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를 놓치면 당신들이 갈 곳은 무덤이다

인생사 무서운 것 중의 하나가 배신에 대한 복수다. 절치부심이다. 변심한 연인에 대한 복수만 무서운 것이 아니다. 무 잘라먹듯 국민과의 약속과 기대를 저버린 정치인들에 대한 증오도 무섭다. 사랑을 받는 것도 증오를 받는 것도 자기 할 탓이다. 제 사랑은 제가 지니고 다닌다고 하지 않던가. MB가 지금 소름 끼치게 당하고 있다.

지난번 서울시장 선거 때 서울시민이 보여준 복수가 무엇인가. 표의 심판이다. 표로 복수를 한 것이다. 조직도 없고 돈도 없고 정치적 경험도 없는 시민운동가 박원순이 한나라당의 거대조직과 1억을 바른 미모와 달변과 학벌과 화려한 경력을 가진 나경원을 물리칠 수 있었던 것도 MB 정권의 배신에 대한 국민의 복수라고 생각한다.

이명박 오세훈 시장이 시정을 이끌면서 저지른 온갖 퇴행적인 정책. 서울시장이란 자리는 대통령이 되기 위한 징검다리일 뿐으로 생각한 한나라당 출신 시장들의 생각과 나경원에 대한 불신이 등을 돌리게 했다. 복수였다.

무소속의 박원순은 정도를 걸었다. 순리를 따랐다. 제일 야당의 후보와 당당하게 경선을 해서 승리했다. 이기적 당파 계파 싸움에 찌든 정당 후보들의 모습과는 너무 달랐다. 정당의 조직이라는 것도 깨어 있는 시민의식 앞에는 썩은 지푸라기였다. 정치인들이 사고를 바꿔야 하는 경고가 됐을 것이다.

박원순의 서울시장 당선은 국민에게 희망을 주었다. 그러나 만약에 한명숙 서울시장 출마 때처럼 또 다른 야당후보가 출마해 표를 잘라 먹었다면 역시 희망은 사라졌을 것이다. 국민의 소망을 한 곳으로 모아 준 야권의 현명한 판단이 승리를 가져 왔다.

정치가 존재하는 한 선거는 있고 선거가 있는 한 후보와 정당 사이에 경쟁은 있게 마련이다. 문제는 누가 대의명분을 가지고 정도를 가면서 국민의 신뢰를 차지하느냐 하는 것이다. 저마다 대의명분을 가지고 국민에게 믿음을 준다고 하겠지만 판단은 오로지 국민이 한다.

지금 이명박 정권에 대한 국민 신뢰도는 바닥이 아니라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해도 시비 거는 국민이 없을 것이다. 남은 것은 어떻게 정권을 마감할 것이냐 뿐이다.

국민들은 준비가 되어 있다. 단죄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것이다. 죄값을 묻는 것이다. 대상은 이명박 정권이며 한나라당이다. 그렇다고 눈 감고 야당에게 표를 준다는 것이 아니다. 천만의 말씀이다. 명백한 전제가 있다.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거지도 밥 얻어먹을 깡통은 준비해야 한다. 하물며 국민과 국가의 운명을 좌우한다는 선거에 있어서 정당과 정치인의 자세야 더 말할 것이 없다.

착각의 달인이 정치인이다. 그 착각에서 벗어나는 것이 국민들의 지지를 받을 수 있는 준비다. 묻는다. 민주당은 독자적으로 총선에서 승리하고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다고 믿는가. 믿는다면 정신병자다.

이른바 진보에 목을 매고 있는 세력들은 자신들만의 힘으로 무엇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깽판은 칠 수 있다. 그러나 그들도 답은 알고 있다. 통합이다. 통합을 하면 국민의 지지를 확실하게 받을 수 있고 그 증거가 바로 서울시장 선거였다. 진보세력도 통합을 하면 순천의 경우처럼 국회에 진출할 수 있다. 통합을 거부하면 어떻게 되는가.

강원도 인제에서 간발의 차이로 한나라당에게 당선을 헌납했다. 분열 때문이었다. 눈앞에 생생한 악몽이 떠오르는 데도 정신을 못 차리고 있는 것이 오늘의 야당 모습이며 진보세력의 모습이다. 되게는 할 수 없어도 안 되게는 할 수 있다는 오기, 우리가 깽판 치면 다 죽는다.

죽고 나면 끝나는가. 다음에 어쩐단 말인가. 목숨 부지한 국민은 어쩐단 말인가. 직장에서 쫓겨나 자살을 해야 하고 등록금 못내 목숨을 끊어야 하고 크레인에 올라가 300여 일을 살아야 하고 불공정 FTA로 경제적 종살이를 해야 한단 말인가. 전직 총리는 죄 없이 재판을 받아야 하고 시민이 뽑은 교육감이 감옥에 가야 한단 말인가.

국민은 짜증이 나기 시작한다. 배신감의 짜증이 분노로 변하여 폭발할 때 결과는 참담한 비극이 될 것이다. 공멸이다. 다시 독재시대다. 야당은 무조건 통합해야 한다. 각 당의 이해는 정권 바뀐 다음에 다시 논의하라. 국민에게 통합의 방법을 묻지 마라. 당신들의 몫이다. 국민들의 요구는 부조건 통합니다.

통합만이 최고의 선이다

야권에서 최다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는 민주당은 최고위원회에서 통합을 결의하고 12월 17일 통합전당대회를 하기로 했다. 시민세력도 함께 하는 통합대회다. 당내 일부 세력이 반대를 한다. 전당대회를 먼저 하자는 것이다.

이유는 하나다. 당권을 거머쥐자는 것이다. 오래전부터 당권을 겨냥해서 전국의 조직을 다져 온 당 지도자가 있다. 지지 세력을 규합하기 위해 공천권까지 약속을 했다는 말까지 나온다. 통합전당대회가 열릴 경우 당권 장악에 자신이 없다.

그를 추종하는 세력과 개인적 이해관계가 있는 고위당직자들이 힘을 모아 극력 반대한다. 끝내 반대할 것인가. 반대해서 어떻게 할 것인가. 무슨 명분인가 분당이라도 하겠다는 것인가. 그런 용기는 못 낼 것이다. 맞아 죽을 테니까. 이럴 때 필요한 것이 용기다. 기득권을 포기하고 대의명분에 순응하는 용기다. 국민들은 그들의 용기를 기억한다. 반드시 보상을 한다.

진보세력들도 문제다. 자신들은 무척 머리가 좋고 전략적이라고 생각할지 모르나 국민들은 뱃속을 거울 속처럼 드려다 보고 있다. 이해한다. 그러나 동의는 못한다. 국민들의 요구는 통합이다. 통합해서 총선을 승리로 매듭짓자는 것이다.

홍세화가 또 당을 만든단다. 잘들 만든다. 정치하는 사람들과 얘기를 하면서 그들의 머리를 보면 머리카락이 제법 남아 있어 신기하다는 생각이 든다. 저토록 쉴 새 없이 머리를 굴리는데 아직도 머리가 남아 있다니. 그냥 비아냥으로 듣지 마라. 국민들도 그렇게 생각한다.

FTA를 반대하는 시민들의 집회에 국민들이 왜 구름처럼 몰려드는가. 반대를 주도하는 야당들의 주장이 옳기 때문이다. 옳다면 국민은 지지한다. 박원순과 안철수가 단 5분간의 만남으로 단일화를 이루고 그 감동이 이어져 시민들의 지지를 이끌어 내고 거대 야당후보를 당당하게 이기고 시장으로 당선되지 않았는가.

박원순을 지지하는 시민들이 광화문 광장을 메우고 환호를 할 때 민주당도 민노당도 참여당도 시민들도 모두가 하나였다. 정치를 잘못해서 국민을 도탄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하는 한나라당을 응징해야 한다는 오직 그 생각 하나뿐이었다. 이런 국민의 합의가 내년 총선에서 승리를 하고 이어서 모든 악법을 바꾸고 청문회를 하고 이어서 대선에서 승리하는 것이다.

이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바로 통합이다. 서로의 주장은 좋지만 결론은 역시 통합으로 귀결되어야 한다.

국민의 여론이 아무리 반한나라당이라 해도 그렇게 만만하게 죽을 한나라당이 아니다. 그럴게 호락호락한 이명박 정권이 아니다. 이미 상식이나 원칙을 벗어난 지 오래된 정권이다. 한나라당이다.

야당에 대한 분열 책동이 시작됐다. 민주당의 내부가 수상하다. 무슨 짓이라도 할 수 있는 정권이고 한나라당이다. 무엇으로 이를 제어하고 물리칠 수 있는가. 역시 통합이다. 통합된 모습을 국민에게 보여줌으로써 국민들로부터 보호를 받는 것이다. 국민처럼 든든한 우군이 어디 있는가. 통함만 하면 공작침투는 어림도 없다.

김진숙도 국민의 힘으로 승리했다. 한나라당의 장제원이 SNS 차단법안을 발의했다 철회하고 사과를 한 것도 국민의 힘이다. 5.18 민주항쟁을 교과서에 기록하지 말자는 주장도 국민의 저항으로 취소된다. 어느 정권도 어느 독재자도 국민의 힘을 이겨내지 못한다. 국민은 반드시 승리한다.

미 의회에서 연설하는 대한민국 대통령의 연설문을 미국 로비업체에게 의뢰하는 대한민국의 국격이다. 한국에서 공모라도 했으면 외화낭비는 막는다.

국민은 한없이 기다려 주지 않는다. 국민의 인내도 한계가 있다. 정치인들은 결단을 해라. 국민이 명령을 거부한다면 찾을 곳은 무덤이다. 국민이 무덤에다 묻어버릴 것이다.

그날이 오기 전에 팔 걷고 나서라. 국민의 비원이 담긴 ‘통합’이라는 장엄하고 아름다운 탑을 세우자. 탑돌이 하며 춤 한 번 추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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