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명조차 사라진 청와대

무식하다고 할지 모르지만 몽클레어 패딩이란 말 처음 들었다. 그것이 프랑스 제품이라는 것도, 세계적 명품이라는 것도 요새 처음 알았다. 이제 몽클레어 패딩은 한국인이면 모를 사람이 없을 정도의 명성을 얻었다. 홍보로 치면 대박인데 많이 팔릴지는 판단이 어렵다.

사연이야 다들 알지만 조금만 얘기하자. 명절도 되고 대통령 부부는 재래시장을 찾았다. 이것저것 조금 사고 덕담도 하고 사진도 찍었다. 사실 명절 때면 보통 하는 청와대 행사다.

이번에는 손주들을 데리고 나왔다. 자상한 할아버지의 이미지도 해롭지 않다는 생각이었을 것이다. 헌데 사단이 생겼다. 몽클레어 패딩이라는 방한복이다. 누구나 입는 방한복이지만 대통령 손녀가 입은 옷이 몽클레어 패딩이며 값이 무려 80만 원 이상이라는 네티즌의 지적이다.

대통령의 손녀는 80만 원 하는 명품을 입으면 안 되는 그런 나라냐고 하는 사람도 있다. 맞다. 누구나 입을 수 있다. 문제는 대통령이 늘 서민을 강조했고 80만 원이라면 서민의 눈으로는 아무래도 수긍이 안 되는 액수이기 때문이다. 돈 없어 고향에 못 내려가는 서민과 집 없어 거리 잠자는 노숙자들의 생각은 어떨까.

여기서 지적하고 싶은 것은 80만 원짜리 명품을 입었다는 것이 아니라 사려 깊지 못한 처신이다. 대통령의 행차면 많은 보도진들이 따르고 당연히 카메라 기자도 있다. 대통령 일행의 일거수일투족은 고스란히 카메라에 담기고 손주들도 예외는 아니다.

대통령이 무슨 옷을 입었나. 부인의 의상은 어떤가. 손주들은 뭘 입었지. 시시콜콜 관심도 많은 언론이다. 거기에 패딩 옷이 잡힌 것이다. 그러나 아직도 확실하게 몽클레어 패딩이란 증거도 없다. 비슷한 옷은 많기 때문이다.

통상 이쯤 국민의 입에 오르내리면 한마디 말이 있게 마련이다. 그건 명품이 아니다. 80만 원이라니 말도 안 된다. 그건 이런 옷이고 값은 얼마다. 이렇게 밝힐 일이다. 아무 말이 없다. 인정하는 것인가. 침묵은 인정을 뜻한다고 국민들이 생각할지 모른다.

손주들에게 예쁜 옷, 좋은 옷 입히고 싶은 것은 대통령이고 서민들이고 다 같을 것이다. 비싼 좋은 옷 좀 입혔기로 뭐가 그리 큰일이라고 떠들어 대느냐. 그래서 무시할 수도 있다. 무시하면 시간 좀 흐른 후 조용해질 것이다. 대통령이 직접 손주들에게 옷을 입히느냐. 대통령 탓하는 것은 지나치다. 꾹 입 다물고 있자. 이렇게 생각하는가.

이명박 대통령이 자주 입에 담는 것이 서민이다. 서민의 행복, 서민경제, 재래시장에 가서도 서민경제다. 그러면 걸맞게 행동을 해야 되고 거기에는 걸맞은 차림도 따라야 한다. 서민 대통령과 고가의 몽클레어 패딩은 전혀 어울리지도 않고 국민의 반감만 사는 결과가 되었다. 참으로 되는 일이 없다고 할 것이다.

사면초가 대통령

대통령이 요즘 참 힘들 것이다. 정치 경제 사회 모든 분야에서 밝은 데가 없다. 세계경제가 그런데 우린들 도리가 있느냐고 해 봐야 통하지 않는다.

대통령의 측근 실세라는 사람들이 줄줄이 부정과 비리의혹으로 사법처리가 되고 또 기다리고 있다. 어떻게 썩어도 저렇게 골고루 썩었느냐는 말이 공공연히 나온다. 매장량도 불분명한 아프리카의 다이아몬드 광산을 개발한다고 거액을 탕진했다.

국회의장은 당대표가 되기 위해 돈봉투를 돌렸다가 들통이 나서 검찰조사를 받기 직전이다. 형님 이상득 의원의 보좌진들이 구속됐다. 형님도 소환이 되리라고 한다. 친가 처가 할 것 없이 줄줄이다. 마침내 한나라당은 대통령 탈당을 공개적으로 거론한다.

이재오를 비롯해서 박영준 이동관 등 이른바 친이계들이 저항을 하지만 기운이 없다. 언덕에서 굴러내리는 수레를 멈출 힘이 없는 것이다. 분당설이 나돌고 4월 총선에서는 만신창이가 될 것이라고 언론은 예고한다. 죽으나 사나 기대던 조중동도 등을 돌리기 시작했다. 한나라당 후보들의 홍보물에는 한나라당 로고가 사라졌다.

송아지 한 마리에 만원이다. 파는 값이 아니라 가져가서 처분해 주는 사례로 만 원을 준다. 사료가 비싸 소가 굶어 죽는다. 4대강은 여기저기 균열이 가서 준공식은 하루하루 연기가 된다. 생필품 값이 올라 주부들은 장에 갔다 와서 강도당한 기분이라고 몸서리친다.

이제 대통령이 무슨 소리를 해도 국민은 믿지를 않는다. 대통령의 말은 반대로 믿으면 된다는 우스개까지 나온다. 이번 몽클레어 패딩에 대해서 아무런 해명도 하지 않는 것 역시 아무리 진실을 얘기해 봐야 국민들 머릿속에는 이미 80만 원, 아니 그 이상의 고가명품으로 입력되었다고 판단을 했기 때문이 아닐까.

모든 인간관계는 신뢰가 으뜸이다. 특히 정치에서 신뢰가 무너지면 정치는 끝이다. 양치기 소년과 늑대는 그냥 우화가 아니다. 그래서 읍참마속도 나오고 처자식도 법을 어기면 감옥으로 보내는 것이다.

명절날 국민들의 밥상에 오른 프랑스 명품 ‘몽클레어 패딩’ 이명박 대통령에게는 어느 무엇보다 가슴 쓰린 선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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