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대 실패하면 어떻게 되는지 모르나

‘무조건’이란 말처럼 말도 안 되는 소리가 어디 있느냐고 한다. 그러나 무조건이 반드시 필요한 때가 있다. ‘연대’다. 이유는 단 하나. 무조건 ‘연대’하지 않으면 선거에서 승리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희망도 사라진다.

이제 무슨 말인지 알 것이다. 다 알고 있으니 더 이상 말하지 말라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말을 하는 것은 그만큼 절박하고, 절실하고, 위기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국회의원 선거는 죽기 살기라고 한다. 원숭이는 나무에서 떨어져도 살지만 선거에서 떨어진 정치인은 죽는다는 말까지 있다. 남이야 어떻게 평가하든 자신이 제일 잘났다고 생각하는 입후보자들은 당선되기 위해서 죽기 살기로 덤빈다.

제일 먼저 통과해야 할 지옥문이 공천이다. 공천을 받기 위해서 사생결단이다. 혼자 뛰는 마라톤도 아니고 여러 경쟁자들이 겨루다 보니 자연히 과열되어 부작용이 생긴다.

지금 야당의 조건이 좋다고 한다. 공천만 받으면 당선이 된다고 낙관하는 사람들도 있다. 당선이야 나중이지만 우선은 공천을 받고 자신의 표를 갉아먹을 경쟁자가 없어야 한다. 이게 바로 당선의 필요충분조건이다.

야권단일화는 왜 필요한가. 국회의원 한 사람 뽑는데 여럿이 출마하면 나머지는 낙마다. 새누리당에서 한 명 나오는데 야당에서 여러 명이 나오면 새누리가 당선될 확률이 높은 것은 당연하다. 그래서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의 연대가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늘 하는 말이지만 서울시장 선거와 인제군수 선거는 야권으로서는 잊을 수 없는 악몽이자 교훈이다. 언제나 다시 생길 수 있는 사태다. 이 경우 낙선한 사람이나 낙선의 원인을 제공한 후보자나 나름대로 이유는 있겠지만 국민으로서 울화가 치민 것은 이를 그대로 방치한 정당지도부에 대한 것이다. 명분도 대의도 없는 패배였기 때문이다.

지금 민주당이 여론조사에서 가장 많은 지지를 받고 있다. 어린애가 아니더라도 칭찬 좀 들으면 우쭐해지기 마련이다. 더구나 새누리당(구 한나라당)이 죽을 쑬 때도 뒤로 밀렸는데 이제 여론조사 1등이니 됐다 싶은지도 모르지만 이게 바로 교만의 출발이다.

김두관 경남지사가 걱정을 한다. 민주당이 오만하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지적한 것은 없지만 공감한다. 느낌이란 매우 중요하며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느낀다. 더구나 김두관 박원순까지 입당을 하면 여론 지지도는 더 높아지고 그럼 민주통합당의 오만은 더 커질 수도 있을 것이다. 심지어 민주당 단독으로도 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다고 오판하는 것이 아니냐는 말도 있다.

통합진보당은 야권의 중요한 축이다. 여론조사 10%를 넘는가 싶더니 다시 한자릿수로 내려앉았다. 속이 상할 것이다. 이유는 자신들이 잘 알 것이다. 선장이 너무 많다. 제각각 한 가락씩 하는 인물들이다. 속내도 다 다르다. 툭하면 갈라지는 사람들이다. 언제 또 갈라질는지 모른다고 국민들이 생각한다. 이념에 매몰된 집단이라고 매도하는 국민들도 있다.

그래도 중요한 야당이다. 이들이 이번 총선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그들은 이번에 원내에 진출해서 교섭단체는 물론이고 대선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도 한다. 잘 되게 할 수는 없어도 망하게 할 수는 있다고들 말한다. 인간은 악에 받치면 무슨 짓이라도 한다.

오늘날, 한국의 정치현실이 희망이 안 보이고 답답한 것은 틀림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오기로 처리해서도 안 된다. 방법이 없는 것도 아니다. 물밑에서 협상과 조율이 되고 있겠지만 한쪽에서 독식을 하려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너무 양보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되면 상대방도 알아듣게 되어 있다. 바로 국민의 눈이 있기 때문이다.

당의 장래와 개인의 정치적 운명이 걸린 공천에서 무조건 양보는 불가능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어림도 없는 주장을 하며 욕심을 부리면 상대 당은 물론이고 국민들이 납득을 못한다. 결국, 순리를 따르는 것이 최선이다.

정치가 요즘처럼 못 된 적이 없다. 어디를 건드려도 썩은 냄새가 진동한다. 대통령 측근을 비롯해서 권력 좀 있다 싶으면 틀림없이 부패했다. 이래서 정권교체는 반드시 필요하고 새로운 정부는 국민과 더불어 악을 청소해야 한다. 할 일이 얼마나 많은가. 검찰개혁 언론개혁 등등 이루 다 말할 수가 없다. 이것을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바로 총선 승리다.

어느 누구라도 100% 만족한 협상이란 있을 수 없다. 이럴 때 정치지도자들의 슬기와 결단이 필요한 것이다. 지금과 같은 정권교체의 좋은 기회는 다시 오지 않는다. 백척간두에 서 있는 심정으로 야권연대를 이룩해 내기를 기원한다. 당대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우리들 후세를 위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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