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을 두려워하라, 살아남는 길이다

“이번 판결은 정치검찰에 대한 유죄선고다. 이명박 정권과 정치검찰이 합작해서 만든 이 추악한 정치공작에 대한 단죄라고 저는 생각한다.

제 사건을 마지막으로 이 수치스러운 야만의 정치가 반복되지 않기를 바란다. 지금 국민들은 검찰 개혁을 통해서 대한민국을 바로 세우기를 요구하고 있다. 우리 민주정부 10년 동안 하지 못했던 검찰 개혁을 2012년 정권 교체를 통해서 반드시 이뤄내야 한다.”

▲ ⓒ서프라이즈 제공

입은 먹기 위해서 아주 소중하다. 안 먹으면 죽는다. 입은 말을 하기 때문에 소중하다. 말을 하지 않으면 정신이 죽는다. 이 중요한 말을 함부로 하면 말의 대접을 받지 못한다.

한명숙 전 총리(존칭 생략)에게 무죄판결이 내려졌다. 우리나라 국민 하나도 빠짐없이 무죄를 믿었을 것이라고 난 믿는다. 그래도 불안했던 이유를 국민들이 다 알 것이다. 인간상식의 영역을 뛰어넘어 살고 있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언론보도를 보면 재판장(김우진 판사)이 판결문을 읽어가는 동안 검사들의 얼굴이 꺼멓게 변하더라고 전했다. 사람들이 너무 많이 와서 재판정 밖 복도에 서서 속을 태운 사람들이 부지기수다.

재판 결과를 보고 사람들이 만세를 부르고 박수를 친다. 한명숙을 상징하는 백합을 손에 든 사람들이 그를 에워싸고 그중에는 눈물을 씻는 사람들도 있다. 재판 때마다 거의 빼놓지 않고 불편한 방청석에 앉아 있던 이해찬 전 총리도 백합을 양복 위 주머니에 꽂은 채 입이 귀에 걸려 있다. ^^

정의란 이런 것이다. 이래야 되는 것이다. 그렇지 못해서 불의한 세력이 발호하는 것이다.

2년이란 길고 긴 세월동안 재판을 받으며 만신창이가 된 가슴을 태웠을 한명숙의 육신이 저렇게 서 있을 수 있는 것이 기적으로 느껴진다. 속은 까맣게 탔어도 늘 그렇듯 온화한 큰 누님 같은 얼굴로 미소를 띄운 한명숙은 이제 인간의 고통을 넘어선 특별한 사람처럼 보인다.

더 보탤 말이 없다. 한명숙에 대한 수사가 시작될 때부터 국민들은 한명숙을 제거하기 위한 공작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러기에 사건의 전말을 설명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그래도 기대조차 힘든 검찰의 ‘인간회복’을 기원하는 소망이 서글프다.

노무현 전 대통령을 죽음으로 몰아간 직접 원인이 검찰이라는 것은 세상이 다 안다. 그 말을 입에 올리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턱 막힌다. 사람이 짐승과 구별되는 이유는 어디 있는가. 부끄러움을 알기 때문이다. 인간도 부끄러움을 모르면 짐승으로 전락한다.

부끄러움도 본능이다

맞는지 틀리는지는 몰라도 인간이 거짓말을 하고 부끄러움을 느끼게 되면 몸속에 돌고 있는 피가 탁해진다고 한다. 인간이 거짓말을 하면 얼굴이 벌게지는 것도 그런 이유는 아닐까. 어쨌든 거짓말은 나쁘고 부끄러움도 모르고 반성도 안 하면 더욱 나쁜 놈이다.

한명숙 재판을 열심히 방청했다. 재미가 있어서가 아니라 검사들이 쏟아놓는 말도 안 되는 소리를 들으며 증오를 불태우고 세상없어도 저런 인간은 되지 말아야지 채찍질을 하기 위해서였다.

법정 한쪽에 곧은 자세로 한 점 흐트러짐 없이 하루 온종일 길고 긴 시간을 견디는 한명숙의 초인적 인내를 보며 가슴속에서 치미는 분노와 슬픔으로 하늘도 참 무심하다는 생각을 많이도 했다.

재판 방청석 앞에 취재 노트랍시고 놓고 자리를 맡아 놓는 기자들을 보면서 저들도 또 다른 공범이라는 생각을 했다. 검찰 빨대와 언론의 치사한 유착은 새삼스러운 것이 아니지만 한명숙도 동아일보가 테이프를 끊었다. 도올 김용옥 교수라면 미친놈이라고 공개적으로 욕이라도 하고 싶지만 속으로만 한다.

오늘의 이 나라가 이 꼬락서니가 된 것도 언론이라고 믿는다. 누구는 하고 싶어서 그러느냐고 변명을 하지만 변명한다고 죄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을사늑약의 5적도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고 한다. 기자라고 얼굴 꼿꼿이 들고 다니지 말라. 이유는 자신들이 더 잘 알 것이라고 믿는다.

동아일보는 2010년 4월 9일자 1면에 <“한 전 총리, 건설시행사서 9억 원 받은 혐의”>라는 기사를 내보냈다. 그 후 주고받기 식의 보도는 계속됐고 동아는 언론이길 포기했다. 이제 동아는 무엇이라고 보도하는가. 기사를 쓴 기자는 정말 이 사건의 핵심이 무엇인지 몰랐는가.

동아일보 기자는 언급할 필요도 없지만 다른 기자들이 끈질기게 심층 취재를 하고 집요하게 추적했다면 검찰도 포기했을 것이다. 대한민국의 국무총리를 지낸 정치인이 파렴치범으로 몰리는 사건을 빨대 보도로 무참하게 죽인 기자는 지금 어디에 있는가.

준 사람도 없고 받은 사람도 없고 증거도 없다면 천안함 폭파하듯 귀신들이 서로 돈을 주고받고 잔치를 했단 말인가. 귀신들이 한 수 배우자고 몰려 올 일이다. 이렇게 어처구니없는 사건이 수많은 국민들을 바보로 만들었다.

한명숙 무죄와 검찰

2011년 10월 31일을 역사는 어떻게 기록할지 궁금하다. 검찰이 강력하게 반발했다. 예상했던 대로다. 그러나 전혀 관심이 없다.

“2012년에 우리가 반드시 정권교체를 해서 검찰개혁만은 바로 세워 우리나라의 민주주의와 대한민국이 정의롭게 서는 나라로 만드는 데 민주당이 핵심이 되고 앞장서 주기를 바란다.”

한명숙의 당부다.

“앞으로 저의 정치 행보가 어떨지 모르지만 검찰 개혁하는 데는 여러분과 손잡고 그 중심에 서고 싶다.”

한명숙의 각오다. 검찰은 진정 다시 태어나야 한다. 저토록 국민의 지탄을 받으며 아무리 정의를 외쳐 보아도 공허하다. 검찰의 자정은 오늘의 정부에서는 무망하다.

스스로 최고의 지성이라고 자부하는 검찰이 국민들로부터 이토록 지탄을 받고 모멸을 당하는 것은 자업자득이다. 국민의 말을 들어야 살아남는다. 아무리 돈이 많고 권력이 있으면 무엇 하는가. 사람대접 받는 게 소중하다.

한명숙은 이제 새로운 출발을 할 것이다. 국민들은 한명숙을 주시하고 있다. 지도자도 없이 방황하는 야당을 이끌고 야권을 하나로 묶어 정권교체를 이룩하는 중심에 우뚝 서기를 국민은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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