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 명문이라는 찬사를 받아온 미국 하버드 대학의 어두운 이면을 담아낸 독립 다큐멘터리로 화제를 모았던 광주출신 신은정 감독의 첫 장편 다큐멘터리 '베리타스: 하버드, 그들만의 진실'의 영문판(Verita$: Everybody Loves Harvard)이 뉴욕국제독립영화제(11.17-24)에 진출, 다큐멘터리 부문 베스트 감독상을 받았다.

뉴욕독립영화제는 1993년 시작되어 18년간 세계 각지의 독립영화를 소개하는 인디영화의 산실로 자리잡아오고 있으며 올해는 영국, 프랑스, 독일, 스위스, 덴마크, 인도, 네팔, 브라질, 아르젠티나, 캐나다, 미국 등 약 25개국 200여편의 작품이 상영되었다.

베리타스 영문판은 지난 11월 22일 저녁 6시 뉴욕의 콰드 시네마에서 상영되었고, 영화가 끝난 후 두 번이나 박수가 쏟아졌으며 관객들이 자리를 떠나지 않아 즉석에서 감독과의 대화가 펼쳐지기도 했다.                    

대부분의 한국 관객들이 하버드에 대해 너무 몰랐다며 충격을 받는 반면 미국 관객들은 진작부터 하버드에 대한 문제의식을 느껴왔었다며 공감하는 분위기가 더 크다고 한다. 아마 한국인들이 서울대 중심주의에 대해 느끼는 문제의식을 미국인들은 하버드를 바라보면서 느끼는 것 같다고 신감독은 귀뜸한다.

신은정 감독은 광주에서 방송작가와 광주인권영화제 자원활동가로 활동하며 영상제작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고, 2005년 미국으로 건너간 후 하버드의 놀라운 힘과 영향력에 주목하고 2010년 다큐 제작을 시작해 올 5월, 한국어판 '베리타스: 하버드 그들만의 진실'과 영문판 'Verita$: Everybody Loves Harvard'을 완성했다. 

베리타스 한국어판은 5·18민중항쟁 31주년을 기념해 오마이뉴스와 함께 광주, 제주, 서울 세 차례의 투어를 가졌고 지난 9월 서울 변방연극제에 초대되는 등 지금까지 12차례의 크고 작은 상영회를 통해 관객들을 만나왔다.

신은정 감독은 돌아보면 아쉬운 점도 많지만 첫 작업으로 영화제 진출도 하고 상까지 받게 되니 고생한 보람을 느낀다면서 아마도 다큐가 함의하고 있는 문제의식에 공감한 까닭에 상을 받게 된 것이 아닌가라고 소감을 전했다.

특히 월가에서 시작된 점거농성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면서 하버드의 신자유주의 대학경영방식을 비판한 베리타스의 메시지가 더욱 분명해졌고, 지난 11월 하버드 학생들이 1%를 위해 봉사하는 하버드를 비판하며 하버드 야드를 점거하는 이례적인 사태가 벌어지면서 다큐의 제작 시점이 매우 적절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베리타스 영문판은 뉴욕에 앞서 보스턴에서도 3회의 상영회를 가졌으며 다큐멘터리에 출연한 많은 인터뷰이들이 참석해 관객들과 진지한 토론이 펼쳐지기도 했다. 내년 1월 말이나 2월 초에 몬트리올의 한 극장에서 정식 상영될 예정이며 하버드나 MIT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소규모 상영회도 추진중이라고 한다.

1년이 넘는 작업 기간 동안 힘든 고비가 많았다는 신감독은 “누군가는 반드시 해야 할 작업이라고 생각했고, 그것이 다름아닌 한국인이라는 점이 뿌듯하다. 이 상은 어려운 여건 속에서 자신이 가지는 문제의식을 영상에 담고자 분투하고 있는 모든 독립영화인들의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들이 바로 나의 스승이다.

녹음시설과 첫 상영장을 지원해준 광주 시청자미디어센터와 미국까지 날아와 촬영을 도와주고, 한국에서의 후반작업에 결정적 역할을 해준 최성욱 감독과 타이틀 작업 등을 도와준 광주독립영화협회의 윤수안 감독에 다시 한 번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싶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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