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의 위선에 진저리 치는 국민
인간의 본성은 진실을 좋아한다.


눈 하나 달린 세상에서는 눈 둘 달린 사람이 비 정상인이다. 나이 먹어 병원에 자주 가게 되니 세상에는 건강한 사람이 별로 없구나 하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매일 보도되는 범죄 사건을 보면 세상에 죄 짓는 인간이 참 많다는 생각이 들면서 죄 없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하는 얼빠진 생각까지도 하게 된다.

세상에 아무리 나쁜 사람이 많다 해도 그래도 좋은 사람이 많으며 그래서 세상은 살 가치가 있다는 어느 스님의 말씀이 가슴속에 깊이 남아 있다. 사실 귀에 들어오는 것처럼 범죄행위가 널려 있다면 어떻게 맘 놓고 길을 다니며 맘 편하게 집에서 잠을 잘 수 있겠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참 걱정이 많다. 옛날에는 어땠을까. 옛날에는 범죄가 없었을까. 있었다. 흉악범죄도 많이 있었고 악질 사기꾼도 많았다. 그럼에도 지금 유난히 범죄가 많고 나쁜 인간들이 많게 느껴지는 것은 대량전달 수단인 매스컴이 발달하고 요즘은 인터넷 때문에 웬만큼 이름 있는 사람이면 몰래 방귀 뀐 것 까지 들춰내는 세상이 돼서 도저히 무엇이든 숨기고는 살 수 없는 세상이 됐다.

옛날 같으면 성인군자로 존경을 받고 살 분인데 그만 과거가 들통이 나서 시궁창으로 곤두박질을 치고 얼굴을 못 들고 다니는 신세가 됐다. 물론 억울한 부분도 있다. 그러나 그게 억울한 것이 아니고 대부분은 사실로 판명이 났으니 기가 찰 노릇이다.

또 정치 얘기냐고 눈살을 찌푸리는 분이 있겠지만 정치라는 것이 하도 우리 사회에 영향을 많이 끼치고 특히 영향력 있는 정치가들의 행동은 바로 국가의 운명과도 직결이 되어 있으니 아무리 지적을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예를 들어서 정부 여당의 지도자나 야당의 지도자가 국민들에게 중대한 거짓말은 했다면 이건 보통 일이 아니다.

예를 들어 ‘5.16은 불가피한 최선의 선택’이라고 말한 박근혜 새누리당 대표의 발언은 국민들의 상식으로는 양해가 안 된다. 박후보의 발언이 천륜으로서 이해가 된다고 할 수는 있어도 절대로 옳은 것은 아니다. 그래서 지도자의 발언은 중요하고 백 번 천 번 조심을 해야 하는 것이다.

'묻지마 살인'이 민주당에 큰 책임이 있다고 주장한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에 발언도 잘못된 인식에 출발에서 나온 것임은 두 말 할 필요도 없다. 여당의 횡포와 전횡을 중과부적의 탓으로 돌리는 야당 지도자들의 태도도 국민의 비난을 받아 마땅하다. 지금보다 훨씬 숫자가 적던 때도 지금보다 훨씬 잘 했다. 국민을 향한 인기발언만 하는 지도자들에게 국민은 이제 너무 지쳤다.

국민들은 여야를 가릴 것 없이 정치지도자들의 정직한 행동과 말을 듣고 싶어 한다. 그리고 정치 지도자들은 정직한 말이 당장은 손해가 될지 몰라도 결국은 엄청난 국민의 신뢰로 되돌아온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독약을 들고 이것은 독약이 아니라면 국민이 아니라고 믿는 정치지도자가 그리운 것이다.

국민 무시하지 말라. 국민은 진실과 거짓을 안다

새누리당과 당 지도자의 발언은 논외다. 왜냐면 한 번도 진실한 말을 들어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야당도 별로 다르지 않다. 그러나 최근의 경험은 매우 소중하게 느낀다. 어떤 의미에서는 정치인을 이해하는 중요한 계기도 됐다.

민주통합당이 지금 대선후보들의 경선을 전국을 무대로 전개하고 있다. 모바일 투표를 주축으로 해서 전개되는 경선은 문재인 후보가 선두로 7번 째 끝이 났다. 앞으로 몇 번의 경선이 더 남아 있지만 지금 말하고자 하는 것은 누가 승자가 되느냐가 아니다.

처음 제주도를 출발로 경선이 시작될 때 이처럼 일방적인 게임이 될 줄은 아무도 몰랐을 것이다. 나 역시 마찬가지다.

경선 투표를 하기 전에 12분간의 후보자 연설이 있다. 매우 중요한 12분이다. 후보자는 열과 성을 다 해서 열변을 토한다. 그들은 나름대로 최고의 참모와 후보자가 철학을 다듬고 또 다듬어서 정제된 연설을 마련했을 것이다. 모두들 훌륭했다.

처음 경선을 시작으로 점차 연설도 몇 번인가 진행되자 미세한 변화가 일어났다. 가슴에 전달되는 메시지의 감동이다. 정제된 어휘들로 버릴 것이 어디 있으랴. 나름대로 진실을 말한다. 그러나 딱 집어서 말 할 수 없는 진실의 무게가 차이를 들어내기 시작했다. 그 차이는 느낌으로 전달되는 것이다.

자신이 잘 아는 후보이기에 그런 것이라고 해석을 했다. 그러나 아니었다. 전혀 모르는 사람들 사이에 끼어서 함께 들었을 때 그들이 하는 대화속에서 느낀 것이다. 그들은 연설을 들으면서 후보 개개인의 진정성을 날카롭게 분석하고 평가를 했고 그 말을 들으며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결론은 명확했다. 진실은 누구에게나 골고루 차별 없이 전달된다. 다만 서로의 인과관계로 해서 평점은 차이가 날 수도 있다. 그러나 진정한 평점은 오래 지워지지 않을 것이란 것을 느낄 수가 있었다.

노무현 대통령과의 경험이다. 서로 대립된 의견을 가진 사람과 토론을 하는 경우를 많이 목격했다. 장시간 토론이 끝난 후, 상대방의 표정은 참으로 맑았다. 설득의 문제가 아니었다. 얼마가 지난 후 그 토론자를 만났을 때 내게 전하는 말이 있다. 노무현은 진실한 사람이라고.

진실이라는 것이 얼마나 무서운 설득력을 가지는가. 이번 민주통합당의 경선을 지켜 보면서 얻은 가장 소중한 경험은 이렇다.

국민들은 정직한 지도자를 갈망한다. 진실을 듣고 싶어한다. 국민들은 정치인의 위선에 진저리를 친다. 정직과 성실 이상으로 설득력을 지닌 웅변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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