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도 지도자다, 충고도 필요하다

요즘 언론에서 가장 주목을 받는 인물들은 누구인가. 현직 대통령은 아니다. 박근혜다. 박근혜가 관심 인물 중의 하나다.

망망대해에서 폭풍을 만나 난파 직전에 있는 한나라당이라는 선박을 구하기 위해 팔 걷어붙이고 나선 선장이 있다. 박근혜라는 여 선장이다. 과연 박근혜 선장은 한나라호를 구해 낼 수 있을 것인가. 영화에 나오는 ‘여 해적’처럼 사납게 보이지도 않는다. 그런 박근혜가 폭풍 앞에 나선 것이다.

앞일을 얘기하면 귀신도 웃는다고 했다. 그러나 요즘은 귀신 찜 쪄 먹는 인간들이다. 발달한 것은 눈치뿐이어서 잘도 알아맞힌다. 허나 정치라는 것만은 하도 요사스러워서 알 듯하면서도 모르겠고 될 성싶으면서 뻐그러진다.

박근혜가 국민의 관심사로 떠오른 것은 어제오늘이 아니다. 대통령 후보감으로서다. MB와도 대통령 후보자리를 놓고 경쟁을 벌였고 그 후도 꾸준히 차기 대통령 후보로 거명이 됐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여론조사에서 타 후보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선두를 달렸다. 그대로 가면 차기 대통령 박근혜는 요지부동의 진실처럼 보였다.

한나라당이 비대위 체제로 전환했다. 당헌도 바꿔 박근혜에게 ‘비상대권’과 ‘대선 도전권’을 양손에 쥐여 주었다. 두 손에 떡이다. 정몽준이나 김문수 정도의 반발이 있겠지만 신경 쓸 거 없다. 새 발의 피다. 흘려 넘기면 된다.

한나라당은 ‘박근혜 시대’로 접어들었다. 박근혜가 한나라당의 주인이 됐다고 해서 시비 걸 일이 아니다. 축하해야 할 일이다. 이 나라 여성으로 박근혜만큼 확고하게 대권에 다가 간 여성은 없다. 비교할 것은 아니지만 신라 여왕들 이후 처음으로 여성대통령이 나올지도 모른다.

여성이면 무슨 상관이 있는가. 정치 잘해서 국민 마음 편하게 살도록 해주면 된다. 배 곯지 않고 내 집 지니고 등 따습게 자도록 해 주면 된다. 백성들의 소망이 거창한 것이 아니다. 벼슬자리 원하는 것도 아니다.

대통령의 자리와 가장 근접해 있다는 박근혜. 과연 그는 누구인가. 국민은 박근혜를 얼마나 알고 있으며 그것은 제대로 된 인식인가. 잘 살펴봐야 한다. 우리 국민은 멀쩡하게 앉은 채 속아 넘어가 4년 동안 고생을 했다는 억울함에 치를 떤다. 그래서 박근혜를 냉정하게 관찰해야 한다. 다시는 속지 않도록 말이다.

박근혜 하면 국민들의 뇌리에는 가엾다는 생각이 떠오른다. 연민이다. 자신의 뜻과는 무관하게 대통령의 딸이 됐다. 정상적으로 대통령이 되지 않고 쿠데타로 권좌에 오른 아버지 박정희 대통령으로 해서 그에게는 ‘독재자의 딸’이라는 명에를 지고 살았다.

불행한 운명의 여인

박근혜의 모친 육영수 여사는 1974년 8월 15일 장충동 국립중앙극장 광복절 기념식에서 재일 교포 문세광에게 피격당해 사망했다.

1979년 10월 26일 아버지 박정희 대통령은 궁정동 안가에서 측근들과 술을 마시다가 김재규 중앙정보부장에 의해 숨을 거두었다. 5년을 간격으로 박근혜는 부모를 모두 잃었다.

박근혜는 육영수 여사가 없는 빈자리를 채웠다. 아버지를 수행해 다니면서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했다. 그 과정에서 대통령의 권력이라는 것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가를 알았고 권력 앞에서 추악한 정치인들의 모습도 속속들이 알았을 것이다. 탁월하다는 아버지의 용인술도 배웠을 것이다. 그중에서 정적에게 한없이 비정한 박정희의 통치술은 어떻게 받아들였을까.

다시 오늘의 박근혜를 보자. 언론은 박근혜를 선거의 여왕이라고 한다. 탄핵정국에서 한나라당을 구해 냈다고 한다. 잔 다르크가 아니라 박 다르크다. 인정해야 한다. 인정할 것은 인정하고 비판해야 할 것이다.

지금도 사람들 입에 회자되는 병상에서 했다는 ‘대전은요’ 한마디는 박근혜의 본질(근성)을 잘 보여주는 예다. 그러나 그것과 대통령 자질과는 상관이 없다. 대통령으로 태어나는 것은 아니지만 자질이란 타고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쿠데타가 아닌 선거를 통한 대통령은 아무나 되는 것이 아니다.

인간에게 완벽이란 있을 수 없다. 따지고 보면 인간만큼 결함이 많은 생물도 없을 것이다. 인간은 끊임없이 노력하고 반성하고 추구하는 가운데 완벽하지는 않지만 완성의 단계로 올라간다. 그중에서 중요한 것이 반성이고 반성은 인간만이 할 수 있는 것이다. 반성을 함으로써 죄를 가볍게 한다. 재판에서도 반성은 형량을 정하는 요인이 된다.

박근혜가 넘어야 할 산

정적들은 끊임없이 박근혜에게 흠집을 내려고 한다. 당연하다. 박근혜를 넘지 못하면 목표에 이르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흠집 내지 말라고 정적들에게 사정을 할 수도 없다. 자신의 힘으로 넘어야 한다. 옆에서 도와주려는 동지가 있다 해도 그건 믿을 게 못 된다. 얻어먹을 게 있으니까 붙어 있지 먹을 것 떨어지면 언제 봤다냐다.

죽으나 사나 내가 넘어야 한다. 죽을 각오라면 못 할 것이 어디 있으랴. 세상에서 가장 험한 꼴을 두 번이나 본 박근혜가 아닌가. 타고난 성깔도 있다.

얼굴에 부드러운 미소가 있지만 눈 고추 세우고 노려보면 찬바람이 돈다. 기자들 앞에 놓고 ‘병 걸리셨어요?’ 하는 여자다.

차근차근 정리해 보자. 박근혜 등 뒤에 드리운 어두운 그림자는 아버지다. 박정희 향수가 대통령 가는 길에 도움이 된다고 할지 모르나 이제 아니다. 향수 이전에 독재자다. 박근혜가 제일 듣기 싫어하는 소리가 ‘박정희 독재’라는 말이라고 한다. 안 들을 방법이 없지 않은가.

인정해야 한다. 독재자라는 것을 인정하고 독재자의 딸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독재를 사과해야 한다. 아버지 대신 사과하는 모습이 흉한 것이 아니다. 일제 때 군수를 하던 아버지를 사과하는 아들도 있다. 재산도 반납하는 자손도 있다. 사과는 어떤 경우에도 진실이 담기면 아름다운 것이다.

아버지의 독재행위에 대해서만 사과하는 것이 아니라 독재 시절 자행한 행위에 대해서도 사과해야 한다. 얼마나 많은 죄 없는 국민들이 목숨을 잃고 병신이 되고 행방불명이 되고 삶을 송두리째 빼앗겼는지 박근혜도 잘 알 것이다. 사과를 한다 해도 불효라고 욕할 국민 하나도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쿠데타는 구국의 결단이라고 우길 수 있지만 남의 재산을 뺏고 정적을 죄 없이 죽게 한 것은 구국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 그건 아버지가 한 일이지 나와는 상관이 없다고 할 것인가. 아니다. 상관이 있다. 아버지는 혈육이고 아버지 덕으로 오늘에 이르렀으니 말이다. 

▲ ▲ 전국언론노동조합과 부산일보 지부는 17일 서울 프레스센터 앞에서 정수장학회의 사회환원과 경영진 임명권 독립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미디어오늘

지금 박근혜의 재산이 수조 원이란 말이 있다. 누가 조사해 본 것도 아닐 텐데 사실처럼 알려졌다. 부산일보 노조위원장 이호진이 정수장학회 관련 시위를 하다가 해고가 됐다. 이런 짓을 하면 안 된다.

“박정희가 5.16을 모의하면서 부일장학회 김지태 회장에게 자금 5백만 환을 요구했으나 거절하자 괘씸죄로 부산일보 부산문화방송 문화방송을 빼앗았다.” (CBS 대기자 변상욱)

“박근혜가 대통령 하려면 가족들을 설득해 재산을 국가에 헌납하고 나서 도전하는 게 옳다. 공익법인이라지만 사실상 지배권을 행사하는 것이니 국가헌납이 옳다.” (2007년 홍준표 주장)


대통령 직속의 국가위원회에서 사유재산을 강탈해 만든 재단이니 원주인에게 돌려줘야 마땅하다고 결정했고 박정희 대통령도 ‘그거 돌려주긴 돌려줘야 할 텐데….’라고 종종 말했다고들 전한다. 그런데 딸이 대통령이 되려는 마당에 이 재산에 대해 사과하고 분명한 태도를 밝히지 않는다면 그건 위선이고 아버지보다 더 독한 딸로 비난받아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이것은 박근혜가 선거 과정에서 피할 수 없는 난제다. 정수장학회뿐이 아니다. 박근혜 일가의 의혹 ▲정수장학회 ▲육영재단 ▲영남대. 피하려야 피해 갈 수 없는 지뢰밭이다. 터지면 끝이다. 지뢰밭에 들어서면 그냥 빠져나오지 못한다. 목숨을 잃거나 중상을 입는다. 살아날 방법은 스스로 지뢰를 제거하는 것이다. 아무도 할 수 없다. 박근혜 자신만이 할 수 있다.

과연 박근혜는 대통령감인가?

국민들은 박근혜에 대해서 무엇을 알며 그는 국민에게 무엇을 보여 주었는가. 대통령이 되려는 사람은 국민에게 과거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미래를 말해야 한다. 미래의 꿈을 심어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국민들에게 물어봤다. 박근혜가 대통령이 되면 세상이 어떻게 될 것인가. 별로 생각이 안 나는 모양이다. 막막하다. 얘기할 게 없다. 대통령이 안 되었으니까 그렇지 않으냐고 한다면 답답하다. 국민은 대통령의 비전을 보고 선택을 하는 것이 아닌가.

한나라당은 박근혜에게 ‘비상대권’과 ‘대선 도전권’을 동시에 주었다. 비상대권이란 바로 계엄사령관이다. 그의 명령이면 한나라당에서는 법이다. 그러나 이미 그의 불통이 도마 위에 올랐다. 솔직히 불통이라면 국민들은 진저리를 친다. 이명박 대통령의 불통은 이미 사전적 의미를 지니는 어휘가 됐다.

한나라당에서 튀어나오는 박근혜의 불통설이 사실이라면 박근혜도 희망이 없다. 소통은 지도력의 광장이다. 메모 쪽지로 당을 통치하려는 생각이 비판을 받는다. 측근이 아니면 접근이 안 된다. 계획된 떡볶이 먹기나 어묵 먹기로 정치를 할 생각이라면 그것은 박근혜나 국민이나 모두 불행이다.

국민이 무엇을 원하는지 박근혜도 잘 알 것이다. 서울시청 광장이나 광화문 광장을 밝히는 촛불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청와대 뒷산에 올라 ‘아침이슬’을 불렀다는 의미를 진위 여부는 차치하고 알고 있을 것이다.

왜 4대강에 세워진 보가 물이 새는지 한강물에서 왜 악취가 나는지 알 것이다. 왜 김진숙이 크레인에 올라 300일이 넘게 짐승처럼 살았는지, 왜 쌍용차 노동자들이 분신자살을 하는지, 왜 아직도 국가보안법이 시퍼렇게 살아 있는지 모른다고 하지 못할 것이다.

사람답게 사는 것이 바로 국민들의 소망이다. 그러나 박근혜는 입을 굳게 다물고 있었다. 지도자의 침묵은 금일 수도 있지만 국민 무시일 수도 있고 무능의 대명사일 수도 있다. 이런 문제에 대해서 발언해야 한다. 말 아꼈다가 무엇에 쓸 작정인가. 보수의 늪에 빠져 허우적대지 말고 뛰쳐나와야 한다.

철옹성 같은 여론의 지지는 이미 깨졌다. 대세론은 흔들이면 사라지는 것이다. 천막당사 때를 생각하면 착각이다. SNS의 위력은 이미 증명이 됐다. 지난 지방선거. 서울시장 선거. 내년 총선은 더 할 것이다. 나꼼수를 한 번이라도 들은 사람은 절대로 한나라당을 찍지 않겠다고 한다.

박근혜가 국민에게 보여줘야 할 것은 용기다. 보수에 기대려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보수의 옷을 벗어 버려야 할 것이다.

4대강에 대한 생각을 분명히 밝혀라. FTA는 어떻게 할 것인가. 검찰개혁은 어떻게 할 것인가. 국가보안법은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반값 등록금 부자 감세 등등. 국민에게 할 말은 너무나 많다.

야권은 국민의 염원이기도 한 통합을 이루어 냈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어떤가. 정권의 말기현상이라고만 치부할 수 없는 온갖 비리들이 줄을 이어 터진다. 이명박 대통령의 주위가 이토록 오염됐을 줄 누가 알았단 말인가. 살아남은 사람은 몇 명이나 될 것인가. 그것이 궁금할 정도다.

대통령에 대해서 정면으로 비판해야 한다. 청와대를 비롯해서 정부와 당의 오염원을 과감하게 정리할 수 있도록 영향력을 행사해야 한다. 박근혜 치마폭 속으로 기어들어오려는 무리들은 과감히 내쳐야 할 것이다.

‘원칙을 존중하는 박근혜’라는 긍정적인 평가가 있다. 아주 소중한 평가다. 원칙과 상식은 매우 중요하고 귀한 덕목이다. 국민들이 박근혜의 모든 것을 볼 수 있도록 훌훌 옷을 벗어 버려야 한다. 어차피 지금 세상은 숨길 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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