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들한테 만족스런 대답을 국민은 얼마나 들을 수 있을까. 아마 고개를 돌릴 것이다. 인간관계에 있어서 때로는 실망할 수도 있고 저 사람이 왜 저러나 딱하게 여길 수도 있다. 그러나 대개의 경우 정치인들의 말만은 믿지를 않는다. 바로 불신 때문이고 책임은 정치인들이 져야 한다.

정치인을 존경하느냐고 물어보면 대개 머리를 흔든다. 안 된 얘기지만 여의도에 있는 그 좋은 건물을 쓰레기하치장이라고 하는 험구가들도 있다. 그러면서도 이상한 것은 그 건물에 들어가려고 머리 터지게 싸운다. 지금 공천 때문에 혈투를 벌이는 사람이 하나 둘이 아니다.

국민이 정치를 비난하면서도 무시할 수 없는 이유는 정치가 바로 우리 국민생활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정치가 잘못되면 세상사 모든 게 잘못된다. 지난 이명박 정권 4년을 생각하면 기가 막히다. 얼마나 국민들이 보랏빛 꿈에 젖어 있었던가. '747'을 타고 낙원을 여행하는 꿈에 젖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모두가 날아간 꿈이다. 빨리 정권이 끝나기만을 바란다.

총선이 다가오고 뒤이어서 12월이면 대통령 선거다. 이명박 정권은 급기야 당의 이름도 버렸다. 한나라가 새누리가 됐다. 박근혜가 비대위원장이 되어 구원투수로 나섰다. 지금 당내 권력이 막강해서 그 앞에서는 누구도 말을 제대로 못 한다.

대단한 위원장이다. 천막당사를 만들어 당을 구한 적이 있었다. 대단한 배짱도 있다. 어지간한 일에는 눈도 깜짝하지 않는다. 마음에 들지 않는 질문을 하는 기자에게는 ‘병 걸렸느냐’는 독설도 거침없이 날린다.

박 위원장에게 국민들이 바라는 것은 하나 둘이 아니다. 한데 묶으면 ‘잘해 달라’는 것이다. 이런 국민의 요구를 수용하는 것은 정치지도자의 기본이다. 건전한 정치철학, 상식과 원칙을 기본으로 하는 정치를 바란다.

그의 '정치철학'을 한 번 짚어 보자. 7일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박 위원장이 어려운 질문을 하나 받았다. 패널 한 사람이 이런 질문을 했다.

“정치인 문재인의 능력과 확장성이 어느 정도라고 보는가?”

박 위원장에게 시선이 집중됐다. 무슨 대답이 나올까. 그런데 뜻밖에 대답이 나왔다. '정치철학'이었다.

“이 분에 대해 제가 좀 의아하게 생각하는 부분이 있다. 도대체 정치철학이 뭔가?”

말하자면 문재인의 '정치철학'이 뭐냐는 질문이다. 질문이야 마음대로 할 수가 있다. 허나 너무 생뚱맞으면 역시 이상하다. 국민들은 문재인의 정치철학을 대충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정직하고 술수를 모른다. 상식과 원칙을 강조한다. 그래서 너무 답답할 지경이다.

유리하거나 불리함을 따지지 않고, 정직하게 소신을 말하고, 잘못은 솔직하게 시인하고, 정치 행보에 있어서도 기본은 원칙이다. 문재인이 정치에 발을 들여놓은 과정도 국민은 소상하게 알고 있다. 몇십 만 권이 판매된 그의 책 <운명>을 읽어보면 알 수 있다.

가감 없이 너무나 솔직한 그의 정치철학이 일목요연하게 펼쳐진다. 박 위원장도 소문으로라도 들어서 알 것이다. 박 위원장 자신도 출연했던 SBS의 ‘힐링캠프’를 보았을 것이라고 믿는다. 수많은 시청자가 눈물을 흘린 문재인 인생의 ‘다큐멘터리’가 얼마나 국민을 감동하게 만들었는가. 가장 강력한 잠재적 정적에 대해서 그렇게 무심했다면 거짓이 아니면 결점이다.

문재인 얘기는 그만하자. ‘당신의 정치철학이 뭐냐?’는 박 위원장의 질문에 대해서 문재인이 대답을 하지 않는다면 그 역시 예의도 아니고 바람직하지도 않다. 문재인이 대답했다.

“나의 정치철학은 분명하다. 한미 FTA나 제주해군기지나 국민들이 문제를 제기하면 귀를 열고 소통하면서 문제를 풀어가는 것이 나의 정치철학이다.

무시하고 마구 밀어붙이는 게 박 위원장 정치철학인가. 박 위원장은 유신독재와 유신체제 시절 인권유린에 대해 한 번도 잘못된 것이 있다고 시인한 적이 있는가? 민주주의에 대한 확고한 소신이 있는지 거꾸로 제기하고 싶다.”

문재인은 '정수장학회' 문제도 짚었다. 박근혜 위원장으로선 아픈 대목이다. 박 위원장은 토론회에서 정수장학회 질문이 나오자 얼굴이 굳어졌다. 문재인이 문제를 제기했다.

“국정원 과거사진상규명위원회, 진실화해위원회에 이어 최근 법원 판결에서도 불법성을 인정했는데 이를 부정하는 것을 납득하기 어렵다. 형식상 이사가 아니라는 이유로 관련 없다는 것은 무책임한 자세다.”

박 위원장에게 가장 아픈 부분이지만 유신과 정적 탄압에 대해서는 사과해야 한다. 비록 자신이 행하지는 않았다 하더라도 한국적 정서에서 사과를 하면 그것이 부모에 대한 도리다.

박정희 유신독재 때 얼마나 많은 양심적인 민주투사와 청년들이 죄 없이 목숨을 잃었는가. 할복을 하고 분신을 하고 투신을 했다. 아무리 아버지라 하더라도 인정할 것은 인정하고 시인할 것은 시인해야 한다. 왜 유신독재를 사과하지 않는가. 그게 정치철학인가. 민주주의에 대한 확고한 신념이 없는 것 아닌가.

가혹한 평가인지 모르겠지만, 박 위원장에게 부모의 후광과 지역정서에 의한 뒷받침이 없다면 그에게 남는 것은 무엇일까. 그 질문에 대해서 박 위원장은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그냥 해 본 질문이 아니냐고 넘어갔다.

박 위원장 정도의 정치 지도자라면 자신의 분명한 정치철학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문재인을 향해 정치철학이 뭐냐고 질문을 한 것은 잘못 겨냥한 표적이다. 왜냐면 결과가 너무나 뻔한 것이기 때문이다.

대통령이 되느냐 여부와는 상관없이 정치 지도자는 자신의 확실한 정치철학을 확립해야 한다. 정치철학이 없으면 영혼이 없는 육체와 같다. 국민들이 묻는다.

박근혜 위원장, 당신의 정치철학은 대체 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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