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지원에 집짓는 이야기 20(마지막 회)


일단 사업자를 선정하고 전반적인 과정을 믿고 맡기긴 했지만, 텃밭 농사를 위해 날마다 숙지원에 출근하다시피 하는 나에게 집짓는 현장은 외면 할 수 없는 곳이었다.

그래서 텃밭 일을 하다가도 틈틈이 일하는 과정을 지켜보게 되었는데 건축에 문외한인 내가 봐도 이건 아니다 싶은 일들이 많았다. 그때마다 의문 사항은 묻고 의견을 제시하는 경우 일하는 사람들로부터 들을 수 있는 대답은 정해져 있었다.

“다 그렇게 해요.”
“그렇게 해도 괜찮아요.”
은연중 당신이 뭘 아느냐는 말투였다.
커다란 기대감을 가지고 신경을 쓰는 건축주의 입장에서는 황당한 대답이었다.

▲ 기둥이 뽑혀 쓰러진 보일러실 겸 차고. 부실공사에 대한 노여움은 지금도 크다. 사람과 차가 다치지 않은 점을 다행으로 여기고 있다. 아내와 나는 건물이 쓰러지기 불과 몇분전까지 깻단을 감추는 작업을 했다. ⓒ홍광석

지난 4월 16일 첫삽을 뜬 후 5개월째 접어들고 있지만 아직 집짓기는 끝나지 않았다. 태풍이 쓰러뜨린 보일러실 겸 차고의 재 시공도 끝나지 않았고 그로 인해 대문과 담장 공사가 늦어지고 있으니 집짓기는 여전히 미완의 상태인 셈이다.

더구나 7월 말로 예정된 준공 검사도 끝나지 않아 사실상 법적으로 우리는 불법 건물에서 생활하는 셈이다. 건축주의 입장에서는 화나는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지난 5개월, 집짓는 과정을 지켜본 건축주의 입장에서는 느낌도 많고 쓰고 싶은 이야기도 참으로 많다. 예상을 초과한 경제적인 문제도 힘들었다. 준공 기한을 넘긴 사연도 조금 길게 쓸 수 있다. 그렇지만 그보다는 건축 현장의 노동자들로 인해 그동안 노동자들에 품었던 나의 긍정적인 시각이 상당부분 달라질 수밖에 없었던 점은 혼란스러운 기억으로 남을 것 같다.

교사도 노동자라는 생각으로 교육 노동 운동에 뛰어들어 거의 10년 동안 해직의 아픔을 겪었던 나로서는 노동 문제가 단순한 이념의 문제가 아니라 현실의 문제였다. 그래서 노동 현장의 싸움에 관심을 가졌고 비록 이제 행동은 못할지라도 관심을 가지고 노동 문제로 인한 사건을 그러면서 노동자들의 처지에서 이해했다.

그런데 집짓는 과정을 통해 일부 노동자들로 인해 노동자들에 대한 인식이 많이 바뀌고 만 것이다.
물론 고작 집 한 채 짓고 전체 노동자들에 대해 평가할 수 있느냐는 자기반성도 없지 않다. 또 너무 감정적인 섣부른 판단 아니냐는, 그래서 내 판단의 오류일 수 있다는 생각도 한다. 

그러나 태풍에 쓰러진 차고 겸 보일러실을 사례만 해도 그렇다. 사전에 기초 부실을 지적했음에도 괜찮다고 했던 목수들이 재시공하기 위해 왔기에 쓰러진 원인이 부실한 기초이었음을 지적했더니 그 목수들 왈 너무 강한 태풍과 뒷면에만 벽을 막았기 때문에 바람이 빠져나가지 못해 쓰러진 것이라고 우기는 것이었다.

자신들의 책임을 회피하는 그런 목수들을 보면서 나는 노여움을 버릴 수 없었다. 단열재를 넣고 석고보드를 치면서 석고보드 재단을 제대로 못하기에 지적했더니 나중에 루바를 붙이기에 괜찮다면서 대충 끝내버린 목수도 그런 부류였다.

결국 틈이 빈 곳은 다시 메우는 작업을 할 수밖에 없었고, [루바]를 붙이는 목수들도 고르지 못한 표면 때문에 애를 먹었다. 다시 뜯어내고 고친 곳도 여러 곳이었는데 일을 얼렁뚱땅 해치운 결과가 어떠한지를 보여준 사례였다.

곡성에서 오래 근무했던 나는 곡성에 대해 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었는데 삼기면이 고향이라고 했던 그 목수로 인해 삼기라는 지역의 이미지까지 흐려지는 것을 막을 수 없었다.

그 목수의 잘못으로 인해 도배도 다시 하게 되어 사업자로서는 손실이 적지 않았을 것이다. 그 밖에도 창을 제대로 달지 못한 사람의 이야기, 데크 공사 중 금방 보이는 것도 속이려 했던 사람의 이야기 등을 쓰자면 글은 더 길어질 것이다.

이전에도 노동자들이 노동자 출신 후보들에게 투표하지 않는 현실이나 일부 노동자들이 비정규직 노동자를 차별하는 사실을 몰랐던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현장에서 지켜본 노동자들의 의식 수준은 기대 이하인 경우가 많았다. 노동자들에 대한 민주의식 교육, 전문성 교육, 기본적인 사상교육이 필요하다는 생각과 함께 그들에 대한 처우 문제도 재고해야하는 것 아니냐는 점만 이야기 하고 싶다.

사업자에게 집짓기를 맡기고자 하는 분들이 참고했으면 하는 내용 한 두 가지만 이야기 그동안 숙지원에 집짓는 이야기의 연재를 마치고자 한다. 하나, 형제 사이에도 집을 짓다보면 갈등과 충돌을 피하기 어렵고 종내는 서로 서운한 감정만 갖는 경우가 많다고 들었다.

그래서 아는 지인을 배제하고 모르는 업자를 선정하였고, 명품 집을 짓기보다는 살면서 하자가 발생하지 않는, 즉 건축주가 자부지심을 가지고 살 수 있는 집을 지어달라고 했다.

그러나 집은 사업자가 짓는 것이 아니라 업자가 고용한 목수 등 기술자(노동자)의 일이었다. 우리의 경우 성실하고 꼼꼼한 사업자를 만나긴 했으나 일부 뜨내기 노동자들의 불성실했던 점은 문제였다고 본다.
때문에 업자가 얼마나 전문성이 높은 기술자를 많이 확보하고 있는 사업자를 찾는 일이 중요하다고 본다.

둘, 집의 설계도 잘 해야 하지만 설계가 끝나면 건축 자재상을 돌면서 자재의 가격과 품질을 확인하는 절차가 있다면 좋을 것이다. 시간적으로 곤란하다면 사전에 인터넷 등으로 집짓는 과정을 검색하여 숙지하고 직접 경험자들을 만나 의견을 메모하면 도움이 될 것으로 안다. 그리고 가급적 계약 과정에서 시공 자재를 명시하면 나중에 오해나 다툼이 적어질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목조주택을 지을 경우 중요자재는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니 자재의 원산지도 따져보는 일도 필요 할 것 같다.

셋, 건축주는 사업자를 믿는다면서 무조건 맡기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주인이 지켜보면 망치질에서도 차이가 난다는 말을 들었다. 내 경험을 들어도 대체로 맞는 사실이었다. 실제로 주인인 내가 보는 앞에서도 ‘대충’ 해버리는 노동자들을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공사는 아무리 설계도가 잘되었다고 해도 완벽할 수는 없는 법이다.

수시로 주인의 의견이 필요한 경우가 많이 있기 때문에 가급적 현장을 비우는 일이 없다면 좋을 것이다.
나에게는 처음 집을 짓는 중대한 일이지만 집을 짓는 노동자들에게는 일상의 일이다. 그런 노동자들에게 ‘내 집처럼’이라는 마음으로 일 해주기를 기대하는 것은 실수 일수 있음을 알았으면 한다.

넷, 사업자가 지은 집을 방문하여 꼼꼼하게 살피는 기회를 가져야 할 것이다. 살고 있는 집 주인에게는 미안한 노릇이지만 가급적 여러 차례 방문하여 의견을 구하다보면 뜻밖에 감추어진 문제점을 들을 수 있음도 알았으면 한다. 그런 후에 그것을 참고로 자기의 개성과 취향을 가미하면 좋을 것이다.

다섯, 추가 공사는 하기 전에는 반드시 시공업자와 비용에 대한 정확한 합의가 있어야 한다. 시공이 끝난 후 비용을 계산하는 경우 의견 충돌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 아직 대문과 울타리도 없고 차고도 완성되지 않은 미완의 집이긴하지만 비 개인 뒤의 풍경은 괜찮은 편이다. ⓒ홍광석

여섯, 문제가 보이면 건축주는 일하는 노동자를 상대하지 말고 직접 사업자에게 요구 사항을 말해야 한다. 노동자들은 분야별로 일을 끝내고 나가면 그만이기에 아무런 책임도 없다. 건축물 하자의 모든 책임은 사업자에게 있기 때문이다.

일곱, 말이 많고 자기 자랑이 심한 노동자들이 하는 일은 곁에서 더 자세히 살폈으면 한다. 앞서 쓴 글에도 지적한 사실이지만 사람 좋은 것보다 기술이 우선되는 것이 집짓는 일이다. 경험적으로 보건데 말이 많고 자기 자랑이 심한 사람치고 일을 깔끔하고 정확하게 하는 경우가 적었다.

여덟, 외벽과 지붕의 색상, 커튼, 바닥과 주방가구의 색상 등도 설계시 혹은 건축하는 동안에 미리 생각해두면 자기 개성에 맞는 선택이 쉬울 것이다. 대체로 사업자는 자신의 단골 회사의 [카다로그]만 제시하는데 다양한 선택의 폭이 제한 받을 수 있다. 이미 지어진 집이나 인터넷 등을 참고할 수도 있을 것이다.

아홉, 계약 당시에 점심이나 간식 제공이 없다는 점을 명확하게 해야 한다. 수하의 노동자들을 거느린 팀장으로서는 한 끼니 식사 값이 부담스러워 주인의 눈치를 보는 경향이 있다. 우리의 경우 대부분 오전 오후 간식은 제공했고 팀별로 점심 식사 기회를 한 두 번 가졌는데 들어간 비용에 비해 별로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판단한다.

삼겹살이라도 구어주면 말로는 고맙다고 했지만 일의 성실성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집짓는 과정에서 만난 목수나 노동자들 중에는 믿음이 가는 좋은 기억으로 남는 사람들도 많다.
처음 골조를 세우는 과정에서 만난 목수들도 그런 사람들이다.

일에 대한 자부심이 강했고 일을 정확하고 꼼꼼하게 처리해 준 점이나 뒷처리를 깔끔하게 해 준 점은 인상적이었다.

바닥 미장을 해준 젊은이, 루바 공사를 해준 목수팀, 내부 전기공사를 해준 임사장, 외벽에 페인트를 칠해준 부부, 설비를 담당한 최소장과 지붕 공사를 맡은 젊은이, 타일을 붙이는 젊은이, 커튼을 달아준 젊은이도 성실한 사람으로 기억하고 싶다.

새 집으로 이사한 지 20일이 넘었지만 아직 주변 정리도 다 못하고 있다. 그래도 많은 이들이 집을 찾았는데 외형이 예쁘다고 한다. 지나가던 사람들도 일부러 들러 구경하고 가는 경우도 많다. 그러면서 주변 환경과 어우러진 집이라는 부러움을 남기고 가는 사람도 있다. 집 내부의 장점과 단점은 겨울을 넘겨봐야 알 수 있을 것이다.

집짓기. 우선 재미있는 일이다. 노후의 새로운 설계와 기대를 담은 우리 뜻과 기다림의 소산이 땅위에 형체를 드러내는 과정을 보면 인생의 의미를 다시 반추할 수 있고 보람도 있다.

그러나 집짓기는 긴 시간 동안 다른 사람의 생명을 보호하는 안식처요 큰 재산인 집을 지으면서 성의 없이 ‘대충’ 했던 사람들에 대한 좋지 못한 기억은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
2012.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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