 이슈에 대다수 정치인들이 끌려다니는 대한민국의 현실을 보는 국외자의 입장에서는 참 서글프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대선을 앞두고 여당의 대부분 의원들이 후보의 치맛자락에 매달리거나, 후보를 저울질하며 눈치껏 줄서기에 골몰하는 야당 의원들 때문에 이미 식물 국회가 되어버린 모습도 한심하다.
옳고 그름을 가리고 도곡동 땅 BBK의 진실 등 각종 비리가 만천하에 밝혀지기를 원하는 국민들의 기대를 배반한 국회.
자신이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 것인지 망각한 대다수 국회의원들.

그런 와중에 무지와 독선으로 무장한 여당의 후보는 언론의 화려한 조명을 제대로 받으면서 연일 자신의 소신이라며 독재자인 아버지를 두둔하고 헌법을 무시하는 발언을 서슴지 않고 있다. 5.16 쿠데타와 유신은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하더니 재심에서 ‘사법 살인’이라고 인정한 인혁당 사건을 두고 후보는 역사에 맡긴다고 둘러댔다.

이를 두고 대다수 언론들이 후보의 발언을 비판하고 나서자 언론의 질타를 피할 길 없다고 판단한 새누리당 대변인이 어제(12일) 박근혜의 발언에 일부 오해가 있다는 말과 함께 일단 사과하겠다고 발표했던 것인데, 이를 확인하는 기자들에게 후보는 대변인과 전혀 이야기를 나눈 적이 없다고 대변인의 발언을 일축해버렸다.

후보의 정치관이 유신시대에서 한발자국도 벗어나지 못했음을 만천하에 알린 꼴이요, 새누리당은 급한 불을 끄려다 오히려 큰불에 맞은 꼴이 되었다.

이미 박근혜의 사당이 되어버린 새누리당이 작금의 사태를 어떻게 수습할지는 두고 볼일이이다.
설사 이후 새누리당의 입장이 어떻게 바뀐다고 해도 의식있는 다수 국민들은 후보의 몰역사적인 가치 인식과 반 민주적인 태도에 대한 부정적 시각은 거둘 수 없을 것이다.

시대를 거슬러 역주행하는 정치를 본다.
독재를 미화하고 그 독재에 항거하다가 사형을 당한 사람들의 억울함이 부정되는 정치를 본다.
싹이 노랗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이런 때 새누리당에 제대로 정신이 박힌 국회의원들이 열 명만 있다면 오죽 좋으랴만 후보의 치맛자락에서 멀어진 국회의원들조차 실의에 빠진 것인지 자포자기를 한 것인지 꼬리를 감추고 있다.
신하의 바른 말이 죽으면 정치가 바른 길을 잃는다는 사실은 고금의 진리이다.
그럼에도 스스로 세비를 올린 여당 국회의원들은 오로지 아버지인 독재자를 감사는 후보의 입만 쳐다보는 추태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불안하다.
절망스럽다,
후보가 다시 유신으로 회귀하자고 하면 거부할 국회의원이 없을 것 같다.
독재에 맞서는 인사들을 사형시켜도 그걸 보면서 피할 수 없는 선택이라고 두둔하는 국회의원들이 나올 것 같다.

한일회담 때 김종필이 했다는 독도 폭파 발언이 다시 나올 것만 같다.
긴급조치의 부활, 한국적 민주주의의 부활이 예고 된 것도 같다.
박후보는 역사의 의미를 제대로 알고나 있는 것일까?
헌정사에서 질곡의 시대였던 유신 독재로 국민의 대표권이 우롱당한 국회, 민주주의 근간인 삼권분립이 붕괴된 사건이었음을 모르는 것일까?

국회의원 3분의 1을 임명했던 거수기 식물국회, 그것이 한국적 민주주의라고 국민을 기만했던 시대가 정당했다고 믿는 것일까?
유신 독재로 인해 얼마나 많은 국민들이 억울하게 죽었다는 사실을 모르는 것일까?

답답하다.
유신이 100억불 수출을 위해 불가피한 결정이었다고 희극적인 발언을 했던 홍아무개 처럼 선거없이 대통령이 임명하는 국회의원이 되겠다는 사람들만 우글거리는 것처럼 보이는 현실이.
자식이 부모를 두들겨 팬 패악질과 다름없던 유신시대를 옹호하는 과 다름없다는 사실을 모른 채 맹목적으로 박후보를 지지하는 유권자들이 너무 많다는 사실도 답답하게 한다.

벌서 새누리당을 보면 유정회가 떠오른다.
신문에 실린 조작된 사건으로 억울하게 죽어간 이들의 사진을 다시 본다.
정말 답답한 아침이다.

2012.9.13.

저작권자 © 광주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