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기지도 못하고 목에 상처만

*잘하면 격려하고 잘못하면 비판한다. 글을 쓰는 일관된 철칙이다.*

거짓말의 달인이라면 단연코 TV뉴스다. 그래도 방송의 눈길을 주는 프로가 있다면 동물의 왕국이다. 이 프로는 거짓말은 못한다. 등장하는 동물들은 인간보다 훨씬 양질이다. 정치가 저 정도면 박수 받을 수 있다.

동물의 왕국은 무대가 아프리카 정글이다. 맹수가 약한 동물을 잡아먹는다. 생존의 법칙이고 약육강식이다. 그러나 이 원칙이 동물의 세계에서만 이루어지는가. 절대로 아니다. 인간 세계에서는 밤낮이 없고 이 순간에도 이루어지고 있으며 바로 여기 한국 정치에서 지금도 일어나고 있다.

한국 정치에서 다 반사로 벌어지고 있는 정치보복은 이루 헤아릴 수가 없을 지경이다. 낙향해 농사나 지며 살겠다는 전직 대통령의 목숨까지 앗아가 버린 정치권력의 야만성은 동물의 왕국 정도는 저리 가라다. 그 중심에 검찰 권력이 있다. 아니 정치권력의 시녀 검찰 권력이 있다.

이러한 정치보복이 이 땅에서 사라지는 날이 바로 대한민국의 민주주의가 제대로 자리 잡는 날이라고 믿는다. 그러나 지금도 여전히 정치보복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는 작태는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다.

박지원 민주당 원내 대표를 겨냥한 검찰 발 온 갓 소설은 또 다른 의미의 정치보복과 탄압, 민주주의 파괴라는 우려를 지을 수가 없다. 왜 정치보복이라고 하는가. 이명박 정권과 새누리당은 박지원의 날카로운 정권비판과 박근혜를 향한 공세가 무척 곤혹스러울 것이다. 바로 눈에 가시라는 말이 딱 맞는다. 어떻게든 뽑아야 하겠다는 결심을 했을 것이다.

감나무 밑에서 입 벌리고 있는데 연시가 떨어졌는가. 기회라고 생각했을지 모른다.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인 이른바 영포대왕 이상득이 검찰의 소환을 받는다. 저축은행 관련해서 뇌물을 받은 혐의다. 때 맞춰 검찰 빨대는 뇌물을 줬다는 임석의 입에서 박지원과 정두언의 관련 진술을 확보했다고 발표한다.

검찰은 이럴 것이다. '봐라. 어마어마한 이상득도 소환조사한다. 박지원이라고 못할 것이 무엇이냐. 새누리당 정두언도 조사하지 않느냐. 나오면 우리는 뭐든지 한다' 바로 그 점이 문제의 초점이다. 죄가 있으면 박지원이 아니라 누구라도 벌을 받아야 한다. 그런데 왜 한데 엮느냐. 왜 지금이냐. 이상득과 박지원이 공범이냐. 정두언이 같은 패냐. 권력이 두렵지 않다면 지금까지 덮어버린 그 많은 사건들은 뭐라고 설명할 것이냐.

이상득 사건을 희석 시키려는 것이 아니면 박지원을 잡자고 하는 것이든지 둘 중에 하나일 것이라는 국민들의 의혹을 풀어 낼 방법을 열심히 연구해야 할 것이다.

국민의 눈은 예리하다. 권력이 출발하면 국민의 눈을 저 만치 앞서 가 있다.

그러나 국민의 눈 쯤 대수롭게 생각지 않았던 정권이 아니던가. 작심만 하면 무슨 짓이든 할 수 있는 권력이다. 전직 대통령도 보낸 권력이다. 정의 구현은 교과서에만 있는 말이다.

박지원이란 가시를 검찰이 삼켜?

사실 거대 야당의 원내 대표 박지원이라 해도 작심하고 덤벼드는 거대한 정치권력 앞에서는 순한 새끼 양 수준이다. 물면 물리고 씹으면 씹히고 삼키면 넘어가야 한다. 전직 대통령이 오죽했으면 스스로 바위에서 몸을 던졌으랴. 두려운 게 아니라 고통스러워서이다. 더욱 잔인하다.

아니라고 치사하게 우기지 말라. 국민들이 이미 다 알고 있다. 검찰은 이렇게 말할 것이다.

‘죄 없으면 되지 않느냐. 조사 받으면 죄가 있고 없음이 밝혀진다. 조용히 기다려라.’

그렇다면 죄가 없다고 했을 때 어떻게 되는가. 그것으로 깨끗이 마무리 되는것인가. 이미 조중동은 벌써부터 아낌없이 지면에 갈겨 댔다. 검찰과 직통전화라도 가설이 됐는지 잘도 긁어댄다. 녹 쓴 칼로 이리 쑤시고 저리 쑤신다. 무혐의라고 판명됐을 때 그들이 뭐라고 쓸지는 이미 다 알 수 있다. 뭐라고 쓰던 이미 박지원은 죄인으로 낙인이 찍혔다. 회생불능이다. 그들이 노리는 것이 이것이 아닌가.

또 하나 진짜 숨겨진 이유를 알아보자. 대통령 선거다. 거대야당을 지휘하는 야전군 사령관이 박지원이다. 일당백의 맹장이다. 박지원이 가지고 있는 많은 정보량과 지략 행동. 소름이 끼친다. 어떻게든 힘을 빼야 한다.

바로 저축은행이라는 깊은 수렁이 있었다. 임석이라는 인물이 목포 출신이다. 박지원과 가벼운 친분이 있다. 그런 임석이 입을 열었다는 것이다. 돈을 줬다는 진술을 확보했다는 것이다. 이런 절호의 기회가 어디 있는가. 나중에 어떤 결론이 나도 손해 날 것이 없다. 이걸 꽃놀이 패라고 하는 것이다. 이것이 무소불이의 권력이 휘두르는 야만적 횡포다.

깊이 고민했을 것이다. 그리고 결론을 내렸을 것이다. 대선에서 패한다면 다 죽는다는 결론을 내렸을 것이다. 살아야 한다. 수단이야 아무러면 무슨 상관이냐. 죽게 생겼는데 찬 밥 더운 밥 가릴 수 있느냐. 뭐든지 삼켜라.

그래도 할 짓을 해야 한다. 먹을 것을 삼켜야 한다. 항상 순한 양이 아니다. 국민의 분노가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잘 알 것이다. 4.19도 겪었다. 광주민주화 항쟁도 겪었다. 6.10 항쟁은 잊었는가. 한일군사보호비밀협정도 체결 1시간 전에 보류되지 않았는가. 국민의 힘이다. 서툰 짓은 하지 말아야 한다.

야당이 이제 달라져야 하고 또 다르다. 대의와 명분과 국민의 지지를 믿고 싸워야 한다. 준치가 맛있는 생선이라 해도 함부로 먹지 못한다. 가시라는 무기가 있다. 준치가시를 살펴보면 한 번 걸리면 빠지지 않게 되어 있다. 약한 준치의 생존술이다. 아무리 맹수라 해도 독 가시에 걸리면 목숨 줄 놔야 한다.

검찰은 정도를 가야 한다. 아무리 군침이 돌아도 그것이 정도인지 아닌지 판단을 해야 한다. 노무현 대통령과 맞짱 뜬 검찰이 아닌가. 지금이 바로 검찰이 국민의 사랑을 받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하늘이 준 기회다. 박지원이란 먹이에 침 흘리지 말라. 잘못도 자꾸 쌓이면 그 무게에 치어 질식사 한다.

동물의 세계, 맹수의 세계에서도 지키는 것은 있다. 아무거나 건드리지 않고 무엇이든지 삼키지 않는다. 사흘 굶어 도둑질 안하는 인간 없다지만 사자는 사흘 아니라 열흘을 굶어도 고슴도치는 삼키지 않는다. 삼키면 지가 손해다. 그걸 안다. 사람보다 나은 면이 있다.

때 만났다는 듯이 박지원을 겨냥하는 검찰도 동물의 세계에서 배울 것이 많다. 박지원은 준치의 가시다. 옛날 코미디에 이런 말이 있다.

‘배워서 남 주냐’

저작권자 © 광주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