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1 총선 패배… 종아리가 붓도록 매 맞고 정신 차려야

바둑에서는 대국이 끝난 후 복기를 한다. 심심해서 하는 게 아니다. 복기는 매우 중요하다. 어떻게 이겼는가. 왜 패했는가. 맞아 죽더라도 이유는 알아야 할 것이 아닌가. 그걸 알기 위해서 복기를 하는 것이다. 권투선수가 자기가 싸운 영상 보는 거나 한 가지다.

민주당이 졌다. 져도 참혹하게 졌다. 의석이 50석 가까이 늘었는데 무슨 소리냐고 한다면 분명히 맞아 죽을 이유를 아는 인간이다. 나름대로 열심히 복기를 할 것이다. 정치 그만두려면 몰라도 앞으로도 계속하려면 당연히 해야지 얼렁뚱땅 적당히 핑계 대려면 할 필요도 없다.

솔직히 말해서 민주당도 자신들이 왜 졌는지 알 것이다. 모른다면 거짓말을 하는 것이든지 아니면 어딘가 좀 모자란 사람들이다. 정치할 자격이 없다는 얘기다.

김칫국도 많이 마시면 물을 많이 들이켜게 되고 탈 난다. 민주당이 딱 그 짝이었다. 오만 교만이 국민을 얼마나 기분 나쁘게 하는 줄 모르는가. 민주당에 가 본 사람들 얘기를 들어보면 민주당은 투표도 하기 전에 벌써 열심히 부지런히 짠 김칫국을 마시더라는 것이다. 짠지 싱거운지도 모르고 말이다. 그 결과는 지금 당하고 있는 이 꼴이다.

우선 공천부터 삐걱거렸다. 486섭정론, 친노, 특정학교, 특정계파, 공천경선 잡음. 조중동이 얼마나 씹어대기 좋은가. 국민들 눈에는 이명박 정권의 ‘고소영’과 전혀 다르게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더 밉게 보인다. MB정권이야 으레 그런 집단이라고 생각하기에 별로 이상할 것도 없지만 개혁을 입에 달고 다니는 야당의 공천이 그 꼴이어서야 표 달랄 면목이 없다. 비례대표 뽑는 것도 엉망이다.

이럴 때 발휘되는 것이 지도력이다. 도무지 지도력은 어디다 말아 드셨는지 행방불명. 야권연대 협상도 지지부진, 명 짧은 놈은 기다리다 죽을 판이다. 이렇게 지도력이 실종된 지도부가 선거를 이끌어 가자니 숨이 가쁘다.

나쁜 짓 하는 놈들 보면 머리만은 좋다. 이번 총선 겪으면서 국민들은 더욱 그걸 느꼈을 것이다. 특히 국민들이 그들의 못된 짓에는 면역이 되어 있어 심각하게 느끼지 못하지만 야당의 허물에는 매우 민감하고 가혹하게 평가한다는 사실을 민주당은 깜박했는지 딱하다.

사실 이번 총선은 복기를 하고 자시고 할 것도 없이 민주당의 지도부가 의자에서 내려와야 할 사안이다. 아마 각오는 하고 있겠지만 여기서 구구한 변명 늘어놓으면 더욱 매를 맞을 것이다.

영남의 벽은 여전히 높았지만 문재인은 뚫었다. 솔직히 문재인의 지지 여론이 손수조보다 무척 앞섰지만 마음이 놓이질 않았다. 노무현 지지가 그렇게 높았는데도 까보면 꽝이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당선됐다. 기대하던 낙동강 벨트는 끊어졌지만 문재인은 살았다. 어떻게 당선됐는가.

정직과 성실과 신뢰다. 솔직히 문재인의 선거운동을 봤는데 안 찍어 줄 수 없을 정도로 성실하게 선거운동을 했다. 그저 처다만 봐도 신뢰가 갔다. 때 묻지 않은 정치인이란 이미지도 있었지만 정치인이 어떻게 평가를 받는지 모범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이것도 배워야 할 정치다.

김용민의 막말이 악재로 작용을 했다지만 사실 한나라당 의원들의 ‘환생경제’에서 쏟아놓은 현직 대통령에 대한 욕설과 비교하면 양반이다. 도덕적으로 말하자면 부산 문대성 후보의 학위논문 표절과 포항 울릉 새누리당 후보의 ‘제수씨 관련’ 추행은 차마 입에 올리기도 부끄럽다.

대단히 안 된 얘기지만 민주당 지도부와 새누리당 지도부는 두뇌에 많은 차이가 있다는 느낌이다. 전략의 옳고 그름과는 상관없이 전략을 생산해 내는 머리 쪽은 민주당이 훨씬 후지다. 복기에는 이런 것이 다 들어간다. 대선을 위해서라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부정선거 의혹… 한 점 의혹 없이 밝혀야

사랑하는 부모 처자식을 잃고도 살아가는 인간의 모진 목숨이듯 정치를 목숨처럼 여기는 정당이다. 민주당 지도부가 책임을 깨끗이 지고 물러간 다음 새로 들어선 지도부가 해야 할 일이 있다. 민간인 사찰을 깨끗이 파헤쳐야 할 것이다. 통합진보당과 힘을 모아 해 내야 한다. 여기저기서 부정선거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이 역시 한 점 의혹 없이 밝혀야 한다. 절차가 무시된 민주주의는 없다.

국민들이 민주당을 향해 뭐라고 하는지 귀 좀 활짝 열어놓고 들어야 할 것이다. 조금만 잘되는 듯하면 제일 먼저 꺼내 드는 것이 오만과 교만이다. 바로 계파 싸움이다. 그걸 보면서 국민들이 무슨 소리를 하겠는가. 정이 뚝 떨어진다고 한다. 조금만 진득하게 참고 기다리면 될 텐데 왜 그리 조급하게 방정을 떤단 말인가.

매 맞을 때만 싹싹 빌다가 돌아서면 까맣게 잊어버리는 어린애들하고 다를 게 하나도 없다. 그런 의미에서 대선 승리를 위해 오히려 잘됐다고 하는 국민들도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국민들은 지금 목구멍까지 분노가 차 있다. 새누리당이 과반수를 차지한 것과는 상관없이 이명박 정권 심판은 국민들의 열망이라고 생각하며 이번 총선에서 그 꿈을 이룰 수 있을 것으로 믿었다. 그러나 민주당이 판을 깼다.

이제 12월 대통령 선거가 있다. 새누리당은 박근혜라는 요지부동의 후보가 있고 이번 총선승리를 계기로 그의 위치는 더욱 굳어졌다. 민주당이 총선에서 승리했다면 정권교체에 보다 가까이 근접했을 것이다. 그러나 총선에 패함으로 장애는 더욱 두터워졌다. 이 역시 민주당이 매를 맞아야 할 이유다.

원래 인생살이 기복이 많은 법이다. 정치에서야 더 말해 뭘 하랴. 민주당은 이번에 종아리가 붓도록 매를 맞고 정신을 차려야 한다. 그다음에 정신 바짝 차리고 정치를 제대로 해야 한다. 그게 바로 화를 복으로 바꾸는 것이다.

국민의 바라는 것은 정권교체다. 자신이 없다면 문을 닫으라는 것이 바로 국민이 매를 때리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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