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불리 집착 던진 모습이 좋다

‘살신성인’을 말하고 ‘빈대잡기 위해서 초가삼간 태울 수는 없다’는 말들은 우리나라 정치인들이 아주 즐겨 쓰는 말이다.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사즉생 생즉사’ 역시 정치인들이 애용하는 말이다. 사실 얼마나 좋은 말인가. 대의와 명분과 그리고 국가와 민족을 위하는 정치인이라면 평생의 좌우명으로 삼아도 좋을 말이다. 특히 국회의원들은 말이다.

그러나 현실은 어떤가. 너무 국회의원을 폄훼한다고 항의를 할지 모르겠으나 우리 국민들이 거짓말 잘하는 순위를 뽑으라고 한다면 그들이 결코 상위권을 양보하지 않을 것이다.

그만큼 그들은 신뢰를 상실했고 신용은 타락했다. 그런데도 오늘의 현실에서 그들이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목에 힘을 주는 이유는 그들의 영향력이 막강하고 그들의 행위가 국민들 생활에 막대한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아무리 악법이라 해도 그들이 만들면 도리 없이 따라야 하고 따르지 않으면 벌을 받고 감옥에 가야하며 심지어 목숨까지 잃어야 한다.

유신악법이 바로 그랬다. 국가보안법으로 목숨을 잃은 인혁당 사건의 주인공들이 바로 국회의원들이 만든 악법 때문이었다. 그래서 국회의원과 대통령을 잘 뽑아야 하고 잘 감시해야 한다.

정치인이 잘못이냐 국민이 잘못이냐 논란이 분분하지만 국회의원을 선택하는 권리가 국민에게 있다면 잘못 뽑은 정치인에 대한 책임은 국민이 저야 한다. 얼마나 많은 실패를 했는가. 그런데도 정신을 못 차리고 국민들은 헤맨다. 물론 상당 부분을 정치인 자신이 져야 한다. 그러나 표절 복사로 학위를 받고 제수를 성추행한 인물이 버젓이 금배지다.

사고로 사망한 정치인을 해부해 보니 이상한 것이 있어서 분석해 봤더니 ‘이기주의’란 성분이었다는 웃기는 소리가 있다. 사실 정치인에게 이기주의란 행동의 힘을 실어주는 동력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전제가 있다. 적어도 상식과 원칙에 기초위에서 이기주의도 행사되어야 한다.

정치인들이 무슨 말을 해도 믿지 않는 신뢰의 불랙홀은 비극이다. 그래서 말과 행동이 일치하는 정치인을 만나면 마치 희귀종을 본 것 같은 감동에 젖는다.

지금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21%라고 한다. 아무리 자업자득이라 해도 이건 너무했다. 아무리 여론조사라는 것을 믿을 수 없다 해도 이 정도면 완벽한 통치불능 상태다. 국회가 하는 꼴을 보고 절망하지 않으면 오히려 이상한 국민이 될 판이다. 이유를 설명하면 군소리가 될 것이다.

국민 좀 시원하게 해 줄 수는 없는가

미우나 고우나 국회는 국민이 투표를 통해 선출한 국민의 대표기관이다. 국회는 민주주의 상징이다. 이런 국회를 일부 군인들이 총을 들고 엎어 버렸다. 5.16 반란이다. 쿠데타다. 이건 초등학생도 아는 얘기다. 그러나 다른 해석이 있다. 혁명이라는 것이다. 구국의 결단이라는 것이다.

그렇게 해석을 내린 사람이 여당의 확정된 대통령 후보나 다름이 없는 분이다. 쿠데타의 주인공이 바로 그의 아버지라고 하면 이해할 부분이 있긴 해도 그것이 옳은 것은 아니다. 하기야 이 나라 최고의 지성들이 모인 서울대학교에서 윤리학을 가르치는 박효종이란 교수는 5.16이 쿠데타이기도 하고 혁명이기도 하다는 희한한 해석을 내놨다. 똥이기도 하고 된장이기도 하단 말인가. 망발을 해도 정도 문제다.

정부여당은 쇄신을 말한다. 그들이 말하는 쇄신이란 야당의원 체포동의안은 가결시키고 새누리당 후보는 부결시키는 것이다. 온갖 불법의 가판대 같은 대법관 후보자고 인권수호자가 아닌 인권박해자 인권위원장 후보다. 감싸는 이유는 그들이 잘못을 사과했다는 것이다. 그게 면죄부다. 그러면 도둑 강도라도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면 경찰서장 시켜 줄 것인가.

이래서 정권을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21%의 지지율인 대통령을 다시는 뽑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럼 누구인가. 국민에게 존경을 받는 훌륭한 후보라야 한다.

야당에서 7명이나 대통령 하겠다는 후보가 나왔다. 인간은 저 잘난 맛에 산다지만 이들 후보야 말로 잘난 인물들이다. 그러니 자연히 경쟁을 하게 되고 후보 선출과정에서도 경쟁이 치열하다. 무슨 게임이든지 규칙이 있다. 경기 룰이다. 룰이 없으면 개판이 된다.

이미 정해진 룰이 있었다. 그런데 반발이 있다. 지지도에서 밀리는 후보들이 이의를 제기한 것이다. 컷오프로 떨어져 나간 후보를 제외하고 나머지 5명이 경쟁해서 그 중 과반수가 되는 후보가 없으면 1등과 2등 사이에 다시 결선투표를 하자는 것이다. 그래야 국민의 지지를 확실하게 받는다고 했다.

자타가 인정하는 현재까지의 1등 후보는 찝찝하다. 이미 정해진 규칙이 있는데 그걸 파기하고 새로운 규칙을 만들어 경기를 하자니 좋을 리가 만무다. 더군다나 1등 후보를 제외한 후보들은 담합(절대 담합이 아니라 함)을 할 판이니 1등 후보로는 거부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일반적 판단이다. 그래서인지 이들 후보 중에는 1등이 이를 수용하지 않으면 경선을 거부한다고 최후의 배수진 까지 쳤다. 완전히 판을 깬다는 것이다. 빈대잡기 위해서 초가삼간 태우겠다는 것이다.

1등을 달리는 후보가 결단을 했다. ‘좋다. 결선투표도 좋다. 당에서 결정해 주는 대로 나는 따른다’ 모두들 깜짝 놀랐다. 이것으로 결선 논란은 끝낸 것이다. 1등 후보가 끝까지 거부하기를 바란 여타의 후보는 없겠지만 그들도 놀랐을 것이다. 무엇이 국민의 마음을 헤아리는 정치인지 배웠을까.

자타가 인정하는 1등 후보가 떨어질지도 모른다. 떨어져도 할 수 없는 일이다. 그가 쓴 책의 제목이 ‘운명’이다. 그의 선거 구호는 ‘사람이 먼저다’

오늘이 초복이다. 삼복더위에 ‘모과 냉차’ 같은 시원한 소식, 국민은 이런 소식을 듣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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