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칙과 상식’ 정도를 걸어라

민주당 전당대회가 한창이다. 박지원 원내 대표는 ‘흥행대박’이라며 싱글벙글이다. 하기야 구경꾼 없는 흥행은 아무리 명분이 어떻고 떠들어 봐야 실패다. 새누리당이 최근에 치러낸 일련의 대회가 그야말로 통대의원들이 장충체육관에서 박수로 뽑은 대통령 선거처럼 일사불란하게 끝난 것을 보면 민주당 당 대표 선출은 볼 맛이 난다. 엎치락뒤치락 볼거리가 있는 것이다. 당사자들이야 간이 오그라들겠지만.

오늘 할 얘기는 민주당 얘기다. 특히 당 대표를 뽑는 당 대회 얘기다. 울산을 시작으로 한 대회는 6월 9일 당 대표가 뽑히면 끝난다. 거기서 뽑힌 당의 대표와 최고위원들이 12월의 대통령 선거를 치르게 된다.

12월의 대통령 선거야말로 두 말할 필요도 없이 이 나라의 운명을 결정짓는 중대한 선거다. 당당히 말 하건데 이번 대선에서 정권교체가 이루어 지지 못한다면 박정희 유신독재의 부활이며 전두환 반민주 정권의 연장이며 이명박 불통정권의 계속이 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1%가 99%를 지배하고 억압하는 오늘의 시대를 민주주의 시대라고 말한다면 민주주의는 통곡을 할 것이다. 22명의 해고당한 노동자가 자살을 하고 OECD에 가입을 했다고 기고만장 자랑을 했는데 영광은 자살률 1위라는 금메달이다.

비명에 간 전직 대통령을 지지한다는 혐의로 사찰을 당해 알거지가 된 사람들이 분노를 삼키며 살아가야 하는 대한민국은 민주주의 국가인가. 질문하기조차 부끄럽다. 불법 비리 부정을 저질렀다 하면 수십 억 수백억 수천억이고 배후에는 어김없이 형님이 거론된다.

파이시티 개발사업 인허가 관련 청탁과 함께 8억여 원을 삼킨 혐의로 구속된 대통령의 맨토라는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은 법원의 허가도 없이 구치소 직권으로 풀려나 외부 민간 병원에서 미리 예약했던 수술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그 병원은 VIP입원실과 진료비가 한 달에 4000만원이라는데 뇌물을 아무리 많이 받아먹었어도 참 요지경 같은 나라다.

언론은 숨을 못 쉬고 있다. MBC. KBS. YTN. 연합뉴스 국민일보 등이 파업을 하고 있다. MBC는 117일이 지났다. KBS도 그 뒤를 잇는다. 국민은 세상 돌아가는 소리를 제대로 듣지 못하고 녹음기 틀어놓듯 하는 정부 소리만 듣는다. 박정희 전두환 독재 때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국경없는 기자회는 한국의 언론자유를 69위로 평가했다. 이렇게 강등된 이유는 정부가 언론에 간섭을 했기 때문이라고 분명히 이유를 밝혔다. 오늘의 방송사태를 말하는 것이다. 할 말 있는가. 그런데도 새누리당의 당 대표라는 이한구는 MBC 사태가 국정운영과 상관이 없다고 강변한다. 언론자유는 헌법이 정한 자유다. 이한구. 마음이 편안한가.

이것이 오늘의 새누리당이 집권하고 있는 한국의 모습이다. 한나라당이 새누리당으로 이름을 바꿨다고 마치 새로 태어난 듯 허세를 부리지만 달라진 게 무엇인가. 박근혜라는 새로운 1인 체제로 바뀌었을 뿐이다. 박근혜와 연결되어 연상되는 세상. 정말 몸이 떨릴 정도로 무섭다.

야권의 대통령 후보로 거론되는 사람을 망신주기 위해 20대의 여성을 공천한 것 까지는 좋아도 새누리당 비대위원이라는 역시 나이 어린 이준석이 문재인의 목을 베어 손수조가 말머리에 달고 달려와 땅에 팽개치는 만화를 보고도 박근혜는 일언반구 말이 없다. 지도자의 도리가 아니다. 야당이 자신을 그렇게 했다면 어땠을까. 깊이 반성해야 한다.

새누리당의 대표로 선출된 이한구는 전직 대통령을 두고 ‘XXX지. 잘 뒈졌다.’라는 트윗을 리트윗 하는 수준이다. 이것이 오늘날 한국의 집권당 수준이라고 한다면 아마 그들은 또 내 목을 잘라 말에 매달지 모른다. 내 목을 베어 매달아도 못된 짓만 하지 않았으면 한다.

정권은 바뀌어야 한다.

야당이 집권을 한다고 해서 무슨 뾰족한 수가 있느냐고 한다. 자유당 때 ‘못살겠다 갈아보자’ 하니까. ‘갈아봤자 별수 없다.’ ‘구관이 명관이다’라고 자유당이 대꾸했다.

지금도 ‘못살겠다 갈아보자’라는 말들이 국민들 사이에 오간다. 정말 힘이 든다고 한다. 풀빵장사 할머니도 잘 살게 해 준다는 한마디에 이명박 후보를 찍었는데 지금 잘 사느냐고 물으니 개소리라고 한다. 그러면서 아무리 못살기로 지금보다야 못하겠느냐고 한다.

물론 1%의 가진 자들이야 지금이 요순시대요 지상의 낙원일 것이다. 강남에 가 보면 20대의 새파란 젊은이들이 몇 억짜리 고급 외제차를 몰고 씽씽 달린다. 국산차는 옆에도 못 간다. 스치기만 해도 차 값이 날라갈 정도의 배상을 해야 한다.

그런가 하면 젊은이들의 자살률은 세계 최고다. 오죽해야 제 목숨을 끊는가. 쪽방에서 사는 늙은이들의 삶은 사는 게 아니다. 자식들은 따로 나가 살며 저 살기에 바쁘다. 부모들은 자식들의 짐 되기가 싫어서 목숨을 끊는 수가 허다하다.

자주 다니는 미용실에 미용사는 출산을 했는데 영유아 양육비가 사라진다고 걱정이다. 새누리당이 총선에서 공약한 사병 봉금 2배 인상과 영유아 보육비 등 철회한 공약이 부지기수다. 이게 바로 필요할 때만 국민에게 보여주는 새누리당의 이중성이다. 구체적으로는 살펴보자.

△사병 월급 및 수당 2배 인상 △만 0~5세 아이를 둔 전 계층에 양육수당 지원과 만 3~4세 아이를 둔 전 계층에 보육비 지원 △장애인 교육 강화를 위한 특수교사 7000명 증원 △아동 보호를 위한 CCTV 설치 △어르신 자원봉사 복지 포인트 제도 △저소득 한부모가족 아동 양육비 지원 등이 사라진다.

이제 새누리당은 박근혜 일색이다. 정말 무섭다. 그가 대통령이라도 된다면 세상은 완전무결한 1당 천하다. 행정부 국회 그리고 눈치 보기에 정신없는 법원. 국민의 앞날이 너무나 고단할 것은 보지 않아도 뻔하다.

그렇다면 과연 야당의 대표라 할 수 있는 민주당은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가. 야권연대로 뭔가 되는 듯 하더니 통합진보당은 지금 지리멸렬, 국민이 머리를 흔든다. 진보는 분열로 망한다더니 누가 아니랄까 지금 저 모양이다. 그러니 더욱 더 민주당에 걸어야 할 기대가 크다. 지난 총선에서 왜 패했는가. 깊이 반성해야 한다.

지금 민주당은 당 대표를 뽑는 경선이 한창이다. 흥행이 된다고 한다. 문제는 흥행이 아니다. 진짜로 누가 당을 제대로 이끌어 나라를 이 꼴로 만든 새누리당을 몰아 낼 수 있는 지도력을 갖춘 인물이냐가 문제다.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나타난 것이 지역 색깔론이다. 이해찬과 박지원이 담합을 했다고 김한길이 날을 세우고 오로지 그것 하나만 물고 늘어진다. 이것이 새누리당을 제압할 수 있는 전략이고 비젼이란 말인가. 옳은 자세가 아니다. 자신의 주장을 펼쳐야 할 것이다.

누가 진실로 새누리당과의 대선이라는 절체절명의 전쟁에서 승리를 이끌어 낼 수 있는가를 살펴야 한다. 과거 행적. 그리고 소신과 신뢰, 지도력을 살펴야 한다. 무엇보다도 소신과 신뢰와 전략이다. 권모술수만 능한 사람으로는 안 된다. 신뢰가 무너지면 아무리 지략이 뛰어나도 국민이 믿어주질 않는다. 신뢰의 상실이 나라의 정치를 오늘 이 꼴로 만들어 놨다.

적어도 이 눈치 저 눈치 눈치만 보는 정치는 사라져야 한다. 참여정부가 한나라당의 횡포로 힘들어 할 때 23명을 이끌고 집단탈당을 하고 아무 죄 없는 노무현 탄핵에 선봉에 선 것도 정치소신이라면 그것은 옳은 소신이 아니다. 정치는 꾀로 하는 것이 아니다.

그래도 좋다. 사람은 열 번 변한다고 했다. 과거의 흠결이 없는 사람이 어디 있으랴. 과거는 어떻든 전과자가 대통령까지 하는 세상이다. 독재자의 딸이면 어떠냐. 표 많이 얻으면 당선이다.

과연 국민들의 생각은 어떤가. 사실 곰곰이 살펴보면 정치인들의 책임이 태반이라고 하지만 국민 역시 큰 소리 칠 것은 없다. 내가 겪은 일이다. 4.11 총선 때 젊은 친구 하나가 선거를 한다니까 무슨 선거냐고 물었다. 외국에서 온 친구도 아니고 멀쩡한 여대생이다. 과연 왜 선거를 하며 각 정당의 선거공약이나 후보자의 경력 한 번 제대로 들여다 보는 국민이 얼마나 될까.

나 하나 투표 안 했다고 큰일 나는 것도 아니고 날씨나 좋아야 놀러갈텐데 하는 생각을 하는 젊은이들이 하나 둘이 아닐 것이다. 물론 정치를 제대로 하고 국회의원 잘 뽑으니까 세상이 이렇게 달라지고 국민들의 살림이 이렇게 좋아진다고 느낀다면 달라지겠지. 그래서 제대로 된 국회의원과 제대로 된 야당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다.

잘못된 정치와 불법 부정 비리로 사라지는 예산과 부자들의 탈세로 사라지는 돈이 1년에 50조원이라고 여당의 실권자라는 사람이 말했다. 50조원이 얼마나 큰돈인가. 등록금 못내서 자살하고 유흥업소에 나가 술 따르는 여대생은 사라질 것이다. 바로 이런 잘못된 정치를 바로 잡기 위해서 바르고 힘 있는 야당이 필요하고 그런 야당을 이끌 당의 대표가 요구되는 것이다.

김두관 지사의 처신

이런 경우를 뭐라고 표현해야 할까. 요즘 말로 ‘떴다’고 해야 할까. 아니면 구설수에 올랐다고 할까. 흔히 떴다고 하면 스타를 연상한다. 구설수라고 하면 억울하게 당한다는 의미다.

누가 뜨고 누가 구설수에 오른 것일까. 바로 김두관 경남지사다. 김두관 지사라고 하면 ‘리틀 노무현’이라고 부르기도 하고‘이장 출신 지사’라고도 하며 입지전적인 인물로 꼽힌다. 그는 야권의 대권예비 주자로도 꼽힌다.

왜 김지사가 스타가 되고 구설수에 올랐을까. 바로 민주당의 당권경쟁 때문이다. 지금 진행되고 있는 민주당 당대회에서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것 때문이다. 무슨 영향력을 행사했을까. 바로 김한길 후보를 지지했다는 것이다. 물론 그는 아니라고 하는데 사람들은 그 말을 믿지 않는다.

그럼 왜 김두관 지사가 김한길을 지지하는가. 문재인을 견제하기 위해서라는 것이고 그것을 사람들은 인정하고 있다. 지금 문재인은 누구나 인정하는 민주당의 야권대선 후보 1순위로 거명된다.

역시 거론되기는 하지만 김지사는 여론조사에서 문재인과 비교가 안 된다. 정치인으로서 당연히 심기가 불편할 것이다.

자신의 영향력으로 문재인을 견제해서 김한길이 당 대표가 된다면 자신의 대권가도에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라는 계산이라고 사람들은 믿는다. 그리고 그런 징조는 여러 곳에서 감지된다.

조중동이 보도한 ‘문재인이 부산공천을 잘못해서 야당이 패했다. 그러나 그 책임을 문재인에게만 물을 수는 없다’ 같은 묘한 뉴앙스의 치고 빠지는 발언이 바로 문재인 견제의 증거로 볼 수 있다.

김두관 지사는 아니라고 펄펄 뛰지만 부정한다고 사람들이 그의 말을 믿는 것은 아니다. 믿을만 해야만 믿는다.

정치인에게 야망이 없다면 그건 거짓말이고 위선자다. 정치인의 야망을 비난할 수 없다. 김두관 지사도 같다. 그 정도면 야망을 가질만도 하다. 그러나 전재가 있다. 더구나 김두관 지사에게는 말이다.

그것은 노무현 대통령의 철학과 같은 ‘상식과 원칙’이다. 그렇다면 김두관지사가 ‘원칙과 상식’을 벗어났다는 말인가. 그렇게 생각한다. 이유는 선명하지가 않다. 치고 빠지는 것은 원칙과 상식이 아니다. 왜 김한길을 지지하는지 분명히 밝혀야 한다. 밝히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김두관 지사는 노무현 대통령을 누구보다 사랑하는 사람이다. 그런 김두관 지사가 노무현 대통령에게 고통을 준 사람을 지지한다는 것은 상식에 맞지 않고 설득도 안 된다.

자기 당의 현직 대통령이 어려움에 처해 있을 때 23명의 대 부대를 이끌고 탈당을 한 사람, 잘못도 없는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찬성한 사람, 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이런 행동을 한 사람을 지지할 수가 없다. 대단한 것 처럼 정계은퇴를 선언한 김한길이다.

<대통합민주신당 김한길 의원이 6일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중산층과 서민을 위한 정치의 실패에 대해 책임을 통감하면서 사죄하는 심정으로 18대 총선에 출마하지 않기로 했다”며 “거창하게 말하기는 민망하지만 다시는 정치에 돌아올 생각을 갖고 있지 않다”> ( 2008년 1월 6일)

김두관 지사의 처신이 노무현 대통령을 사랑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실망을 주었다고 생각하면 잘못일까. 더욱 답답한 것은 이런 김두관 지사의 행보를 이용하는 조중동과 새누리당의 이간질로 보이는 행태가 기승을 떤다. 속이 끓어 오른다. 이걸 김지사가 몰랐을까.

어떻게 해서든지 문재인에게 상처를 입히고 흠집을 내려는 그들의 계략에 자의든 타의든 고스란히 빠져 들고 있다는 생각을 지을 수가 없다. 참으로 불행한 일이다.

모략과 허위 중상모략도 대단하다. 이해찬의 부친이 친일파라는 것이다. 해방후에 고향에서 면장을 했다. 이해찬이 대학에 다니다 고향에 돌아 왔을 때 민주화운동을 하라며 서울로 쫓아보낸 부친이다. 형님이 삼성에 있었다고 트집이다. 생각해 보라. 이해찬이 무슨 흠결이 있으면 독재정권에서 가만 뒀을 것 같은가.

정정당당하게 겨루고 지면 승복하는 것이다. 더러운 게임은 말아야 한다. 서로에게 상처를 입히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국민에게 실망을 준다. 국민이 주인이다. 주인이 버리면 끝장이다.

12월 대선에서 패하면 그 다음은 생각도 하기 싫다.

김두관의 초조한 마음도 이해는 한다.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할 것이다. 기라성 같은 경쟁자가 차 차기를 기다리고 있다는 초조감에 무리수를 둘 수 있다.

급할수록 천천히 가야 한다. 마음이 급하면 과속을 하게 되고 핸들도 잘못 돌린다. 정치에 정도는 ‘상식과 원칙’이다. 정도를 걸어야 한다. 노대통령 한테 그렇게 배우지 않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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