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도 이 나라 정당이다

이적행위를 한다고 비난할 것이다. 감수한다. 다만 한 마디, 한나라당이 개과천선을 하고 새로 태어난다면 좋은 일이다. 한나라당도 대한민국의 정당이다. 그들도 대한민국 국민이다.

요즘 한나라당의 모습을 보면서 질책에 앞서 불쌍하다는 생각을 한다. 물먹은 모래성처럼 힘없이 무너져 내리는 한나라당을 보며 쾌감과 함께 연민을 느끼는 것은 위기 때 치부를 가장 적나라하게 내보이는 인간의 나약함과 추악함을 목격하기 때문이다. 지금의 한나라당 발악이 얼마나 허망하게 보이는가.

배가 침몰할 때 가장 먼저 야단법석을 떠는 것은 쥐들이라고 한다. 본능적으로 위기를 아는 지혜가 있다. 지금 한나라당의 모습 그대로다. 당이야 어떻게 망하던 자신만 살면 그만이라는 생각을 가진 인간이 얼마나 많은지 따지는 것은 의미가 없다. 보기만 하면 된다.

대통령을 당선시킨 정당으로서 4년 동안 국정을 담당했다. 대통령이 다 했지 당이 한 게 뭐가 있었느냐고 할지 모르나 이야말로 사람이 할 소리가 아니다. 공범도 같은 범죄자다. 책임도 함께 져야 한다.

긴 얘기 접어두자. 그동안 저지른 잘못된 것을 꺼내면 밤을 새워도 모자란다. 최근에 가장 못된 짓이 한미 FTA 비준안 날치기다. 어제 5만 인파가 몰린 여의도 광장의 장관을 보면 소름이 돋는다. 저 정도였던가.

이제 MB의 몰락과 한나라당의 붕괴는 중병 든 몸이 죽는 것과 같은 자연적인 이치다. 다만 기사회생이라는 것이 있다. 다 죽었다가 살아난다는 의미다. 한나라당이 기사회생할 수 있는 마지막 방법은 무엇일까.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 일을 해 내는 것이다. 그게 뭘까. 우선 MB와의 결별이다. 쇄신 타령도 국민들 귀에 더께가 앉을 정도로 해댔는데 모조리 공수표였다. MB와의 결별은 그야말로 사약 마시기보다 더 힘들 것이다. 그러나 그런 각오가 없이는 도리 없이 죽어야 한다.

한나라당 의원들의 면면을 보면 눈이 부시다. 저런 인물들이 작심만 하면 무슨 일인들 못 하랴 싶은데 하는 짓 보면 통장감도 못 된다. 값을 못한다는 것이다. 이 역시 새삼스런 얘기니 접자.

MB도 이빨 다 빠졌다. 권한이야 막강하지만 국회의원을 어쩌랴. 더구나 국회에 절대다수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한나라당 의원들이고 보면 맘대로 칼을 빼 들 수도 없다. 공천에 목매고 있는 의원들이지만 이제 MB에게 인정받는 것은 낙선의 필수 조건일 뿐이다. 마음 다잡아서 결별을 단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MB와 결별하면 서로가 편하다. 제 갈 길 가는 것이다. 그러면 국민들이 관심도 가질 것이다. 한나라당 의원들이 철이 드나 보다 눈여겨볼 것이다. 그다음에 할 일이 있다. 다수당으로 악법을 폐기 뜯어고치고 국민 원성의 대상인 정치 검찰을 수술해야 한다. 기소독점권도 없앤다. 고위공직자 비리 수사처도 만든다.

미국의 경제식민지로 전락시킨 FTA 비준을 무효화시킨다. 어차피 내년 총선에서 한나라당이 몰락하고 야당이 절대 다수의석을 차지하면 폐기될 것이 분명한 이 조약을 한나라당이 미리 처리해 버리는 것이다. 확실하게 점수 따는 것이다.

한나라당이 마지막 할 일

지금 국민의 의혹이 산처럼 쌓여 있다. 4대강은 근본적으로 잘못된 망상에서 자행됐고 그 결과로 지금의 4대강은 국토를 망친 주범이 되었다. 구미보와 상주보 함안보를 비롯한 6군대 보에서 균열이 생기고 물이 샌다. 둑이 붕괴되면 끔찍한 일이 생길 것은 너무나 자명하다.

4대강 공사가 진행되는 동안에 과연 공사비는 제대로 사용됐는가. 4대강 공사가 시작된 때부터 온갖 잡음이 난무했다. 특정지역의 특정학교 출신들이 공사의 대부분을 독점했고 그 과정에서 공사비의 낭비와 비리가 엄청났다는 것이 소문이 아닌 사실로 드러났다.

더욱 심각한 것은 4대강 개발이라는 것이 최종적으로 국토를 망치는 것은 물론이고 절대로 국가 발전에 도움이 안 된다는 사실이다. 자연은 자연스러운 것이 가장 최선이다. 인위적으로 망가트리면 반드시 재앙이 온다는 것은 수 없이 경험한 것이다. 국내 학자들은 물론이고 세계의 석학들이 모두 4대강 사업의 어리석음을 지적한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4대강 사업의 중단은 물론이고 이로 인한 피해를 최소한으로 줄이기 위한 법적 조치를 취해야 한다.

정당의 목적은 정권창출이다. 한나라당은 이명박 정권을 만들어 냄으로써 1차적 목적은 달성했다. 이제 제2의 목적은 정권 재창출이다. 그것이 불가능해 진 것이다. 이런 사실은 한나라당 의원들의 행동에서도 나타난다. 마치 빠져나갈 수 없는 막다른 골목으로 쫓긴 동물과 같은 불안감이 보인다.

저마다 쇄신을 외친다. 반향 없는 공허한 비명이다. 벌써 몇 번째 쇄신약속인가. 이제 국민들이 믿지 않는다.

한나라당이 매달리는 생명줄은 박근혜다. 이해가 간다. 줄기차게 이어 온 부동의 대세론이다. 어느 누구도 박근혜 대세론과 여론지지에 근접을 못했다. 한나라당은 느긋했다. 비장의 무기가 있었기 때문이다.

바로 비장의 무기가 탈이 났다. 금이 갔다. 대세론이 흔들리는 것이다. 대세론은 흔들이면 무너진다. 최근 여론조사는 안철수 교수가 52.5%, 박근혜 전 대표는 39.3%로 나타났다. 또다시 5%가 하락했다는 우울한 소식이다.

유일한 한나라당의 구세주인 박근혜의 퇴조. 눈앞이 아득하다. 이제 어디에다 기댄단 말인가. 친박은 물론이고 친이도 제정신이 아니다. 친박으로 돌아서려는 친이들이 더 불안하다.

한나라당으로서는 죽으나 사나 박근혜다. 천막당사로 한나라당을 구해 낸 박근혜다. 아버지 박정희 대통령의 유산 밑에서 느긋하게 세월을 낚던 박근혜다. 춘삼월 호시절이 지나갔다. 기다리는 것은 가시밭길이 아니라 벼랑이다. 그렇다면 포기할 것인가. 아니다. 이럴 때 기사회생이란 말을 생각해야 한다.

박근혜에게는 금기가 있다. 부친 박정희가 친일 독재자라는 사실에 대해 경기를 일으킨다. 지독한 알레르기다. 많은 인간이 그렇듯이 박정희 대통령에게는 긍정과 부정이 있다. 친일독재자라는 부정적인 면과 보릿고개를 추방했다는 긍정적인 측면이다.

국민들에게는 친일 독재자라는 멍에는 퇴색되고 경제발전을 이룩했다는 긍정적 면이 기억되고 그것이 바로 박근혜의 이미지를 만들어 내는데 절대적인 기여를 했다. 그러나 박정희 독재가 유신을 자행하면서 수많은 민주인사를 박해하고 죽음에 이르게 했다는 사실은 역사에 분명히 기록되어 있고 교훈이다. 특히 자신의 원죄와도 같은 색깔을 지우기 위해 자행한 잔인한 정치적 탄압은 지울 수 없는 원죄다.

박근혜는 이렇게 말할 것이다. 그것은 부친의 일이고 자신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고. 그러나 박근혜가 아버지의 긍정적 후광을 입고 있듯이 부정적 이미지 역시 짊어져야 할 숙명이다. 아니라고 해서 사라질 것이 아니다.

또 있다. 정수장학회 관련 기사로 부산일보 윤전기가 멈췄다. 국민은 정수장학회를 비롯해서 영남대학 등 박근혜 관련 의혹을 주시하고 있다. 이 역시 깨끗이 처리해야 할 문제다.

박근혜는 용기가 필요하다. 아버지의 과오를 대신하는 것이다. 이유를 달지 말고 진솔하게 사과하는 것이다. 그것이 국민에게 감동으로 전달되면 박근혜는 천군만마의 우군을 얻는 것이 된다.

박근혜는 이명박 정권에서 저질러진 온갖 퇴행적 사건들에 대해서 과감하게 발언하고 행동해야 한다. 4대강을 분명히 잘못된 것이며 FTA 날치기 통과도 잘못된 것은 물론, 이를 지휘한 당 지도부에 책임도 물어야 한다. 그리고 당의 쇄신에 앞장서야 할 것이다.

과연 가능한 일들인가

써 놓고 보니 기가 막히다. 이것이 한나라당이 할 수 있는 일이며 박근혜가 해 낼 수 있는 일인가. 대낮에 잠꼬대가 아닌가. 그러기에 기사회생이란 말을 했다. 그것을 해 내지 못하면 한나라당도 박근혜도 벼랑에서 추락이다.

지금 야당은 제 몫을 못한다. 당권 경쟁으로 국민의 염원을 외면하고 있다. 박지원을 비롯한 박주선 등 구태 정치인들은 국민들로부터 극심한 불신을 받고 있다. FTA 비준 반대집회에 얼굴도 못 내미는 야당 지도자들. 이유는 바로 자신들의 구태정치 때문이다. 당헌·당규를 아무리 들고 나와도 그것은 핑계일 뿐이라는 것을 국민은 안다. 공허하다.

이들이 당권을 장악하고 계파 나눠 먹기와 공천장사를 하면 야당도 더 볼 것이 없다. 이것이 바로 한나라당이나 박근혜에게는 기회인 것이다. 다만 전제는 앞에서 언급한 조건을 충족시킨 다음이라는 것이다. 최근 여론조사는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양당구조를 바꾸어야 한다는 국민이 71%라고 했다.

두 정당에 대한 강한 반감을 드러낸 것이다. 이것은 바로 두 정당의 공멸을 예고하는 것과 같다. 바로 눈앞에 와 있다.

국민을 떠나서는 여·야도 살 수가 없다

11월 30일, 여의도 광장은 5만 인파로 덮였다. 나꼼수 공연을 보기 위해서다. 단순히 그 이유만인가. 이명박 정권도 알고 박근혜도 알고 한나라당도 알 것이다.

들려오는 소식은 반성이 아니다. SNS를 규제한다는 것이다. 가능하다고 생각하는가. 할 수 있을 것이다. 잠시 동안은 국민의 귀와 눈과 입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어느 독재자도 국민을 영원히 제압할 수는 없었다. 바로 최근에 보지 않았는가.

성난 국민들 손에 처형되어 시체로 뒹구는 독재자들의 처참한 모습을 정치가나 국민이나 몸서리를 치면서 보았다. 남의 일만이 아니다. 우리도 겪었다.

국민을 사랑하는 지도자를 국민은 사랑하고 존경한다. 국민에게 고통을 주는 지도자는 반드시 고통을 당한다. 자신이 뿌린 씨를 거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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