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권은 나중이고 정권교체가 최우선이다

전쟁이다. 물대포가 터지고 사람이 쓰러진다. 쓰러져도 물러서지 않는다. 몸이 금방 고드름이 된다. 개처럼 끌려간다.

원수끼리 싸워도 저렇지는 않을 것이다. 시위현장을 지켜본 느낌이다. 이런 나라가 버티고 서 있는 것이 기적 같다. 경찰의 힘이다. 지금 대한민국의 현주소를 말하는 것이다. 아니라고 하는가. 그렇게 자위하고 싶을 것이다.

국회에서 한나라당이 날치기하는 것을 보면서 국민의 심정은 어땠을까. 이제 포기한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누가 포기했는가. MB도 한나라당도 국민도 모두가 포기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국민은 정치를 포기했고 정치는 국민을 포기했다. 그렇지 않고는 도저히 이런 일이 일어 날 수가 없다. 몸싸움으로 통과시키리라는 것은 각오했을 것이다. 그러나 언론의 눈도 가린 채 도둑처럼 날치기하리라고는 생각을 못했다. 그리고 민주당이 저렇게 무력한 등신인 줄도 몰랐을 것이다. 발가벗은 국회의 모습을 국민에게 확실하게 보여줬다.

국회 본회의장 안에서 최루탄이 터졌다. 상식대로라면 다음 날 의원들은 모두 사표를 냈어야 한다. 최루탄이 터지는 속에서 흘리는 것은 참회의 눈물이 아니다. 자책에 눈물이 아니다.

김두한의 똥물 투척. 이제 최루탄. 다음에 폭탄이 터진다면 국민들은 뭐라고 할까. 생각만 해도 무섭다.

FTA에 대해서 다시 설명을 하면 바보들과 동렬에 서기에 입을 다문다. 한마디만 한다. 국민들은 바보가 아니다. 그래서 물대포를 맞고 몸이 동태가 되면서도 거리로 나서 싸우는 것이다. 어린 여학생의 절규가 안 들리는가.

이명박(존칭생략)이나 한나라당에 대해서는 이제 완전히 기대를 접는다. 강아지도 훈련을 시키면 말을 알아듣는다. 못 알아들으면 역시 동렬이다. 더 이상 말을 하면 그건 에너지 낭비다.

방법은 하나. 못된 정권을 바꾸는 것이다. 사람을 바꾸는 것이다. 박정희나 전두환 같으면 구국의 결단이라고 총이라도 들고 나오겠지만 총도 없다. 쿠데타 반란에는 입에서 신물이 난다. 그보다 더 좋은 방법은 투표다. 그 권리와 힘이 국민에게 있다. 못된 정치에 철퇴를 가하는 것이다.


가만히 있으면 정권 바꿔 주느냐

박원순 시장의 경우에서 보았듯이 국민이 마음만 먹고 뭉치면 정권교체는 식은 죽 먹기다. 제아무리 모략과 음모와 금권을 동원해도 국민이 마음만 딱 다 잡아먹고 있으면 소용없다. 바위에 머리 박기다. 이런 말 왜 하는지 다들 알 것이다. 바로 민주당 때문이다. 귀에서 진물이 나도록 들은 얘기라서 듣기도 싫을 것이다. 그러나 어쩌랴. 민주당이 열쇠를 쥐고 있다.

민주당의 자세가 되어 먹지 않으면 제아무리 정권을 차지하고 싶어도 어림없다. 동냥바가지도 들지 않고 밥 얻어먹을 생각이냐.

지난 박원순 시장의 경우에도 이상한 사람이 나와서 깽판 쳤으면 시장 어림도 없다. 한명숙의 경우에 우리는 땅을 쳤다. 그때 한명숙만 시장이 됐어도 지금 이 꼴이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지방선거에서 야당이 압승을 거둔 것도 힘을 모았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 정치는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고 있다. 한나라당의 날치기를 보면서 야당이 얼마나 뭉쳐야 하는지는 절감했을 것이다.

박지원이 CBS 김현정의 뉴스 쇼에 나와 이런 저런 얘기를 늘어놓는다. 그러나 국민들은 안다. 한 마디로 당권은 내가 잡아야 한다는 거 아닌가. 당권만은 죽어도 못 내놓겠다는 거 아닌가. 지금까지 땀 흘려 조직한 거 아까울 것이다. 그러나 정치인에게는 대의와 명분이 우선이다. 그냥 통합전당 대회를 하면 질 것 같으니까 그렇게는 못하겠다는 거 아닌가. 김대중 대통령은 자기를 던지고 꼬마민주당과 통합을 했다. 그때 박지원은 반대했는가.

민주당의 전통이니 당헌·당규 위반이니 당원들의 정서니 이런 저런 얘기 백번 늘어놔도 믿지 않는다. 고백하면 당권 욕심이다. 국민들이 그렇게 생각하고 그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통합전당대회는 물 건너간 것이다.

물 건너가면 어쩔 것인가. 민주당사에 돌 날아갈 것이다. 다음 선거에서 당선 자신하지 말라. 통합 날아 가면 찍어 줄 것 없다.

‘호남에서만은…’ 하면서 큰기침하지만 이제 달라졌다. 모르는가. 순천에서 민노당 당선됐다. 그래도 자신만은 살아남는다고 호언장담하는 인간이 있다. 손가락질 받는 국회의원 배지 달고 무슨 보람을 느낄 것인가. 당권에 정신이 팔려 날치기 통과 규탄 국민 시위에는 코빼기도 안 보인다. 그게 제1야당인가. 날치기라고 소리칠 염치가 있는가.

특히 지도자급이라는 의원들 중에서 기를 쓰고 통합전대를 반대하는 사람들이 그렇다. 코끼리를 해체해서 개구리를 만드느냐고 비꼬지만 늙은 코끼리는 현명해서 슬그머니 깊은 숲을 찾아 스스로 조용히 생을 마감한다.

코끼리를 닮아 죽으라는 것이 아니라 존경을 남기고 떳떳하게 살라는 당부다. 머리 좋은 거 잠시 접어 두고 국민의 열망을 생각하자는 것이다. 장자방이나 공명이 울고 갈 박지원 같은 머리가 자기 욕심 한 번만 접으면 왜 현책이 나오지 않겠는가. 국민은 현명하다. 박지원의 땀과 노력과 자기희생을 어찌 외면할 것인가. 절대로 잊지 않는다.

박지원이 늘 말하는 김대중 대통령 정신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면 해법이 나올 것이다. 그리고 야당의 중진들도 자신들이 국민의 지탄을 받는 인생으로 정치사에 기록되는 것을 바라지 않을 것이다. 아울러 민주당 중진들은 이 점을 깊이 생각해야 한다. 역사에 죄인만은 되지 말아야 한다. 이완용만 역사에 죄인이 아니다.

범법행위로 금배지 잃고 어디 숨어 있었는지도 모르던 구악들이 얼굴을 내민다. 해동에 개구리 나타나는 짝이다. 한자리할 게 없나 하는 속셈인데 이들에게 국민이나 애국이야 남의 얘기지만 이것을 견제해야 의무가 바로 박지원에게 있다. 헌데 견제는커녕 부채질을 하고 있는 판이다. 수십 년 정치 인생이 아깝다.

한겨레 사설 한 구절을 소개한다.

<지금 민주당 안에 자리 잡은 세력이 기득권을 지키고자 방어막을 치려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박지원 의원 등의 주장은 이런 점에서 진정성을 인정해주기 어렵다.>

읽어보니 어떤가. 얼굴 붉어지지 않는가.

살아도 죽는 민주당

국민들은 야권이 하나로 통합해 한나라당을 박살 내길 원한다. 그러나 박살은 고사하고 되레 박살 나게 생겼다.

아무리 욕심을 버리기 어렵다 해도 최소한의 양심은 있어야 한다. 엄동설한 차가운 날씨에 길거리에서 물대포를 맞고 쓰러지는 국민들을 생각해 보라. 그 속에 민주당 의원들이 보이는가. 연약한 이정희가 밤낮 가리지 않고 앞장을 선다. 박지원은 부끄러워해야 한다.

분명하게 말하건대 박지원의 경우 당내에 분란을 만들어 내고 야권통합에 장애가 되는 일이라면 제일 먼저 나서서 당의 원로로서 또한 실력자로서 그들을 질타하고 원만하게 수습을 해야 할 것이다.

하물며 국민들로부터 오해를 받고 그 오해가 사실로 인정되고 있으니 딱한 노릇이 아닐 수 없다. 어느 누구도 박지원 앞에서 충언을 하지 못하는 모양이다. 모두가 자기 이익에 급급하기 때문이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이 박지원의 현명한 지혜다.

박지원은 잘 알 것이다. 지금이 한국 정치사에 얼마나 중요한 시점인가를. 군사독재에 이어 문민독재에 이른 오늘에 있어서 자칫하면 국민의 기대는 차치하고 민주주의가 이 땅에서 사라진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이것이 얼마나 심각한 비극인가.

SNS에 쏟아지는 비난을 보라. 민주당을 정당이라고 하지 않는다. 한나라당이 웃고 있다. 그들의 음모가 성공을 이루기도 전에 민주당 스스로 자멸하고 있는 것이다.

물대포를 맞고 쓰러지면서 국민들이 외친다. ‘민주당은 어디로 갔느냐. 박지원은 어디로 갔느냐.’

대답해야 한다. ‘민주당 여기 있다. 박지원 여기 있다. 우리가 싸운다.’ 이렇게 당당하게 큰소리를 칠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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