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 이제 독재도 왕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인간관계에서 처음 만남은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다. 처음 만남에서 최하위 점수는 교만이다. 건방진 것이다. 좀처럼 회복이 되지 않는다. 건방지게 보여서 얻는 것은 미움밖에 없다. 달라는 것도 없이 손해를 보는 것이다.

총선 전 민주통합당(이하 민주당)을 보면 꼭 그랬다. 어딘가 교만해 보이고 건방져 보였다. 민주당 의원들이나 출마 지망자들과 얘기를 하다보면 근거 없는 자신감에 빠져 있는 것으로 보였다. 그렇게 느껴졌다는 것이다.

‘못 쓰겠더군. 벌써 금배지 단 것처럼 행세를 하던데’ 심지어 정권 차지한 것 처럼 생각한다는 것이다. 떡 줄 놈은 생각지도 않는데 김치국부터 마신다는 얘기다. 이렇게 되면 주려고 하던 김치국을 도로 거두어 간다. 미운 놈 김치국 줄 필요가 없지 않은가. 이명박 정권이 정치를 잘못한 것은 그 쪽 잘못이고 그거 가지고 민주당이 생색 낼 거는 하나도 없지 않은가. 지들이 잘해야지.

이거 아주 심각한 얘기다. 교만 떨어서 칭찬받고 인기 올라가는 사람 없다. 돌아오는 것은 욕설뿐이다. 까불던 민주당은 코가 석자나 빠졌다. 자업자득이다. 앞으로도 정신 제대로 차리지 않으면 대선은 보나마나다. 교만은 상대방의 자존심을 처참하게 뭉개 버린다.

박정희 유신시절, 박근혜 대표가 20대로 퍼스트래이디 노릇 할 때다. MBC와 경향신문이 한 회사인 때가 있었다. 연초 초도순시가 있다. 박근혜 대표의 초도순시다. 언론에서 잔 뼈가 굵은 신문 방송사 고위간부들이 도열한 앞으로 박대표가 고개 꼿꼿이 들고 그 사이를 지나 회의실에 들어간다.

지금은 개판이지만 그래도 언론사에서 밥 좀 먹었으면 자존심 하나는 있었다. 현장에 있던 간부의 후일담이다. 겸손이라고는 눈 씻고 봐도 찾아 볼수가 없었다고 한다. 그날 박근혜가 보여준 오만이란, 지금도 그 생각을 하면 얼굴이 화끈거리고 등에서 땀이 흐른다고 했다.

박근혜 대표의 최근 모습에서 보이는 것은 무엇인가. 자신감에서 오는 것인가. 김형태 문대성 사태에서 보인 박근혜 대표의 태도는 국민무시와 독선 이외에 설명할 길이 없다. 김과 문이 보인 행위는 조폭들의 사회에서도 용인될 수 없는 파렴치한 짓이었음에도 박 대표의 관용은 그들과 동류의 사고였다. 그렇지 않고서야 그런 아량과 관용이 어디서 나온단 말인가. 한마디로 ‘내가 왕이다’였다.

이미 사태가 불거지기 전부터 알 사람은 다 알고 있는 사건이었다. 그러나 모든 전권을 한 손에 쥐고 있는 박근혜 대표는 요지부동, 그 오만과 자신감에 기가 막혀 말이 안 나온다.

김형태가 자신의 언론담당 특보이기 때문이었나. 자신이 믿음직하다고 칭찬한 문대성이기 때문인가. 혈육이라 해도 용서할 수없는 행동이다. 박근혜의 관용은 김형태와 문대성과 함께 이 땅의 도덕율을 파괴했다. 그가 바로 이 나라의 대통령이 되려고 하는 정치지도자다.

박대표의 오만과 안하무인

무엇이 박근혜 대표로 하여금 저토록 오만방자하게 만들었는가. 무엇이 하늘아래 무서운 게 없도록 만들었는가. 국민이 하늘이라 하거늘 박대표는 하늘이 무섭지가 않다.

한나라당을 천막당사로 끌고 가 살려놔서 그런가. 선거의 여왕이라는 호칭이 눈을 가리고 판단을 흐리도록 만들었는가. 김형태 문대성 사태를 보고 받고도 “사실이 확인되면 결정한다”는 박근혜 대표를 보면서 국민들은 생각했을 것이다. 저 정도의 판단도 안 되는 사람이 진정 대통령 자격이 있는가.

무슨 짓을 해도 의석만 늘리면 된다는 강박관념이 박근혜 대표를 잘못된 길로 들어서게 했다. 당을 장악해야 이명박 대통령을 확실하게 견제할 수 있고 야당을 제압할 수 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나 주위 참모들이 충언을 들었어야 했다. 유승민에 의하면 박대표는 충언을 외면했다. 전화도 불통이다. 김형태 문대성 출당도 거부했다. 완벽한 불통철옹성이다. MB의 불통을 능가한다.

측근들이 문제없다고 보고 했을까. 그럴 수 있다. 아무도 말을 못한다. 심각한 문제다. 의자왕만 있고 성충과 홍수 같은 충신은 박대표 곁에 없다는 것이다. 박대통령 곁에는 누가 있었는가. 결과는 어떻게 되었는가. 과거는 교훈이다. 점점 박근혜 대표가 무섭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여론과 국민의 질타가 들끓고 이러다간 큰 일 낼 사람이라는 비판이 박대표로 하여금 꼬리를 내리게 했지만 박 대표의 속마음은 김형태나 문대성을 그냥 끌고 가고 싶었을 것이라는 것이 지배적인 평가다. 손에 붕대만 두르고 나서면 국민의 마음쯤은 ‘내 손 안에 있다’는 것이 바로 오만과 교만의 실체라는 것이 이번 사태로 국민에게 제대로 보여 주었다.

이제 김형태와 문대성의 부적절한 행위는 모두가 사실로 드러났고 그들은 타의로 새누리당을 탈당했다. 이것으로 끝인가. 아니다. 다시 박 대표가 할 일이 있다. 박 대표만이 그 일을 해결할 수 있다. 국회에서 그들을 내 보내야 하는 책무다. 어떻게 할 것인가. 국민이 지켜 볼 것이다.

지금 새누리당은 완전히 '박근혜당'이다. 공당이 아니라 사당이다. 국민은 이제 사당이라면 진저리를 친다. 박정희 전두환의 독재 이명박 정부의 전횡. 이것이 모두 사당화의 결과다.

언론파업은 외면할 것인가

이번 총선에서 박근혜 대표에게 평생 잊지 못할 은혜를 베푼 것은 언론이다. 언론의 편파적 보도가 없었다면 박근혜 대표는 ‘선거의 여왕’ 칭호를 반납했을 것이다. 그만큼 둘의 관계는 죽고 못 사는 사이다. 그러니 언론정상화에 개입하라는 요구가 택도 없는 소리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여당의 지도자로서 결단을 내려 KBS와 MBS를 정상화 시켜야 할 것이다. 설마 모른다고는 안 할 것이다. 모른다고 한다면 그것은 자신이 국가 지도자로 자격상실이라는 고백을 하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

8년전의 김용민 막말을 찾아내어 꼼쳐 두었다가 선거를 며칠 앞두고 집중 난타하는 조중동과 김형태와 문대성의 파렴치 행위는 스쳐만 가는 언론행태를 어떻게 보는가. 대선에서 덕 볼 생각이라면 단념하는 것이 좋다. 이제 그렇게는 안 된다. 이번 총선에서 국민은 톡톡히 학습을 했다. 박근혜 대표가 선택할 길을 당당하게 겨루는 것뿐이다.

국회가 개원하면 이명박 정권의 민간인 사찰을 비롯한 언론간섭 등 온갓 불법 부정에 대한 청문회와 국정조사를 해야 할 것이다. 그것이 털고 가는 것이다. 만약에 이를 묵과하고 그냥 넘어간다면 박대표는 도리 없이 공범이 된다. 그 결과가 어떤 것인지는 누구보다 본인이 잘 알 것이다.

지금 새누리당의 박근혜 대표 심기 살피기는 정도가 지나친다는 지적이다. 마치 왕조 시절이나 군사독재 시절과 조금도 다름이 없다. 박근혜 대표에 대한 충언은 모반에 해당되는 현실이다. 그러나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이 있다.

국민은 이제 독재도 왕도 필요로 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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