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 할 건가 말 건가, 누가 대답할 거냐

민주주의 국가가 아니다. 민주주의를 포기했다. 이렇게 말하면 펄펄 뛸 것인가. 반국가 사범으로 고발할 것인가.

선거는 민주주의 제도의 상징이라고 한다. 상징을 부정해 버린다면 민주국가 아니다.

지난 10.26 선거는 박빙의 우열을 다투는 살이 마르고 피가 마르는 격전이었다. 한 표가 아쉽고 표만 된다면 독사를 껴안고 입이라도 맞출 수 있는 지경이었다.

투표율이 높으냐 낮으냐 여당이나 야당이 신경을 곤두세웠다. 투표율이 높으면 박원순이 이기고 낮으면 나경원이 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었다. 이럴 때 사건이 터졌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박원순 후보의 홈페이지가 디도스 공격을 받은 것이다. 이 때문에 선관위 홈페이지와 외부 접촉이 차단됐고 유권자들은 투표소를 찾아가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오전 6시부터 2시간여 동안 선관위 누리집은 마비됐다. 출근시간에 투표를 하려던 젊은 유권자들은 혼란을 겪었다. 누가 이런 짓을 저질렀는가. 범인이 잡혔다. 한나라당 최구식 의원의 수행비서(운전기사)와 그의 지시를 받았다는 IT전문가 3명이다. 최구식 의원은 나경원 후보의 홍보전략기획 본부장이었다.

벌컥 뒤집혔다. 이건 돈 몇 푼 주고 매표를 하는 수준의 부정선거가 아니다. 근본적으로 투표권을 행사하지 못하게 하는 원천적인 선거부정 행위다.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반민주적 국시부정 행위다.

최구식 의원은 펄펄 뛴다. 지금까지 바르게 살아왔다고 강변한다. 전혀 알지 못했다고 주장한다. 인정할 리가 없다. 이것이 얼마나 끔찍한 범죄행위인지 기자 출신인 그가 너무나 잘 알 것이다.

여기에 상식이 필요하다. 운전기사는 자신의 분신과 같다. 행동을 함께한다. 디도스 공격은 쉬운 일도 아니고 200여 개의 좀비 PC를 동원했다면 돈도 한두 푼 든 것이 아니다.

이들은 모두 최구식의 지역구인 진주 출신이다. 똑똑한 기자로 평가받은 최구식의 눈을 피해서 이들이 디도스 공격을 계획하고 자행할 수 있다고 믿는가. 일개 수행원과 IT 업자가 이런 어마어마한 범죄를 저지른단 말인가.

서울시장 선거의 중요성

서울시장 선거는 여·야가 모두 운명을 건 결사의 전쟁이었다. 서울시장 선거에서 패하면 한나라당은 당이 풍비박산이 될 판이다. 당의 문을 닫아야 할 위기가 온다. 레임덕이 가속화되어 이명박 정권은 식물 정권이 된다.

어떤 일이 있어도 선거에서 이겨야 한다. 여론조사의 추이로 봐서 박빙의 승부다. 다만, 몇 표라도 건지면 이긴다. 이렇게 결론이 내려졌다면 무슨 일을 마다할 수 있는가.

투표율을 낮추자. 방법은 뭐냐. 투표소 위치가 많이 바뀌었다. 젊은이들이 선관위나 박원순 후보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투표소 위치를 검색할 것이다. 6시 8시 사이라면 가장 좋은 시간이다. 공격이다. 이렇게 결정을 했다면 잘못된 해석일까.

잘못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렇게 판단을 한다 해도 할 말은 없는 것이다. 정황증거는 유죄의 근거가 된다지 않던가.

국민의 신성한 주권 행사를 조직적·체계적으로 방해하고 우리 사회의 민주적 기본질서를 파괴하는 중대한 범죄를 자행했다.

한나라의 결단

다급해 일을 저지를 때는 결과를 생각지 않는다. 그러나 실패를 하고 엄청난 위기가 눈앞에 닥치면 눈이 캄캄해진다. 지금 한나라당이 그 지경이다.

그러나 그냥 덮고 지나칠 수가 없다. 국기를 흔든 사건이다. 국민들은 최구식 의원의 차원을 넘어 당이 개입한 사건으로 보고 있다. 그게 정상적인 상식이다.

말도 안 되는 도리질로 부정을 한다고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한나라당이 뼈를 깎는 고통을 감수하고 해결해야 할 문제다. 강용석의 경우도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도 막지 못했다.

이번 선관위 디도스 공격사건도 마찬가지다. 혹시나 하고 앞뒤를 계산하다가 게도 구럭도 모두 잃는 낭패를 겪게 될 것이다.

FTA 날치기 통과, 종편 방송, SNS규제 방침. 국민들은 이제 한나라당을 정당으로 취급하지도 않는다. 여의도 광장에 모인 나꼼수 공연 5만 군중을 보았을 것이다.

일은 처리하는 데 시기가 있다. 위기가 기회라고도 한다. 그러나 지금은 한나라당에게 기회가 아니다. 그냥 상식을 따르라는 것이다. 그것이 명 재촉을 하지 않는 것이다.

스스로 당 해체를 결의하는 자살만은 막아야 할 것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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