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명의 삼고초려(三顧草廬)로 착각 말라 

삼국지 열 번 읽은 사람하고는 상종을 말라는 말이 있다. 무슨 뜻일까. 정치와 관련된 무한한 술수가 있기 때문이다. 삼국지를 읽은 사람들은 많은 것들을 기억한다. 그 중에서도 유비 관우 장비의 도원결의는 우정의 백미다.

삼고초려가 있다. 유비가 인재를 구하기 위해 공명을 찾는 과정이다. 유비는 초야에 묻혀서 사는 공명을 군사로 모시기 위해 공명이 사는 초가를 3번이나 찾는다. 공명은 감동을 해서 평생을 목숨으로 유비를 섬긴다.

요즘 삼고초려가 정가에 화두다. 사연인즉 안대희라고 하는 전직 대법관이 퇴임한지 48일 만에 새누리당 정치쇄신특별위원장으로 취임한 것을 두고 하는 소리다. 입이 험한 사람들은 두 발 달린 산 짐승이 어디는 못 가느냐고 한다. 내 발 가지고 내가 가는데 왜 시비냐고 한다. 백기투항이면 어떠냐고도 한다. 그런 사람이 하나 둘이냐. 법관이라고 다를 거 있느냐다.

시비의 핵심은 안대희 전 대법관의 처신이 적절하지 않다는데 있다. 그건 자신이 한 말에서도 느낄 수가 있다.

“나도 고민한 부분이고, 그런 비판을 할 수 있다” “하지만 당리당략이 아니라 나라와 대의를 위해 한 일이다.” “선거운동을 하는 건 아니다. 직접적인 정치가 아니라는 점에서 스스로 위안해본다”

왜 이리도 구구한가. 박근혜 대선캠프 참여가 직접적인 정치가 아니라니 국민 데리고 농담 따먹기 하자는 것인가. 뭐가 직접적인 정치란 말인가. 대통령 출마라도 해야 직접정치란 말인가. 솔직해야 한다. 기왕 정치에 발을 담갔으면 탁 까놓고 말해야 한다. 정치하고 싶다고. 벼슬하고 싶다고. 그렇지 않고는 대답이 안 된다.

안대희라고 하면 중수부장으로 한나라당의 ‘차떼기 수사’를 해서 ‘국민검사’란 칭송을 받은 바 있다. 그것을 발판으로 대법관까지 했다. 그리고 별 탈 없이 옷을 벗었다. 무엇이 그로 하여금 허겁지겁 새누리당 대선캠프로 달려가게 만들었단 말인가. 그거야 알 바 없지만 특별한 약속이라도 받았는가.

혹시 박근혜 대표가 유비처럼 3고 초려가 아니라 4고 5고 초려라도 했단 말인가. 아니면 박근혜 후보의 국정철학이 마음에 꼭 들고 그를 옆에서 돕지 않으면 대법관 출신으로서 사명을 다 하지 못한다고 느끼기라도 했단 말인가. 아니면 법조후배들이 강권을 했는가. 당신이 나서야 정치쇄신을 이루어 나라를 바로 잡을 수 있다고 하던가.

그러나 사실은 그렇지 않다. 대법관 퇴임 후 48일 만에 여당의 대선캠프로 달려간 사람은 안대희 전 대법관이 유일하다고 한다. 이용훈 대법원장과 박시환 김지형 대법관은 변호사 개업도 하지 않고 후학들을 가르치는데 전념한다고 했다. 왜 그들이 그런 결정을 했는지 안대희 전 대법관도 한 번 생각해 볼 일이다.

안대희 데려갔다고 정치쇄신 되는 게 아니다

박근혜 후보가 잘못 생각했다. 삼고초려를 넘어 사고초려를 했는지 어쩐지는 몰라도 영 잘못 생각한 것 같다. 사람이 행동을 할 때는 정당한 동기가 있어야 한다. 특히 정치인들의 결정에는 대의명분이 가장 중요하다.

이번 박근혜 캠프에서 안대희를 영입한 데는 어떤 대의명분이 있는가. 솔직한 느낌이 없다. 박근혜 후보는 구태의연한 당의 이미지를 바꾸기 위해 비교적 깨끗하고 개혁적 이미지의 안대희 전 대법관으로 포장을 할 생각인 모양이지만 오히려 안대희만 망가트렸다.

순서와 절차가 있어야 된다. 그러나 안대희는 냉큼 낚시부터 물었다. 퇴임 48일 만에 여당캠프에 참여한 안대희의 처신은 마치 누가 불러주기를 기다린 것처럼 조급하고 초라하게 보였다. 구차하고 구질구질하게 보였다. 지금까지의 안대희와는 너무나 다르다. 안대희가 저 정도 밖에 되지 않았던가. 진짜 별거 아니네. 국민이 실망했다.

이번 안대희의 행보는 벼슬이나 탐하는 재래식 퇴직 고관대작의 행태와 다름이 없다. 교만하게까지 보였다. 마치 새누리당을 단숨에 바꿀 수 있는 듯과장됐다. 김종인의 경제민주주의가 포장과 내용이 다르듯 과연 안대희의 정치쇄신은 어떤 것일까. 정당이 대검중수부인가.

안대희의 새누리당 참여는 법조인들에게 깊은 상처를 남겼다. 몇 안 되는 괜찮다고 평가받는 법조인 안대희였다. 그의 새누리당 투항은 역시 정치인에게 던져지는 ‘그 놈이 그 놈’이라는 돌팔매였다. 또 하나는 박근혜 후보의 오만방자한 행태의 극대화다.

사전조율도 없이 통보하고 찾아가는 봉하 노무현 묘소참배나 전태일 열사 재단을 방문했다가 쫓겨나는 망신. 전태일 열사 동상에 화환조차 거부되는 수모는 박근혜 후보가 자초한 것이었다. 무엇이 그를 저토록 오만하게 만들었는가.

자신의 행위는 모든 게 개혁이라는 착각은 국민에게 모멸감을 느끼게 한다. 비례대표 공천뇌물 사건은 어떻게 처리되는가. 정수장학회는 어찌 되는가. MBC 김재철은 어찌 되는가. 이제 안대희를 영입했으니 ‘국민검사’ 손에 맡기겠는가. 새누리당의 다음 영입은 누구인가. 국민들의 눈높이를 생각해야 할 것이다.

안대희에 대해서 문재인이 한 마디 했다. ‘인간적인 의리가 없다’ 고 했다. 정말 인간적인 의리가 없다. 국민은 배신을 혐오한다. 의리를 존중한다. 한 대희는 문재인이 말한 ‘인간적인 의리’가 무엇인지 잘 알 것이다. 무척 소중한 것이다. 안대희가 의리를 저버리면 국민들도 안대희를 저버린다.

어느 언론은 사설을 썼다. 안대희는 후배 법관들 볼 낯이 있느냐고. 대답은 안대희가 할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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