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모습이 아름다운 사람이 되자 

민주당 전당대회를 보면서 참담한 심정을 느낀 국민은 하나 둘이 아니었을 것이다. 민주당을 사랑하든 미워하든 저렇게 망가지는 민주당의 모습은 한국 정치를 위해서도 야당을 위해서도 결코 바람직한 모습이 아니기 때문이다. 반복되는 저런 모습은 이제 국민이 추방해야 한다.

이유를 새삼 따질 것도 없다. 다들 알고 있다. 국민들이 알고 있다는 것이다. 국민은 무엇을 보았는가. 술 취한 대의원들이 단상을 점령하고 멱살을 잡고 액젓을 뿌리고 액체 비료를 뿌리는 것을 보았다. 용팔이의 모습을 다시 본 것이다.

▲ 박지원 전 민주당 원내대표.

난장판을 만든 용팔이들이 외치는 구호가 기가 막힌다. ‘민주당을 사수하자’. 구호를 이렇게 바꾸면 맞는다. ‘민주당을 박살 내자’… 어울리지 않는가. 이들의 난동을 보면서 야당이 통합해서 이런 비민주적 세력들이 발을 붙이지 못하도록 하는 정당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을 절실히 느끼게 된다.

통합을 반대하는 세력이 명분을 내세우지만 진짜 이유는 하나다. 자신들의 입지다. 통합 반대 세력은 통합정당에서 자신들의 입지가 위축되는 것이 두려운 것이다. 그 밖에 아무것도 없다.

세상이 다 아는 것이니 빙빙 돌릴 필요도 없다. 그들은 60년 전통야당인 민주당의 법통을 사수한다고 하지만 정직해야 한다. 그들 면면은 이미 고향인 호남에서도 퇴출된 정치인들이다. 그들이 재기를 노리고 난동의 중심에 선 것이다. 호남의 민주주의 정신이 아니다.

더욱 한심한 것은 이들이 폭력난동으로 통합의 대의와 명분을 무너트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어느 시대의 사고인가. 세상이 얼마나 변했는지 전혀 모르고 꿈나라에서 헤맨 모양이다. 한심하다 못해 불쌍하다.

재기를 바라며 정치를 주시하고 있었다면 자신이 현실에 맞는 정치인인지 아닌지 먼저 잘 생각을 해야 했을 것이다. 맞지 않는다면 맞도록 변해야 한다. 국민의식은 저만치 가는데 가만히 앉아 있으면 백날이 가도 희망이 없다. 난동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생각은 이제 단념해야 한다.

그들은 당을 사랑한다고 목소리를 높이지만 그것이 바로 당을 파괴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정직하자. 제발 정직하자.

분란의 정점에 누가 있는가

세상에는 잘못도 없이 억울하게 누명을 쓰는 사람들이 있다. 잘못을 저질렀는데도 아니라고 부인하며 빠져나가려는 사람이 있다. 인간에게 가장 소중한 덕목은 무엇인가. 염치다. 바로 짐승과 구별이 되는 잣대라고 할 수 있다.

민주당 폭력 전당대회 정점에 누가 있느냐고 물으면 사람들은 박지원을 지목한다. 언론들도 그렇게 생각한다. 자신이 폭력을 지시하지는 않았다고 구구하게 설명하는 것이 오히려 구차하다.

솔직하게 말하는 것이 좋다. 자기가 지시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난동을 부린 대의원들은 자신의 뜻을 오해할 수는 있다. 이 정도는 인정해야 양식 있는 정치인이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한 박지원은 자신은 난동의 배후가 아니라는 것을 구구하게 설명한다. 공허하기 짝이 없다. 왜 그렇게 구차하고 초라하게 보이는가. 박지원의 정치는 이번 난동으로 끝이 났다. 그래야 정상이다. 민주적 절차를 강조하는 사람이 민주적 절차의 적인 난동의 배후로 지목됐다. 그것만으로 정치적 수명은 마감되어야 하고 그것이 상식이다.

왜 박지원이 난동에 배후에 도사리고 있으며 이유는 무엇인가. 착각에서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이다. 김대중 대통령의 수족으로서 오랜 세월 분신과 다름이 없는 역할을 했다. 고생도 많이 했다. 민주주의를 위한 헌신도 했다. 그렇다고 그것이 이번 난동을 합리화시킬 수는 없다.

박지원은 민주당 대의원들이 설마 자기를 버리랴 믿고 자신의 행동이라면 따르리라고 착각을 했다. 무슨 오만인가. 이것은 민주주의를 신봉하는 정치인의 자세가 아니다. 국민의 염원인 통합을 반대하는 자기를 지지해 줄 것이라는 오만방자한 생각을 어떻게 할 수 있단 말인가. 국민에 대한 무시며 대의원들에 대한 모욕이다.

결과는 박지원의 퇴장을 요구한다. 또한 국민들도 구태의연한 정치인의 퇴출을 요구해야 할 것이다. 그것만이 여야를 막론하고 지역주의에 목을 맨 이 땅의 정치를 제대로 정착시키는 첫째 조건이다.

놀라운 소식이 들린다. 박지원이 통합전당대회에서 당 대표로 출마를 한다는 것이다. 사실이 아니기를 바라지만 사실이다. 한마디로 정리하면 몰염치다. 자신이 방해한 통합야당의 당수가 되겠다고 하면 당수 된 후에 또다시 무슨 일을 저지를지 겁이 난다.

지역이기주의를 무기로 입지를 구축하려는 박지원은 이제 스스로 국민의 지도자이기를 포기했고 호남의 지도자도 포기했다. 국민도 이제 박지원을 포기해야 할 것이다.

“통합에 반대하고 전대를 난장판으로 만든 구태 정치의 화신이 무슨 낯으로 지도부가 되려고 하느냐. 염치없는 짓이다”

박지원 스스로 마무리 지어야 한다. 이런 걸 ‘결자해지’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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